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025년 2월 25일, 4시간의 토론 끝에 멕시코 상원의회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주도의 새로운 에너지 개혁안을 82표 찬성, 37표 반대로 승인했다. 이번 개혁을 통해 국영 공기업법 등 신규 에너지 법률 8개가 신설되고, 멕시코 석유기금법과 같은 기존 법률 3개가 개정 예정이다. 해당 개혁안은 이후 하원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 후 최종 효력화된다.

개혁 핵심 내용

2월 25일 상원에서 통과된 셰인바움 대통령 에너지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셰인바움 대통령 에너지 개혁 내용>

[자료: 멕시코 상원의회]

<신규 도입 및 추가 개정 예정 법안>

[자료: 멕시코 상원의회]

과거 2014 페냐 니에트 · 2018년 암로 대통령 에너지 개혁

이번 개혁안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3년 페냐 니에트, 2018년 암로 대통령이 추진한 과거 에너지 개혁 사례를 보아야 한다. 2013년 페냐 니에트 대통령은 멕시코의 광범위한 에너지 구조개혁을 시행했는데, 헌법 25, 27, 28조를 개헌하여 PEMEX, CFE의 독점을 폐지하고 민간 및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했다. 민간 기업은 전력 생산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고, 정부와 에너지 수익을 공유하였으며, 생산된 석유와 가스도 정부와 분배하였다. 채굴 후 석유·가스 소유권을 민간 기업이 보유하되 세금과 로열티를 내었고, 국가 탄화수소 위원회(CNH), 에너지 규제위원회(CRE), 멕시코 석유기금 등 독립 규제 기관을 설립하였다. 

이로 인해 엑손모빌, 토탈 등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셸(Shell), BP 등 다국적 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PEMEX의 독점을 종식시켰으나, 그 결과는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로 인해 석유 및 가스 생산이 증가하고, 전력 공급 다각화에 일부 기여하였으나, 정부 보조 없이 시장 가격으로 전력이 공급되어 연료 가격이 최대 35%까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멕시코 국민들은 이를 두고 국가 주권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였을 뿐 아니라, 전략적 자원의 외국인 통제 재현이라는 점에서 암로, 셰인바움 여당과 같은 좌파 정당들이 강력히 반대하였다. 

또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PEMEX는 막대한 부채한 문제와 비효율적인 운영 구조가 유지되었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 되었다. 이에 2018년 암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해당 에너지 개혁의 일부를 철회하였는데, 국가 주도 에너지 전략을 복원하고 민간 입찰 취소, 전력 생산에서 민간 참여 제한 등을 실행한 바 있다. 

2025년 셰인바움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차이점은 무엇인가

① PEMEX(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권한 강화

이번 셰인바움의 에너지 정책은 암로 대통령의 정부 주도 전력 생산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PEMEX는 공급업체 미지급 부채 1500억 페소 이상, 금융 부문 1조9690억 페소라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지만, 이번 개혁으로 프로젝트의 통제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 하에 다양하게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2013-2014년 개혁에서 도입된 팜아웃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탐사 및 추출 프로젝트에 민간 부분과의 공동 참여가 가능해지지만, PEMEX는 입찰 절차 없이 직접 민간 기업을 선택할 수 있고, 탐사 구역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유지하며, 자본 출자 의무 없이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PEMEX가 자금 부담 없이 자금 새로운 유전 개발 및 탐사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PEMEX가 운영권을 독점하면서도 자금은 민간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투자 유인을 매우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2025년 멕시코 정부는 PEMEX에 대해 약 2464억9100만 페소 부채 한도를 승인했으며, 이는 연방 총 부채의 약 20%를 차지함. 또한, 정부는 PEMEX가 금년 부채 및 대출 상환을 위해 약 1360억 페소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임.

** 팜아웃 모델 :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계약 형태로 한 회사(farmor)가 탐사·생산 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또는 일부 권리(지분)을 수령자(farmee)에게 양도하는 방식. 대가로, 팜인 수령자는 탐사, 시추, 개발 등 프로젝트 관련 비용을 부담한다. 팜아웃 모델 내에서 기업들은 자본 접근성 확보, 위험 완화, 지식 및 전문성 공유가 가능하다.

