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기 팀장, 현대 글로비스

전자 상거래의 비중 증가

ARA의 2023 Online Retail Trends & Statistics in Australia에 따르면, 타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적었던 호주의 전자상거래(도소매) 비중이 COVID-19 이전 10%에서 2023년에는 30%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제 호주의 소비자는 구매하는 세 가지 제품 중 하나를 Amazon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하고 있다. IBIS World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택배와 같은 배송 산업도 함께 증가했으며,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8%씩 성장했다.

자본과 인력 중심의 물류산업

물류 산업의 주요 자산 및 인프라는 주요 수요처인 대도시 인근에 위치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물류 산업에 대한 투자는 높은 지가(地價)를 감당해야 하며, 도로와 같은 주변 인프라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에 전문화된 창고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록, 입고, 보관, 관리, 출고, 송장 발급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호주처럼 지가와 인력 비용이 많이 드는 시장에서 대규모 물류 설비를 신규 구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많은 리스크가 동반된다.

* 주1: Sydney 평균 지가는 1m²당 190만 원 수준

* 주2: 초급 직원의 연봉은 5000만 원 수준이며, 관리자는 1억 원 정도의 연봉을 지급받음

물류 인프라의 발전

물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공항, 도로, 항만 등의 물류 인프라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다행히 호주에서는 시드니 제2공항, 주요 간선 도로의 확장, 그리고 도심 우회 터널 등이 완공되거나 추진하고 있어 물류 산업 발전의 기본 여건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2025 첫 개항을 앞둔 시드니 서부 공항>

[자료: Australia Aviation Magazine]

데이터 중심의 판단 시스템 도입

전자 상거래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주문서(PO/Purchasing Order)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력이 아닌 데이터 중심의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순 주문서 접수 및 송장 발급 외에도 재주문 및 재입고(Reorder, Restocking)주문도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전자 상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품목이 늘어나면서 주문서도 더욱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를 대리해 업무를 수행하는 물류업체에서는 많은 품목을 매번 확인하고 주문서를 따로 발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해 계절별, 지역별, 고객별 여러 요소를 종합 분석함으로써 적절한 재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제품의 보관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시장 확대의 용이성

전산화되고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은 새로운 시장 진출에도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시드니에 위치한 창고에서 1000km 가까이 떨어진 브리즈번에서 받은 주문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선사-창고-운송사를 통해 화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착 및 배송 시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장거리 운송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전문(Interstate) 운송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여러 개의 창고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

<호주의 주요 물류 Hub 및 운송 route>

[자료: Australia Aviation Magazine]

관련 기술의 발달

전산화 및 자동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 주문 시스템, 창고 관리 프로그램, 운송사 관리 프로그램 등은 이미 대부분의 물류 회사에 보급돼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솔루션들이 소개되고 있다. 인력 절감 측면에서는 드론을 사용한 재고 조사(Stocktaking), 자동 Pick and Pack, 로봇을 활용한 자동 출입고 장비 등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더 나아가, 창고의 경우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1~2인의 최소 관리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완전 자동화 창고도 선보이고 있다.

* 주: 물류기업 Synnex는 2022년 완전 자동화된 물류창고를 Sydney 지역에 완공함

<Drone을 사용한 재고관리 개념도>

[자료: Dji]

호주 물류 사업의 미래

호주는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환경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자동화가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현재 입고, 보관, 출고 단계에 그친 무인화 시스템이 최종 배송지까지 무인화될 시기가 멀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이미 드론을 이용한 격오지 배송이나 무인 차량을 통한 배송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 도입으로 인해 호주의 소비자는 더 빠르고 안전하게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시장의 확대로 인해 물류 산업도 선순환을 이루어 물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호주 주요 물류 기업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손익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호주 최대 물류기업 Qube 사의 주가 추이>

(단위: 호주 달러)

[자료: Market Index]

<호주 주요물류기업>

[자료: Ken Research]

호주 물류 산업의 주요 트렌드

전자상거래가 주요 유통 경로로 성장하고 물류 산업에 적용 가능한 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변화할 주요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수요 예측 및 재고관리 최적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이 하던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를 전산화를 통해 더 정확하고 폭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관리하게 되면서, 같은 수량의 물건을 취급하더라도 필요한 창고의 면적이 작아질 것이다. 아울러 입출고 효율화로 운송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2. 무인화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창고에 투입되는 인원이 크게 감소하거나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술은 인간이 물건을 넣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방지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로봇틱스를 중심으로 하는 물류 기술은 인간의 개입 자체를 최소화하고 배제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으며, 배송 무인화가 실현되면 운송 시간의 제약과 사고 위험이 줄어들어 적은 트럭으로도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3. 서비스 수준 개선

인간이 개입됐던 물류에서는 사고, 분실 또는 오류로 인한 고객 불만 가능성이 높았다. 자동화되고 전산화된 물류 시스템은 이러한 불만 요소를 최소화해, 별도의 고객 서비스 대응 능력이 부족한 화주(고객사)들도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물류 산업의 비중 증가

물류 산업이 단순히 물건의 이동과 보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유통, 고객 분석, 시장 분석, 신제품 개발, 지역화, 차별화 등 핵심적인 사업 개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미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돼 산업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나아가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주요 사업 요소로 성장할 것이다.

시사점

물류 산업은 전통 산업으로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최근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생필품에까지 확대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AI, 로봇, 드론, 클라우드 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호주는 고비용 구조로 인해 이러한 첨단 기술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도약하는 산업에 초기 진입하는 것은 브랜딩과 마케팅뿐만 아니라 기술과 경험 축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점이 된다. 한국에도 로봇이나 자동화 설비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으며, 호주 시장에도 활발하게 진출해 국제적인 레퍼런스를 쌓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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