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는 유럽, 러시아, 아시아, 중동이 만나는 교차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보스포러스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는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에, 2025년 튀르키예의 주요국들과의 외교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3월 5일, KOTRA 이스탄불무역관은 주이스탄불총영사관 기민정 부영사와 총영사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기민정 부영사 인터뷰 사진>

[자료: KOTRA 이스탄불무역관 자체 촬영] 

Q1. 외교적인 측면에서 튀르키예의 특징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튀르키예는 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입니다. 인구는 8500만 명이 넘으며, EU에서 튀르키예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는 없습니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약 7.8배에 해당하며, 독일의 두 배가 넘고, 프랑스의 1.5배에 조금 못 미치는 크기입니다.

튀르키예는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중요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보스포러스 해협과 같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조임목이 있으며,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다르다넬스 해협도 튀르키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EU와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흑해를 통해 러시아와 연결되며, 동쪽으로는 코카서스 국가들을 지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이어집니다. 남쪽으로는 이슬람이 종교적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정치적 특성 덕분에 튀르키예는 경제, 에너지, 종교, 인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허브 국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요즘은 경제와 외교를 떼어놓고 볼 수 없는데 튀르키예에 경제적으로 의미가 큰 나라 혹은 지역은 어디가 있을까요?

지리적으로는 거리가 멀지만, 미국은 튀르키예 경제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튀르키예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며, 수입에 있어서는 다섯 번째로 큰 국가입니다. 미국은 튀르키예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로, 무역수지가 최근 2년간 연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미국과의 무역 상황 개선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합니다. 또한, 미국과의 주요 교역 품목에는 항공기, 터보제트, 의약품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품목이 많아 이 관계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EU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튀르키예는 유럽의 주요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튀르키예가 가장 많이 수출한 상위 5개국 중 2개는 EU 회원국인 독일과 이탈리아이며, 영국을 포함하면 상위 5개 수출국 중 3개국이 유럽 국가입니다. 10대 수출 대상국 중에도 5개 EU 국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튀르키예와 EU는 관세동맹을 체결하고 있어, 관세 부담 없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튀르키예에 중요한 국가입니다. 튀르키예의 두 번째로 큰 수입국으로 항상 포함되며,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튀르키예의 주요 수입국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튀르키예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는 흑해를 가로질러 양국을 직접 연결하는 블루스트림과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며, 튀르키예 국내 전체 소비량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Q3. 튀르키예 외교에 있어 각 국가나 지역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미국은 튀르키예와 외교적인 측면에서 어떤 이슈가 있을까요?

미국과의 협력의 주요 고리는 NATO이며, 잠재적인 갈등의 요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정세가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1952년 그리스와 함께 NATO 회원국이 되었지만, NATO와의 관계가 항상 원활하지는 않았습니다. 1970년대에는 키프로스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2019년에는 러시아의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을 도입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NATO 입장에서 튀르키예가 매우 중요한 회원국임은 분명합니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는 NATO의 전략 자산 저장 시설이 있으며, 퀴레지크 공군기지에는 NATO의 탄도 미사일 방어 레이더 시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동을 상대로 NATO가 효과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튀르키예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튀르키예는 이러한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2024년 스웨덴의 NATO 가입 과정에서 신 회원국 가입에 대한 만장일치 조건을 활용해 미국이 자국에 F-16을 판매하도록 승인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시리아 및 주변국에서 활동하는 테러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쿠르드노동자당(PKK)에 군사적 및 재정적 지원을 해왔으나, 튀르키예는 PKK를 자국 안보의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군사 작전을 지속해왔습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튀르키예는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와 외교적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2025년 2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종전 관련 회담을 위해 튀르키예 대통령을 방문한 사례는 튀르키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등거리 외교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내 외교에서 양국의 입장이 다른 점은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우크라이나 정상회담(2025.2)>

[자료: 튀르키예 공보국]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양국 대통령 간의 개인적인 관계는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도 양국 대통령 간의 긍정적인 관계가 갈등 발생 시 문제 해결의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Q4.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가까운 EU는 튀르키예와 외교적인 측면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시나요?

EU와 튀르키예는 경제, 안보 측면 모두에서 현재의 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깝지만 더 가까워지지는 않고 또 그렇다고 더 멀어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튀르키예와 EU가 관세동맹을 체결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이 튀르키예의 주요 수출 대상국이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는 관세 협정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나, EU는 이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브뤼셀에서 EU-튀르키예 고위급 무역 대화가 처음 이루어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는 지리적으로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NATO 회원국으로서 오랫동안 EU 가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튀르키예는 1999년에 EU 가입 후보국으로 지정되었고, 2005년에는 공식적인 가입 협상을 시작했으나, 내부 정치 사정과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 등으로 인해 뚜렷한 진전은 없었습니다. 2024년 10월에는 튀르키예가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으로서 자국 내에 NATO의 주요 군사 자산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튀르키예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함께 흑해 기뢰 제거 작전 그룹을 구성하는 등 군사적인 협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U는 튀르키예를 주요 방위 이니셔티브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으며, 프랑스와 그리스 등은 튀르키예산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공급되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Q5. 튀르키예의 2대 교역국 러시아와의 외교에 관한 내용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시리아와 관련성이 높아 튀르키예에 있어 외교적인 의미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어떤 외교적인 현안이 있을까요?

튀르키예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 강력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인 아크유 원전도 러시아의 국영 기업인 로사톰과 협력하여 건설 중입니다.

튀르키예는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와 외교적 접촉을 유지하는 NATO 회원국입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가 서방의 대러 정책에 동참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비핵국가가 NATO와 같은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자국을 공격할 경우, 이를 핵전쟁 수준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으로서 이러한 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여전히 중립을 유지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 향후 갈등의 여지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근접외국(Near Abroad) 개념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간주하며, NATO 가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를 전략적 동맹국이자 흑해 안보의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를 견제하는 균형 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입장의 차이는 향후 양국 간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럴 경우, 튀르키예는 러시아로 인한 권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지역 내 유일한 세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은 러시아와 튀르키예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사점

튀르키예는 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와 인접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37번째로 크고, 인구는 8500만 명에 달하는 큰 나라이다. 한국에게 튀르키예는 14대 수출국이자, 6대 무역 흑자국(2024년 기준)이다. 약 6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하여 튀르키예 시장뿐만 아니라 튀르키예를 거점 삼아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튀르키예는 주변국 간 경쟁에서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고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NATO 회원국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서방을 위해 동방을 버리지도, 동방을 위해 서방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튀르키예 외교 정책은 주변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2025년 한 해 동안 그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료: 튀르키예 공보국, 기민정 부영사 인터뷰 및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