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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 프로파일 살펴보기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곽미성
- 2025-05-09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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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역시 인공지능(AI)
프랑스에서 뜨는 분야는?
프랑스 지역전문가 반기안 (임펄스 파트너스 상무)
신화의 동물 유니콘
창업가들이 숭상하는 동물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유니콘일 것이다. 2013년 미국의 벤처 투자가 에일린 리가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에 비유한 이후 유니콘은 스타트업 세계에서 상징과 같은 동물이 됐다. IPO를 통해 주식 시장에 상장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 합병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스타트업의 정의는 각양각색인데, 한국에서는 대개 창업 7년 미만의 신생기업, 혹은 10년 미만의 기술기업을 스타트업이라고 본다. 이 기준이 유럽에서는 더 관대해서 창업 20년 미만의 기업이면 스타트업이라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즈” 계열사로 유럽의 스타트업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디어인 “시프티드”에 따르면, 2025년 초 기준으로 프랑스 유니콘 기업은 총 28개에 이른다. 이는 영국의 44개보다 한참 적은 숫자지만, 독일의 26개보다 많다. 정부의 공식적인 자료가 없지만, “스타트업 레시피” 투자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총 23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유니콘 숫자만 보았을 때 프랑스가 한국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 숫자가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한 걸 고려하면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20VC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창업생태계는 10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는데, 최근 5년 동안에만 35개의 기업이 추가로 유니콘 반열에 등극했다. 창업한 기업이 유니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유니콘 기업들 전체를 보면 평균 7년이 걸렸는데, 최근에 유니콘이 된 기업들은 창업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아서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 분야와 사업모델이 아주 다양하다. 그중에는 의사와 약속을 잡거나 원격 진료를 할 수 있는 독토립(Doctolib), 그리고 차량 공유를 위한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라블라카(Blablacar)처럼 이제 대부분의 프랑스인이 알 만큼 대중적인 기업들도 있다. 또한 부두(Voodoo)처럼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에, 산업용 자동 주행 로봇을 만드는 엑조텍(Exotec), 원자력 발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뉴클레오(Newcleo) 그리고 이차 전지를 제조하는 베르코르(Verkor)는 제조업 혹은 하드웨어에 기반하고 있다. Web 3가 부상하는 가운데 레저(Ledger)와 소라레(Sorare)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NFT 분야의 유니콘 기업이다. 백마켓(Back Market)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는 자원 재활용을 통해 순환 경제를 실천하고자 하며, NW는 전기차 충전과 재생 에너지 분야의 또 다른 유니콘이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 리스트>
[자료: 20VC, The State of the French Tech Ecosystem 2024]
대세는 역시 인공지능(AI)
인공지능(AI)은 프랑스에서도 뜨거운 주제로, 인공지능 분야에는 다수의 유니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그중에서도 미스트랄이 가장 대표적인데, 자체적으로 대형언어모델을 개발하면서 미국 오픈 AI의 유럽 대항마로 인공지능 주권을 지키고자 한다. 미스트랄의 기업가치는 총 60억 유로로 프랑스 유니콘 기업 중에 제일 크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투자받은 금액만 총 9억7000만 유로가 넘는다. 풀사이드 AI(Poolside AI)는 최근에 유니콘이 된 인공지능 분야의 또 다른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코딩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유니콘 기업이 된 스타트업은 이 밖에도 여럿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결합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프트 테크놀로지(Shift Technology)는 보험회사들을 위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만들며, 덴탈 모니터링(Dental Monitoring)과 오킨(Owkin)은 각각 치과 치료와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고자 한다.
파리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허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 대학과 연구소가 모여 있고, 프랑스 정부는 세제 혜택과 지원금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들을 지원한다. 구글, 메타 같은 미국 테크 기업은 파리에 인공지능을 다루는 연구소를 열었으며, 오픈 AI조차 파리에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프랑스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들과 협력하려는 의지도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들이 매출을 비교적 빠르게 내고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건 그다지 놀랍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71억 유로인데 그중 27%인 19억 유로가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들한테 갔다.
프랑스에서 뜨는 분야들
인공지능 이외에도 다수의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이 있는 분야는 핀테크다. 콘토(Qonto)는 온라인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알란(Alan)은 대표적인 온라인 보험회사다. 또한 리디아(Lydia)는 개인 사이 송금을 도와주고, 스와일(Swile)은 프랑스 회사원들이 사용하는 식권을 디지털화했다. 이 핀테크 기업들은 저렴한 가격과 온라인을 통한 사용상의 편리함을 무기로 프랑스 금융 소비자들의 마음에 파고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금융 분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건 확실하다.
인터넷이 널리 사용되면서 등장한 온라인 플랫폼 역시 많은 유니콘 기업들을 배출한 분야다. 프랑스의 특징이 있다면 소비재를 다루는 소매 모델보다는 마노마노(ManoMano)처럼 B2B 아이템들을 전문으로 하거나 앙코르스토어(Ankorstore)처럼 아예 도매만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각종 온라인 상점들이 생기면서 소비자들의 디지털 행동을 분석해 온라인 상점들에 공급하는 콘텐트 스퀘어(Content Square), 그리고 온라인 장터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미라클(Mirakl)도 유니콘 기업이 됐다.
프랑스 스타트업 세계에서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는 분야는 생산성 향상 혹은 일의 미래를 다루는 쪽이다. 피그먼트(Pigment)는 효율적 조직 운영을 위해 팀의 업무 계획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페이피트(Payfit)는 HR 팀이 인력을 관리하고 월급 주는 걸 도와준다. 이 밖에도 페니란(Pennylane)은 전문적인 온라인 회계 서비스를 공급하고, 스펜데스크(Spendesk)는 마찬가지로 재무 쪽에서 비용 지출 관리하는 걸 돕는다. 이 분야 스타트업들은 모두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B2B 영업을 하는 SaaS 모델을 가졌다는 특징이 있다.
<온라인 도매점 앙코르스토어>
[자료: 앙코르스토어 웹사이트]
전망과 함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30년까지 모두 100개의 유니콘 기업들을 배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니콘 기업에서 일하던 직원이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한 후 다시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는 경우도 여럿 생기고 있다. 유니콘 기업 자체가 성공적인 창업가를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이미 유니콘이 된 기업들마저도 생존을 위해 기업가치를 줄여가면서까지 투자를 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 더군다나 유니콘이라고 해서 반드시 생존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온라인으로 가구를 팔던 메이드닷컴(made.com)은 유니콘 기업이었음에도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우더라도 주식시장 상장이 쉽지 않다는 점은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진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유니콘 기업이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거나 성장률이 정체되면 상장이 어렵고, 설사 상장이 되더라도 신생 기술기업이 프랑스 자본시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의 프로파일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보는 건 한국 기업들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먼저 어떤 분야가 유니콘을 배출할 만큼 규모와 경쟁력을 갖췄는지 눈여겨보는 것이 중요하며, 성공한 비지니스 모델과 기술을 파악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 없이 국내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프랑스 유니콘 기업들 리스트를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프랑스 유니콘 기업 벤치마킹을 통해 양과 질 양쪽 면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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