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루마니아 대선 정보 및 정치 구조

지난 2024년 11월 24일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가 이루어졌다. 루마니아의 대선은 5년 주기로 이루어지며, 이번 선거는 혁명 이후 루마니아에서 치러지는 9번째 대통령 선거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유럽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권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직의 상징적 및 실질적 권한을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로 여겨지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중심제가 혼합된 이원집정부제로 운영된다.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주로 상징적인 지위에서 외교와 국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행정 권한은 주로 다수당 출신의 총리에게 집중되어 있다. 현 대통령은 중도 우파 국민자유당(PNL) 소속 클라우스 베르네르 요하니스(Klaus Werner IOHANNIS)이며, 2014년 12월 21일 취임, 2019년 재선하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루마니아의 대선은 1992년 이후부터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가 2차 투표에서 다시 겨루게 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의회는 양원제로 구성된다. 의원들의 임기는 4년이며, 지난 2020년 12월 6일 총선을 실시하여 올해 대선과 동시에 총선도 치러질 예정이다.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 330명의 하원과 136명의 상원을 선출하며, 의석 획득을 위한 최소 정당득표율은 4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득표율 20% 또는 전국 득표율 5% 이상이다. 두 정당이 정치적 연합을 결성한 한 경우, 기준은 8%, 세 정당의 경우 9%, 네 정당 이상일 경우 10%까지 올라간다. 루마니아는 민주적 다당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요 정당으로는 사회민주당(PSD), 국민자유당(PNL), 구국연합(USR), 결속동맹(AUR), 헝가리인 민주연합(UDMR) 등이 있다.

<루마니아 주요 정당 소개>

[자료: 각 정당 홈페이지 및 KOTRA 부쿠레슈티 무역관 자체 조사]

1차 투표 결과, 무소속 극우 컬린 제오르제스쿠(Călin Georgescu) 후보 1위

2024년 루마니아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총 14명(당원 10명, 무소속 4명)이었으나, 루도빅 오르반(Ludovic Orban) 후보가 엘레나 라스코니(Elena Lasconi) 후보를 위해 대선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하며 최종적으로 총 13명의 후보가 11월 24일 1차 선거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CURS(www.curs.ro) 연구소 및 BCS가 실시한 1차 투표 전 여론 조사에 따르면 PSD 소속 마르첼 치올라쿠(Marcel Ciolacu) 후보가 27~28%의 득표율로 앞서고 AUR 소속 제오르제 시미온(George Simion) 후보와 PNL 소속 니콜라에 치우커(Nicolae Ciucă) 후보가 각각 16~17%의 득표율로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루마니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무소속 컬린 제오르제스쿠(Călin Georgescu) 후보가 22.9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위는 19.17%의 득표율을 기록한 중도 우파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Elena Lasconi) 후보였으며, 지지율 50%를 넘은 후보가 없어 12월 8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사실상 ‘기타’ 후보로 분류되며 지지율이 5%를 넘지 않았던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1위로 오른 것은 루마니아 안팎에 충격을 주었으며, 그 약진의 배경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틱톡에서 약 29만 8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선거 홍보 기간 동안 자신이 유도하는 모습, 루마니아 전통 옷을 입고 백마를 타는 모습 등을 극적인 음악 및 자막과 함께 틱톡에 올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루마니아 사회민주당(PSD) 후보 없이 치러지는 결선 투표는 30년 만에 처음이며, 두 후보의 1차 투표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아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TikTok 및 Facebook 소셜 미디어 페이지 이미지>

[자료: 루마니아 현지신문(Adevărul.ro)]

두 결선 후보의 공약 살펴보기 - ① 컬린 제오르제스쿠(Călin Georgescu)

루마니아 환경부 등 주로 환경 분야에서 근무한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기독교를 실물 경제에 적용하는 '음식, 물 에너지(Hrană, Apă, Energie)'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루마니아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모든 경제 활동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를 목표로 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주권-분배주의’라는 새로운 사회 경제적 모델을 도입해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를 개혁하고, 물과 토지를 포함한 천연자원에 대한 전략적 투자 및 직업학교 개편을 통해 국가를 재전문화 할 것이라 밝혔다. 그의 공약의 전략적 목표는 루마니아인들에게 미래의 진정한 자유와 안전하고 평화로운 번영, 조화, 존엄성 및 희망을 돌려주는 것이다.

'친러'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반대하고 러시아를 강력히 지지하는 발언을 해온 바 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의 발언 및 공약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농산물 수입 할당량 제한을 해제하여 피해를 본 루마니아 농민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한편으로는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평을 얻기도 했다.

<제오르제스쿠 후보 핵심 공약>

[자료: Știrile Pro TV, HotNews.ro 등 루마니아 현지 언론 및 대선 후보 공약문]

두 결선 후보의 공약 살펴보기 - ② 엘레나 라스코니(Elena Lasconi)

전문 경제학자로 저널리즘 분야에서 종사한 엘레나 라스코니 후보는 “일부만을 위한 루마니아가 아닌 모두를 위한 루마니아!”라는 구호 아래 소득과 구매력 증대, 국가 재산업화, 고속도로 완성, 교육과 건강에 대한 평등한 기회, 존중의 다섯 가지를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으로 젊은 유권자와 도시 인구를 주로 타겟팅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다 안전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마약 사용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며 인구 감소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가 당선될 경우 루마니아 역대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며, 그녀는 5년의 임기가 끝나면 EU,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루마니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약을 이룬 국가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당선 이후 루마니아 대통령으로서 방문하는 첫 번째 나라를 몰도바로 할 예정이며, 몰도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마이아 산두(Maia Sandu)를 만날 것이라 밝혔다.

<라스코니 후보 핵심 공약>

[자료: Știrile Pro TV, HotNews.ro, Europa Liberă România, Spotmedia 등 루마니아 현지 언론 및 USR 홈페이지]

헌법 재판소의 결정과 향후 일정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2024년 12월 6일(금) 오후,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대선 1차 투표를 무효화하고 대선 전 과정을 다시 진행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결선 투표 후보였던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선거법 위반과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작전 개입 의혹을 주요 근거로 내세운 결정이었다.

앞서 12월 4일, 루마니아 최고국방위원회(CSAT)는 기밀 문서를 해제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는데, 해당 문서에는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선거법 위반 내역과 더불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및 해킹 시도에 관한 구체적 정황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틱톡(TikTok)과 텔레그램(Telegram) 플랫폼을 통한 SNS 알고리즘 조작으로 선거 캠페인을 전개했으며, 불법 자금 조달 혐의도 함께 제기되었다.

루마니아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 절차가 초기화됨에 따라, 루마니아 연립정부는 대선 전면 재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2025년 봄에 대선 1차 재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시사점

2024년 루마니아 대선 사태는 국가 안보 및 국제 정치 문제로 확대되었다. 특히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루마니아는 향후 사이버 안보 및 선거 시스템 보안 강화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EU 및 NATO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책 마련이 요구될 가능성도 높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루마니아의 정치 일정 지연과 정국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과 관련된 일체 과정(지지 서명 수집, 후보자 등록, 선거 운동 등)을 모두 새롭게 시작해야 하므로 2025년 봄에 대선 일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 간 연합과 권력 재편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국 혼란과 정치 불안정이 루마니아 내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국제 선거 제도 재단(IFES), 주루마니아 한국 대사관, Europa Liberă România, Adevarul.ro, Economica, HotNews, Știrile Pro TV 등 루마니아 현지 언론, 연합뉴스, 한겨레 뉴스, 매일 경제 등 한국 언론 외 부쿠레슈티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