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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고용시장 현황과 인플레이션
- 경제·무역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5-03-17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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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실업률 기록한 러시아, 고용시장 현황은?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 장기 성장을 위해 대책 마련 필요
러시아 고용시장 현황
현재 러시아의 노동시장은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심각한 구인난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상황을 보이고 있다. 2021년 5%였던 실업률이 2024년에는 연평균 2.5%까지 하락했고, 2024년 10월에는 2.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지만, 이면에는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이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2025년 러시아 연평균 실업률 변화>
(단위: %)
* 주: 2025년은 전망치
[자료: 러시아 통계청, 중앙은행]
인력 부족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역사적 요인이 있다. 첫째, 인구통계학적 요인으로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출산율은 2015년 1.78%에서 2023년 1.4%까지 떨어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5%를 크게 하회하며, 2021년 이후 출생아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둘째, 해외 이주와 두뇌유출이다. 2022년 러-우 사태 발발 이후 정치적 이유나 군 동원령을 피해 젊은 층 남성 중심으로 70만~80만 명이 일시적으로나마 국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는 고학력 기술인력이었다. 이들의 이주는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노동력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셋째, 이민 노동자 감소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이민 노동력을 유입해왔으나, 코로나19와 이후 출입국 제한, 일부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규제 등으로 이들의 유입이 줄었다. 루블화 절하로 노동자들 입장에서 러시아에서 일할 유인이 줄어든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또한, 2024년 3월 모스크바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이후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이민 노동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노동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노동력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2022년 러시아는 경제성장률 -2.1%를 기록하며 서방의 예상보다 선방하였고, 2023년 3.6%, 2024년 4.1%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방산 경기 호황 등이 배경인데, 이 과정에서 국방·군수 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인력 수요가 발생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건설업·운송업 등의 업종에서 가장 심각한 인력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기계공학, 금속공업, 건설, 물류 등 남성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구인난이 특히 두드러졌다. 건설업의 경우 2023년에만 인력 부족이 전년 대비 31% 늘어나 약 10만 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숙련·비숙련 인부가 모두 부족하여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운송·물류 분야에서는 2023년 구인 공고가 66% 급증했는데, 그 중 3분의 1이 트럭·버스 등의 운전사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다. 농업 분야도 예외가 아닌데, 2023년 한 해에만 약 20만 명(전체 농업 인력의 3.3%)이 농촌 일자리를 떠나면서 파종과 수확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반면 서비스업 중 일부는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인데, 2022년 외국 브랜드 철수 이후 소매유통업 등에서는 내수 대체로 오히려 채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다만 이들 서비스업도 전반적인 노동력 부족 추세를 비껴가지는 못했으며, 대형 유통망을 중심으로 인력난 타개를 위해 자동화·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도시와 산업지대에서의 인력 부족과 일부 변방 지역의 높은 실업률이 공존하고 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함한 상위 10개 지역이 고용 증가를 견인했고, 특히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에서는 2023년 취업자가 56만 명 이상 늘어 전국 고용증가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이 지역들의 실업률은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반면, 남부 북캅카스 공화국들(체첸, 다게스탄 등)은 실업률이 여전히 10%를 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러시아 지역별 실업률>
[자료: RIA Rating]
러시아 고용시장은 겉으로는 낮은 실업률에 따라 탄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 우위의 시장으로 급변했다. 이러한 현상은 임금 상승, 생산성 하락 등 여러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인플레이션
러시아 경제의 해결과제인 인플레이션도 노동력 부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기업들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서로 임금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생산비용 상승과 소비수요 증대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임금이 2023년 8.2%, 2024년 8.7% 상승하며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1~2% 수준의 증가에 그치거나 정체되어,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는 갭이 발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러한 현상이 곧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이후 러시아의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이러한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난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러-우 사태 이전 4~5%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2022년 12.5%, 2023년 7.4%, 2024년 9.5%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2024년 초 “노동시장의 과열이 식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의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러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2023년 7월 7.5%였던 기준금리를 수차례 긴급 인상하였으며, 2024년 10월 21%에 도달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다른 경로로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 능력의 제약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지고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건설업 인력 부족으로 주택 및 인프라 건설이 지연되고 비용이 상승하면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물류 부문 인력 부족은 운송비 상승과 공급망 지연으로 상품 가격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또, 임금 인상 레이스로 일부 기업은 채용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활동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져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결국 노동력 부족은 임금 상승 → 인플레이션 → 긴축정책 → 투자 둔화의 경로로 러시아 경제 전반에 복합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임금 주도 물가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경제가 “과열된 엔진에 연료가 더 투입되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노동공급 기반을 확충하지 않으면 안정적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우 사태 종식 이후의 고용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러-우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종전은 몇 가지 긍정적 효과와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안겨줄 전망이다.