② CFE(멕시코 연방전력청) 전력 의무생산비율 54% 공식화

비록 CFE 전력 의무 생산비율 54%는 전 암로 대통령 당시 제안되었던 이니셔티브이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공식화 되었으며, CFE는 국가 전력망에서 자사가 생산하는 에너지가 우선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권리를 보유함과 동시에 전체 전력 생산량의 최소 54%를 생산해야 한다. 나머지 46%는 민간 부문과의 혼합 투자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고, 국가는 전력 생산 프로젝트에서 최소 54%의 직·간접적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

<멕시코 전력생산 비율>

 * 참고: 한국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약 96%이상 전력을 공급

[자료: CFE, 2024]

<멕시코 부문별 전력 설치 용량(Installed capacity)>

[자료: CFE, 2024]

전문가들은 멕시코가 이미 CFE가 전력 생산을 72%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전력 생산 54% 의무 규정을 별도로 둔 이유로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자 함인데 72%라는 높은 비율은 정부의 최근 개입이나 민간 부문의 참여 감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54%라는 최소 생산 비율을 법적으로 명시함으로써 향후 민간 투자 증가가 발생하더라도 CFE가 전력 생산의 과반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동시에 민간 투자를 장려할 수 있다. 54% 최소 목표치는 민간 부문이 최대 46%까지 생산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면서도 국가 통제권을 잃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데, 이는 특히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와 같이 국가가 자원과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일 수 있다. 셋째, 미래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자 함이다. 니어쇼어링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근 멕시코 국경 지역에는 단전 등이 빈번하다. 민간 부문에서 재생 에너지가 프로젝트가 본격화 되면 전력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는데, 54% 의무 규정은 이러한 민간 부문의 확장에도 CFE가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③ 재생에너지 발전 촉진

2023년 기준 멕시코의 에너지 80% 이상은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8% 내외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확대를 후보 시절 때부터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 왔으며, 이번 개혁을 통해 민간 부문의 발전 참여는 주로 재생 에너지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가 촉진될 예정이다. 이는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한 전임 암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대조적인 접근법이다.

<2025-2030 멕시코 국가 전력 시스템 강화 계획 주요 내용>

[자료: CFE]

<멕시코 전력 발전원별 비중>

[자료: KOTRA 2025 멕시코 진출전략,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멕시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자료: KOTRA 2025 멕시코 진출전략,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주요 논점

셰인바움 대통령의 에너지 개혁안 주요 쟁점은 관점은 민간 참여를 제한하고, 에너지 생산에 있어서 국가의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연 해당 개혁이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국영에너지 기업들의 재정적 안정 유지가 가능한가이다.

먼저, 개혁안이 민간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은 3가지로 가능하다. 첫째, 이번 개혁안은 CFE가 국가 전략의 최소 54%를 생산하고, 민간 부문 전력 생산 비율을 최대 46%로 제한한다. 이러한 조치는 민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축소시켜 경쟁을 제한하고, 국가의 통제권을 강화한다. 둘째, PEMEX는 탐사 지역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유지하고,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에서 자본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민간 기업들이 참여는 할 수 있지만, PEMEX가 프로젝트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구조 하에서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국가에너지위원회 설립은 독립적인 규제 기관들을 통합함으로써 규제의 독립성을 감소시키고,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시킬 수 있다.

반면, 개혁안이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고 주장하는 방식 또한 3가지로 정리가 가능하다. 첫째,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PEMEX는 이번 개혁으로 복잡한 입찰 절차 없이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운영에 있어 유연성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은 자본과 자문 지식을 제공하면서도, 프로젝트의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멕시코 정부 입장에서는 위험 분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유화를 유지하면서도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둘째,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민간 참여 촉진이 가능하다. PEMEX와 CFE는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충분한 자원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간 부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화석 연료 운영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셋째, 혼합 투자 모델을 통해서 민간 자본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유입되면서도, 국유 자산의 민영화 없어도 PEMEX와 CFE의 재정적 부담이 완화 될 수 있다.

따라서, 멕시코 정부의 핵심 전략은 통제된 자유화로 정부는 민간 자본을 유치하지만, 국가의 에너지 주권을 우선시 하는 엄격한 조건을 부과한다. 국영 기업들이 운영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부문은 자본과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방식인 것이다. 특히, 재생 에너지와 같은 국영 기업들이 제한된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민간 부문의 효율성과 혁신성을 활용한다.

시사점

이번 개혁을 통해 8개 법이 신설되고, 3개의 법이 부분적으로 수정될 예정이다. 여당인 모레나당은 이번 개혁이 페냐 니에트 정부 시절의 2013년 에너지 개혁의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으로 에너지 생산 부문에서 국가의 통제권을 가져 갈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경쟁과 민간 투자 없으면 전력 비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며, 규제 기관 폐지는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욕을 꺾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비록 상원에서 해당 개정안은 통과 되었으나 하원에서의 법안 승인에 대한 진통이 예상된다.

셰인바움의 에너지 개혁안은 국가 에너지 주권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복합적인 전략이다. 국영 기업들이 핵심 에너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민간 부문은 재생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혼합 접근 방식은 이론 상으로는 PEMEX와 CFE의 재정적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민영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 이러한 개혁안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미지수이며, 앞으로 면밀한 주시가 필요하다.

자료: CFE, 멕시코 상원의회, 멕시코 연방정부,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El financiero, El Pais 등 현지 언론, KOTRA멕시코시티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