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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세 직배송은 사라질까?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 변화
  • 경제·무역
  • 미국
  • 로스앤젤레스무역관 Chris Kim
  • 2025-05-12
  • 출처 : KOTRA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디미니미스 제도 활용해 미국 시장 급속 점유

트럼프 행정부, 소액 면세 혜택 폐지 선언으로 전자상거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란 무엇인가?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 일명 ‘디미니미스’(de minimis) 정책은 일정 금액 이하의 해외 수입품에 대해 관세와 세금 없이 통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는 미국 관세법 제321조에 규정돼 있으며, 원래는 소량의 개인 물품에 적용되는 간편화 절차였다. 하지만 2016년, 미국 의회가 소액 면세 제도 기준 금액을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대폭 상향하면서 이 제도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핵심적인 통로로 바뀌었다. 특히 많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무관세 직배송’ 모델을 정착시켰다. 이로 인해 저가 소비재 시장에서 엄청난 가격 경쟁력이 생겨났고, 기존 미국 유통업체들의 구조를 뒤흔드는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의 주요국 대상 소액 면세제도(De Minimis) 수입액(2018-2021)>


[자료: CRS]

 

중국 기업들의 소액 면세 제도를 통한 미국 시장 장악

 

대표적인 사례로는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과 초저가 쇼핑 앱 '테무(Temu)'가 있다. 두 기업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직접 배송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해 중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800달러 이하로 유지해 소액 면세 제도의 혜택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왔다. 쉬인은 중국 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오로지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테무는 중국 본사인 핀둬둬(Pinduoduo)의 글로벌 확장 브랜드로 주로 저가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쉬인과 테무는 미국 할인 온라인 쇼핑 시장의 약 17%를 차지하며, 아마존과 월마트에 이어 강력한 3위권 전자상거래 세력으로 부상했다.

 

<소액 면세 조항(De Minimis)이 적용된 미국 반입 소포 수 (2018-2023)>

(단위: 백만 개)


[자료: ECDB]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미국 내에서 점차 비판의 목소리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은 동일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관세와 통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지만, 쉬인이나 테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소액 면세 제도를 이용해 거의 무관세 상태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중소 제조업체와 전통 유통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확산되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2023년 한 해 동안 약 10억 개 이상의 소액 소포(일명 디미니미스 소포)가 미국으로 반입됐고, 이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집계된 수치에 따르면, 전체 소액 소포 수입의 67% 이상이 중국(본토 및 홍콩)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소액 면세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하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내부에서는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제도가 미국보다 훨씬 엄격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국 내 소액 면세 기준을 약 690달러로 제한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 한도도 설정되어 있다. 또한 소액 면세 제도가 적용되는 상품군은 중국 상무부가 지정한 1300여 개 품목으로 제한돼 있고, 모든 거래는 정부가 지정한 시범 지역(Pilot Zone) 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반면 미국은 연간 거래 한도도 없고, 품목 제한도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에 훨씬 유리한 제도 환경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중국은 자국 시장을 보호하면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불만이 정치권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소액 면세 제도 폐지 선언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함께 소액 면세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특히 중국에서 유입되는 저가 수입품에 대해 소액 면세 혜택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이 제도가 "미국 내 제조업과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펜타닐 등 불법 약물 확산을 막지 않는 데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액 면세 제도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미국 시장을 '우회 공략'하는 통로로 악용되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4월 2일, 미국은 중국 및 홍콩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 취하를 발표했다. 4월 2일 최초 발표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5월 2일부터 중국·홍콩에서 미국으로 발송되는 800달러 이하 모든 물품은 상품 가치 기준 30% 관세 부과 예정이었으나, 4월 9일 관세율이 다시 120%로 인상 변경됐다. 이에 따라 미국 동부 시간 기준 5월 2일 오전 12시 1분부터 UPS와 FedEx 같은 미국 운송업체들은 중국과 홍콩에서 발송되는 800달러 미만 소포에 대해 상품 가치 12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또는 소포 건당 수수료 10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수수료의 경우 6월 1일부터 200달러로 인상 적용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핵심 인프라가 흔들린다

 

소액 면세 제도는 미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보이지 않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해왔다. 이 제도의 도입 배경 자체가 미국 소비자들이 해외 온라인 쇼핑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아마존, 이베이, 이츠시(Etsy) 등 미국 플랫폼들도 해외에서 저가 상품을 직접 배송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통해 다양한 판매자들을 끌어들여 왔다. 이 소액 면세 제도가 폐지될 경우, 이러한 수입 구조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쉬인이나 테무 같은 중국 기업들뿐 아니라, 미국 소상공인 중에서도 해외 생산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직배송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브랜드들도 비용과 가격경쟁력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크다. 소액 소포 수입품의 통관 절차가 길어지면서 배송 시간도 길어지고, 소비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기존에 15달러짜리 의류를 무료 배송으로 구매하던 소비자는 앞으로는 관세와 통관 수수료를 함께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처럼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이에 대응해 새로운 공급망을 모색하거나, 현지 재고 기반 유통망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중소규모 셀러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아마존이나 월마트처럼 자본력이 큰 기업들이 유리해지는 시장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향후 전망

 

중국에 대한 미국의 소액 면세 혜택 폐지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조치다. 이 제도는 오랜 기간 동안 저가 소비재 중심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산을 가능케 한 기반이었고, 미국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 중심의 저비용 구조가 미국 내 제조업과 노동시장에 위협이 되어왔다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 개편은 분명히 중국계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고, 미국 내 제조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소액 면세 제도를 여전히 적용 받는 비중국 공급업체들 역시 중국 업체 대비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미국 수출입 현장에선 실제로 한국 소규모 기업들이 기회 요인을 잡기 위해 미국 직배송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추후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소액 면세 제도의 적용 기준이 강화되거나 폐지되는 등 변화가 언제든지 발표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제도 변화에 대한 긴장감 역시 공존하는 상황이다.

 

 

 

자료: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ECDB,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Temu, White House,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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