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만 봐서는 일반적인 험비(군용 지프차) 차량이다. 그런데 차량 뒤편에 레이더로 보이는 기기 부분이 심상치 않다. 이 차량은 튀르키예 국영방산 기업 Aselsan이 개발한 KORKUT 25다. 차량 후미의 센서가 이동 중인 극소형의 드론을 감지하면 25mm 공중탄으로 격추시킨다. 현장의 Aselsan 담당자는 KORKUT 25를 가리키며 '드론 잡는 사냥꾼'(Drone hunter)이라 불렀다.

<SAHA EXPO 전시 방산 차량>

[자료: Aselsan 제공]

지난 10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개최된 튀르키예 SAHA EXPO는 튀르키예의 방산산업의 자체 개발 능력을 유감없이 시현한 제품들로 가득했다. 2018년을 시작으로 올해 네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전시회는 '기술을 지배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다'(Dominate Technology, Shape the Future)라는 표어로 지난 박람회 대비 50% 넓은 9만 제곱미터 규모 면적에, 총 12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공개 관람일도 지난해에 비해 4일에서 5일로 연장했다. 주최 측 추산 약 15만 명이 참석한 이번 전시회에는 튀르키예 방산업체 담당자들은 물론 각양각색의 제복을 입은 각국 군 관계자들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SAHA EXPO 개막식>

[자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촬영]

전시회장의 배치는 특정 테마나 기술이 아닌 튀르키예의 주요 방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정 공간으로만 관람객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방산 기업들을 전시장 곳곳에 골고루 배치시키고, 이들 기업의 전시공간 중심으로 여타 국내외 기업들의 작은 부스들이 설치돼 있는 모양새다. 여기서 ‘중심’ 기업들은 모두 튀르키예 기업들이다. 이는 SAHA EXPO의 성격을 보여준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방산 전시회는 SAHA Expo와 IDEF(International Defence Industry Fair)로 양분된다. IDEF는 국제적인 성격의 전시회로 전 세계 여타 주요 방산 기업들과 튀르키예 기업들이 대등한 규모로 전시회장을 차지하는 반면, SAHA Expo는 튀르키예 방산 기업들이 중심이 돼 타국 관람객들에게 튀르키예의 방산산업 역량을 소개하는 자리다. 튀르키예 방산 시장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IDEF보다 SAHA EXPO가 유리한 이유다.

<SAHA EXPO 전시장 풍경>

[자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촬영]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는 제품군은 단연 무인기 분야다. 특히, 튀르키예 방산기업인 Baykar가 2022년 12월 15일 공대공 전투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제트 동력의 드론인 Kizilema 역시 전시회에 등장해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Kizilema는 현재 개발 중으로 이번 전시회에는 프로토타입이 전시됐다. 또 다른 튀르키예 방산업체인 Tusas는 Hurjet을 전시했는데, 이 무인기는 카본을 사용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체 무게를 경량화한 무인기로 관심을 받고 있다.

<Baykar사의 Kizilema 무인기>

[자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촬영]

튀르키예의 방산산업은 ‘수입 일변도’에서 ‘자체개발’로 나아가는 지난한 역사를 갖는다. 업계종사자들의 입에서나 엑스포 참고 자료에도 종종 언급되는 ‘1974 Embargo’(1974년 금수조치: 1974년 키프로스 사태로 서방이 튀르키예에 부과한 무기 금수 조치)는 튀르키예가 자체 방산 개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 튀르키예 현지 방산 업체들의 각종 카탈로그나 담당자들의 설명에는 이러한 자체 개발에 대한 자부심이 역력하다.

SAHA Istanbul 의장인 요네팀 쿠룰루는 개막식 연설에서 “SAHA 이스탄불은 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다. 우리는 금수조치 이래로 우리만의 자체 개발 능력을 키워왔고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준비가 돼있다”라고 밝혔다.

현지 방산업체 B 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역시 “우리는 국내외 제조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업체다. 일찌감치 자체 산업 클러스터를 이루어 서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이는 잠재적인 고객을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며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SAHA EXPO 전시장 풍경>

[자료: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촬영] 

자체 개발 역량과 의지를 가진 튀르키예의 입장에서는 무기 직수입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자국에서 무기를 개발 및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도입하는 데 관심이 많다. 튀르키예는 2008년 한국 현대로템으로부터 K-2 흑표 기술이전을 받기로 계약해 알타이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부터는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협력의 기회는 대형 방산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만 세 번째 SAHA에 참가해 소재를 납품하는 C 사는 “전시회의 포맷이 우리 회사와 잘 맞았다. SAHA는 튀르키예 현지기업이 중심이 되는 전시회로 현지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에는 더 적합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자료: 엑스포 홈페이지, KOTRA 이스탄불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