첫째, 러-우 사태에 동원된 인력의 복귀다. 현재 전선에 투입된 수십만 명의 병력이 종전 시 상당수 제대하여 민간 노동시장에 재편입될 것이다. 이는 특히 20~40대 젊은 남성 노동력의 복귀를 의미하여, 제조업·건설업 등에서 부분적으로 인력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둘째, 해외로 떠난 인재들의 일부 귀환이 예상된다. 2022년 이후 국외로 이탈한 러시아인 중에는 IT·연구개발 등 고급 인재가 많다. 사태 종식과 안보 리스크 감소로 이러한 이들의 귀국을 유도한다면, 러시아로서는 자국생산화 추진에 필요한 첨단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 정착한 젊은 인재들이 많아 귀환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경제의 구조 전환이다. 최근 3년간 러시아 경제는 내수 소비와 국방비 지출 증대로 특수한 활황을 보였으나, 종전 이후에는 방위산업 위주의 성장이 둔화되고 민간 소비재·서비스 부문이 상대적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력 수요의 양상도 변화할 전망이다. 군수공장 중심으로 몰렸던 인력 수요가 건설, 인프라, 소비재 생산, 관광 등 평시 산업으로 이동하게 된다. 성공적인 노동시장 재편은 러시아 정부가 직면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넷째, 국제 환경 변화다. 종전 이후 대러 제재와 투자환경 변화에 따라 러시아 노동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만약 서방의 금융제재 완화나 일부 해외기업의 복귀가 이루어진다면 첨단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아시아 등지로부터의 이주 노동력 유입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 또 러시아 정부는 미얀마 등 비전통적 노동력 공급처 발굴에 나서는 등 추가 대안을 모색 중이다. 러 경제개발부 장관은 “전세계 새로운 국가들로 눈을 돌려 노동력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종전 이후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저숙련 외국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며, 숙련기술 이민 및 국내 인력 양성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생산공정 최적화 및 자동화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성을 20% 향상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편, 현지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 불균형의 장기화를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노동연구센터의 로스티슬라프 카펠류슈니코프 부소장은 현재의 ‘인력 기근’ 현상이 구조적으로 광범위하여 종전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구조 문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러-우 사태로 문제가 앞당겨졌을 뿐이며, 2030년대 초반까지는 구직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러-우 사태 종식 이후에도 노동시장 불균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인구구조 개선(2010년대 출생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30년경)까지는 근본적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다. 2025년 3월 러시아 중앙은행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나가면서 구인공고 건수가 감소하는 등 노동시장 경직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다만 실업률과 임금인상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로, 큰 틀에서 인력부족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례 없는 노동력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인력 총동원, 해외 인력 활용, 기술을 통한 대체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노동공급 제약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만큼, 이러한 대응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보완과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생산성 혁신과 인적자본 개발 없이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러시아 경제가 ‘인구 절벽’을 넘어 지속 성장하기 위한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Kommersant, RBK, Tass, Ria Novosti, Ria Rating, Reuters, 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통계청, KOTRA 모스크바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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