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사태 이후 해외 기업의 카자흐스탄 투자진출 동향

러-우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CIS 지역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되고 있다. 그 중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높은 소득수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치 환경을 통해 중앙아 국가들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 유입 측면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EAEU 회원국으로 러시아 시장과 교역이 용이하고 유럽과 중국을 잇는 물류 허브라는 측면에서 러시아의 대체 시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해외 기업의 카자흐스탄 이전 및 투자는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에 영향을 받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현상은 러시아로부터의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이점 확보와 동시에 정치적 불안정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프랜드 쇼어링(Friendshoring)적인 틍성을 동시에 보인다. 러-우 사태 이후 러시아 소재 기업의 대표 사무소 또는 생산 시설 중 일부를 카자흐스탄으로 이전하거나 카자흐스탄 지사로의 투자를 확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카심-조마르트 대통령은 해외 기업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2023년 투자 인센티브 제도를 정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24년 3월 국가경제부 바우르잔 쿠다이베르게노프 차관은 약 15억 달러 규모의 41개 기업이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전을 완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급망 재편 흐름 속 해외 기업의 카자흐스탄 이전 및 투자 진출은 2022년 28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 후 2023년 234억 달러로 일부 감소하였다. 2024년 1분기 기준 외국인 직접 투자 총 유입은 전년 동기(76억 달러) 대비 26.3% 감소한 56억 달러였다. 지역별로는 서부 유전지대인 아티라우, 경제 중심지인 알마티, 수도인 아스타나로 해외 투자가 집중되었다.

국가별 카자흐스탄 투자진출 동향

2005년부터 2023년 국가별 누작 투자액 기준 주요 투자국은 네덜란드, 미국, 스위스, 중국 러시아이며, 한국은 누적 투자액 181억 달러로 총 9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카자흐스탄의 7대 투자국은 네덜란드(60억 달러), 러시아(28억 달러), 스위스(21억 달러), 중국(16억 달러), 한국(11억 달러)이었고, 미국(10억 달러)과 벨기에(10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2023년 기준 카자흐스탄 7대 투자국>

(단위 : 백만 달러, %)

* 자료 : 카자흐스탄 국립은행

네덜란드의 경우 Shell(에너지), CB&I(에너지), Witteveen&Bos(건설), Philips(가전) 등 유수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2024년 8월 기준 602개의 합작 기업이 활동 중이다. 카자흐스탄의 최대 투자국으로 광산업, 제조업, 도소매 판매업에 투자가 집중되어있다. 2024년 8월 기준 23,670개의 러시아 합작 기업이 카자흐스탄에 등록되어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어가 통용되는 이점을 활용하여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해있으며, 대러 제재 이후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진출 또는 사업 확대하고 있다. 스위스는 주로 에너지, 제조업, 제약, 헬스케어, 농업 및 식품산업에 투자진출 중이며, 2024년 8월 기준 291개의 스위스 기업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Novartis(제약), Roche Holding(의료기기), ABB(전력), Glencore International(에너지) 등이 있다. 중국 기업의 경우 SINOTEC, CITIC, China Investment Corp., CNPC, Industrial & Commercial Bank of China 등 원유·가스 생산 및 운송, 농업, 광산, 건설, 금융 등 국가 주요 산업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4년 8월 기준 약 4,524개의 중-카 합작기업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8-2024(상반기) 업종별 한국의 대 카자흐 투자액>

(단위: 백만 달러)

* 자료 :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의 對카자흐스탄 투자는 주로 금융 보험업, 제조업, 건설업, 부동산업에 집중되어있다. 한-카 수교 이래 한국의 대 카자흐스탄 누적 투자액은 약 28억 달러이며, 산업 별 누적 투자액은 금융 및 보험업(7억 4,597만 달러), 제조업(5억 9,765만 달러), 건설업(4억 4,376달러), 부동산업(2억 6,907만 달러), 광업(2억 2,202만 달러) 순이었다. 최근 5년 간 투자가 집중된 분야는 제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현지 조립생산 공장 건설, KT&G의 카자흐스탄 신공장 건설 등 대기업 진출이 큰 영향을 미쳤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투자 유치 정책

카자흐스탄 정부는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 자국 산업의 발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2022년 투자 촉진 전략을 개발하고 투자 인센티브 제도를 정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해외 기업을 카자흐스탄으로 적극 유치 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에 지시하였고, 그 결과 2022년 6월 ‘2022-2026 투자 정책 개념’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신규 투자 정책 개념의 주요 목표는 2026년까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포함한 투자 유치를 극대화하여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있다. 특히 석유 및 가스 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비자원 분야(제조업, 농업, 관광업) 투자를 확대하며 산업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장려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국내 및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규제 환경 간소화 및 투자자 권리 보호 강화)을 통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며, 녹색경제 및 지속가능성 촉진을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 및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과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정부는 또한 신규 투자 정책 개념의 실행을 위해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기관인 KAZAKH INVEST와 AIFC를 포함하여 국가 경제부, 외교부, 재무부 등 다양한 기관과 부처 간 협력을 강조하였다.

