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는 <SEMICON Japan 2024>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SEMICON Japan은 1977년 첫 개최 이후 매년 도쿄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로, 반도체 제조장비, 소재, 소프트웨어 및 관련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실제 SEMICON Japan은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세계 반도체 전시회 가운데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SEMICON West>, 대만의 <SEMICON Taiwan>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전시회의 ‘빅3’로 불린다.

<전시회 개요>

[자료: SEMICON JAPAN 공식홈페이지]

전시회 현장 스케치

3일간 개최된 일본 최대의 반도체 관련 전시회에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이 참여했다. 본 행사인 SEMICON Japan을 비롯해 APCS(Advanced Packaging and Chiplet Summit), ADIS (Advanced Design Innovation Summit), FLEX Japan 등 연계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면서 도쿄 빅사이트의 동편(East Hall) 8개 관을 모두 사용할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컸다.

<전시회 플로어 맵>

[자료: SEMICON JAPAN 공식 홈페이지]

올해 SEMICON Japan은 “반도체의 미래가 이곳에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반도체 산업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제시했다. 실제 전시회 개최 기간 일본의 주요 반도체 제조 장치, 소재 관련 기업들의 신제품, 기술/솔루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메인 행사장인 Super Theater 바로 옆에 전시 부스를 설치한 라피더스는 전시회 기간 자사 활동에 대한 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특히 라피더스 관계자는 네덜란드 ASML사에 주문했던 EUV 노광장치의 정식 반입이 12월 14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라는 점과, 2025년 4월 2나노 공정의 프로토타입 반도체 생산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2027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안내하기도 했다.

<SEMICON Japan 2024 Rapidus 부스 정면 조감도>

[자료: Rapidus]

또한, 전(前)공정에 의한 반도체 미세화, 첨단화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후(後)공정 반도체 제조 기업에 대한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현지 반도체 후공정 제조장비업체인 DISCO, Adventest(어드밴테스트)의 전시 부스엔 참관객의 수가 많았으며, 특히 DISCO는 행사장 내 가장 큰 부스를 마련하고 그라인더 등 제조 장비 17대를 전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SEMICON Japan 2024 전시장 모습>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자체 촬영]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R&D 연구, 인재 양성에 관한 세미나도 이어졌다. 일본 기술연구조합 최첨단반도체센터(이하 LSTC) 히가시 테츠로 이사장은 'LSTC를 통한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LSTC의 역할과 활동 동향을 소개했다. 히가시 테츠로 이사장은 "LSTC가 2022년 12월에 설립된 이후 라피더스, 소프트뱅크, 산업기술총합연구소(산총연), 이화학연구소, 도쿄대 등 다양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첨단 반도체 연구와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2나노 반도체 기술을 통한 엣지 AI 가속기 개발'과 'Beyond 2nm 및 TAT(Turn-Around-Time)를 줄이는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 등 주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NSTC, 벨기에의 IMEC 등과 협력해 글로벌 연구개발을 추진"함과 동시에, "일본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엔지니어들을 미국 텐스토렌트사로 파견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반도체 산업에 가장 큰 문제로 주목받는 '인재 확보' 문제에 대해 관련 기관이 어떤 활동을 수행 중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SEMICON Japan 2024> 한국관에 총 9개 사 참가

KOTRA 도쿄무역관은 한국산업지능화협회(KOIIA)와 함께 SEMICON Japan 2024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하여 국내 반도체 부문 중소·중견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올해 한국관에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활용되는 소재, 부품, 장비와 관련한 기업을 비롯해 제조공정 AI 솔루션 기업 등 유망기업 총 9개 사가 참가했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일본 시장에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한국관에 참여한 T사는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기대되는 제조 장비를 취급하고 있어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전했다”라며, “전시 기간 구체적인 데모 요청, 기술 협의 등의 제안을 다수 접수해 상당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라고 언급했다.

<SEMICON Japan 2024 한국관 운영 모습>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SEMICON Japan 2024> 전시회는 개최국인 일본을 포함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려는 열기로 뜨거웠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소재와 제조 장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이번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면서, 현지 언론에서도 올해 일본 국내외 참가기업 수가 2023년 961개 사 대비 15% 이상 증가한 1100여개 사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관에 참여한 우리 기업 O사도 “생각보다 참가기업과 참관객이 많이 방문하여 자사 제품 소개와 홍보가 충분히 가능했다”라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을 육성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었다. 12월 11일 개막식에서 연사로 등단한 아마리 아키라 전 중의원은 “첨단 반도체 생산을 TSMC 1곳에만 맡기는 것은 세계 최대의 리스크”라며 라피더스의 존재 의의를 청중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축사 영상을 보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반도체 관련 투자를 일본 전국에 전개해 나갈 것이며 정부도 전력으로 지원하겠다”라고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 17일 통과한 '24년도 보정예산에 ‘새로운 경제 대책’을 포함하고 2030년까지 반도체, AI 분야에 10조 엔 이상의 정책적 지원과 향후 10년간 민관합동으로 50조 엔 이상의 국내 투자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의 동향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SEMICON Japan 전시회는 일본과 글로벌 시장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이 현장의 목소리와 내년도 산업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반도체 가치사슬에 합류할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바,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자료: SEMICON Japan 공식 홈페이지, 일본경제신문, KOTRA 도쿄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