<‘2022-2026 투자 정책 개념’ 주요 원칙, 접근 방식, 기대 효과>

* 자료 : https://adilet.zan.kz

또한 카자흐스탄 정부는 신규 투자 정책 개념 도입 이후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확대, 해외 기업의 투자 진출 및 기술 이전을 통한 산업구조 다각화 실현을 위한 ‘2023 투자 촉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동 계획의 일환으로 알리한 스마일로프 전 총리는 2023년 연말까지 170건 이상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족할 계획을 발표 하였으며, 투자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투자 유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무엇보다 우선 산업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비하여 세금 혜택 및 금융 서비스 제공을 통한 투자 환경 개선에 주목하였다. ‘2023 투자 촉진 계획’에 따른 주요 투자 유치 산업으로는 첨단 제조업, 농업, 재생에너지, 디지털 산업 등이 있다. 정부는 동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 기업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세금, 행정 법률 분야의 우선 혜택 및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3 투자 촉진 계획’ 주요 투자 유치 산업>

* 자료 : https://adilet.zan.kz

정부 인센티브

카자흐스탄 정부는 산업별, 투자 유형 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해외 기업의 투자진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각 유형 별 최소 투자 금액을 초과 할 시 정부와 직접 투자 계약을 진행을 통해 투자 인센티브 협상이 가능하다. 특히 Green Field(제조업, 식품 가공업, 관광업, IT 및 혁신 기술, 재생에너지) 분야와 Brown Field(기존 공장 및 설비의 리노베이션, 업그레이드 및 개선) 분야에서의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우선 투자 유치 분야인 제조업, 재생에너지, 관광, 식품가공 등에서는 최대 10년간 법인세, 재산세, 토지세 등이 면제되며,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지 않는 설비의 수입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면제된다. 또한 국가 기금을 통해 프로젝트 자금 지원(보조금)과 저리 대출 등이 제공되며,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과 ESG 원칙의 확산을 위해 친환경 기술 및 에너지 절감 등 환경보호를 위한 기술 도입 시 추가적인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카자흐스탄 주요 산업별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 자료 : Kazakh Invest

시사점

러-우 사태 지속으로 CIS지역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 되고 있다. 대러 경제 제재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중부회랑과 북남회랑이 교차하는 중앙아 물류의 허브이자 러시아 대체 시장으로서 카자흐스탄의 중요성이 확대되며 해외 기업의 투자 및 진출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외 기업의 투자·기술 이전 영향으로 인한 산업 발전 가속화 및 경제 다각화, 정부의 정책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2024년 9월 무디스는 카자흐스탄의 장기 등급을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공급망 재편 속 경제 다각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자원 산업 개발을 유지함과 동시에 경제 펀더멘털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2024년 11월 1일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2024 카자흐스탄 글로벌 투자 라운드 테이블’에서 정부는 40여개국 500여명의 참가자들과 주요 산업(농업, 에너지, 광산, 금융, 식품 산업)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투자 동향과 투자 전략, 국제 자본 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발에 대해 논의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특히 경제특구 운영, 투자자 대상 세금 혜택, 외국인 노동력 고용 절차 간소화를 통한 우호적인 투자 환경 조성에 대해서 언급했으며, Green Corridor와 Fast-track을 통한 투자프로젝트 승인 절차 간소화 및 투자자 권익 보호 강화에 대해서도 강조하였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이러한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들이 우리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2024년 6월 양국 정상이 스마트팜, 고부가가치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및 온실가스 감축 등 산업 분야에 관한 MOU를 체결한 만큼 정부간 중점 협력 분야를 활용한 현지 진출을 도모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원 : 카자흐스탄 통계청, 카자흐스탄 국립은행, adilet.zan.kz, inbusiness.kz, forbes.ru, invest.gov.kz, 알마티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