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호조와 늘어나는 건축용 자재 수요

러-우 사태에 따라 해외투자에 제약이 걸린 자본들이 러시아 내부에 투자되면서 2022~2023년 러시아 건설업은 큰 호조세를 보였다. 2022년 건설업 부문 GDP 성장률은 7.5%로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고, 2023년에도 7.9%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재로 인해 해외투자가 어려운 러시아 대기업들은 러시아 국내로의 건설 및 인프라에 재투자를 진행했고, 특히 중국과의 교역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러-중 국경지대에는 대규모 창고들이 다수 신설됐다. 또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의 수입대체화 정책(현지 생산화)에 따라 신규 생산 공장들도 다수 설립됐으며, 그에 따른 물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고속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에도 많은 자본이 투자됐다.

2024년 들어서는 군 동원령과 외국 노동자 이탈에 따른 러시아 내 노동력 부족 문제, 높은 기준금리(2024.9월 기준 19%)로 인한 투자 심리 악화에 영향을 받아 건설업 부문 GDP는 상반기 3.9%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러시아 건설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굴삭기, 포크레인, 휠로더 등 건설중장비의 수요가 많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시멘트, 페인트, 벽지 등 건축자재의 수요도 대폭 증가했다. 그중 건축용 접착제는 수입 의존도가 높고 (80%), 비교적 진출 진입 장벽이 낮아 신규 진출을 검토해 볼만한 품목으로 꼽힌다.

따뜻한 시기가 오면 러시아인들은 시골에 있는 별장(Dacha)에서 여가를 즐기거나 도심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모기지 붐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구매하였고, 이에 따라 실내 인테리어 수요 또한 같이 증가했다.

러시아 대표 배달 서비스 Dalli 연구자료에 따르면, 올해 봄과 여름 동안 건축 자재 소비는 약 53% 증가했으며, 평균 구매액 또한 전년 대비 17% 증가한 6162 루블(약 69달러)로 나타났다. 또한, 건축용 자재 온라인 판매 플랫폼 “Vse Instrumenti”에 따르면 올해 접착제, 페인트, 컴파운드(sealing compounds), 벽지, 전동공구 등 건축 자재의 소비는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건축용 접착제, 스크리드(바닥 미장), 석고, 믹스 모르타르(시멘트, 모레, 물의 혼합물)을 포함한 건축용 혼합물의 러시아 내 판매량은 최근 5개년 평균 10.8%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1600만 톤을 기록했다.

<2019~2023년 러시아 내 건축용 혼합물 판매량 동향>

(단위: 백만 톤)

[자료: BusinesStat]

한편, 러-우 사태에 따른 물류비 상승 및 루블화 가치하락에 따른 수입 가격 상승으로 러시아 건축자재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러시아 시장분석기관 BusinesStat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건축 자재 가격은 평균적으로 20~40% 상승했으며, 접착제, 실란트, 폴리우레탄 폼, 믹스 모르타르 등의 가격 상승 폭은 더욱 높았다고 한다. 2024년 상반기에도 가격 상승은 계속 이어졌으며, 러시아 전국 건설업 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건축 자재는 전년 대비 10~15% 더 비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해외 의존도와 수입 동향

러시아 건축자재 시장은 비교적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건축용 접착제류의 수입의존도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또한 국내 생산량의 50% 정도가 서방 제조 장비에 70~100% 수준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접착제와 실란트의 경우 러시아 내 가동 중인 제조 장비가 대부분 외국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서방 장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저리 대출 등 전방위적으로 독자 장비 개발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건축자재 종류별 수입산 점유율>

(단위: %)

[자료: RBC, 러시아 전국 건설업 협회]

글로벌 통계 기관 Global Trade Atlas에 따르면, 러시아의 2023년 건축용 접착제(HS Code 3506.10) 수입은 전년 대비 25.5% 증가한 1억 890만 달러이다. 중국은 대러시아 주요 수출국에 수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2023년에는 러시아 수입 시장의 약 42.5%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대러시아 동 제품류 수출은 3개년 평균 430만 달러로, 절대적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꾸준한 추세를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러-우 사태 이후 대체 교역지로 떠오른 카자흐스탄과 튀르키예의 대러시아 수출은 2023년 78.7%, 87.9%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건축용 접착제(HS Code 3506.10) 수입동향>

(단위: US$ 천, %)

[자료: Global Trade Atlas, 2024.8.8]

경쟁동향

러시아 건축용 접착제 시장에서는 러-우 사태 이후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글로벌 생산업체인 헨켈과 홀심이 러시아 사업부를 러시아 기업에 매각한 것이다. 2023년 초, 헨켈의 러시아 사업부는 Lab Industries로 이전됐고, 홀심의 공장은 Cementum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높은 수입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거라고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 러시아 주요 건축용 접착제 제조사>

* 환율 1USD=85.16 RUB(러시아 중앙은행, 2024.8.6. 기준)

[자료: Spark Interfax, 각 기업 홈페이지]

해외 공급업체의 경우, 현지 제조업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업체가 존재한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러시아 세관 신고에 따른 Globusved DB에 따르면, 대략 300개 이상의 외국 수출업체가 언급되지만, 그중 20개 정도만이 러시아 수입 시장에서 1%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건축용 접착제(HS Code 3506.10) 수입액을 구성하는 주요 업체로는 Weiss Chemie + Technik GmbH & Co. KG (독일), Eurovite Nederland BV (네덜란드), Ningbo Pasco United Industry Co., Ltd. (중국), Kim Jarolim Im-Und Export GmbH (독일), U사(한국), Union Source Co., Ltd. (중국), Akkim Yapi Kimyasallari San. Tic. As. (튀르키예), Jinhua Hongtai Imp & Exp Co., Ltd. (중국) 등이 있다.

< 러시아 시장 주요 건축용 접착제류 >

* 환율 1USD=85.16 RUB(러시아 중앙은행, 2024.8.6. 기준)

[자료: Market.Yandex.ru, Akrilium.ru]

시사점

건축용 자재 글로벌 제조사 Rockwool 러시아 부문 영업이사가 KOTRA 모스크바 무역관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2024년 러시아 건설업 수요는 2022~2023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2~2023년 예상외 수요 증가 이후 낙폭이 관찰되지 않는 것만 해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전자 상거래 업체들의 “물류 창고” 건설 수요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러시아 건설 부문 GDP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7.5%, 7.9% 성장한 바 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3.9% 성장했다. 이는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자본들이 국내 부동산·인프라 건설에 재투자됐고,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의 대대적인 수입대체화(현지생산화) 정책에 따라 제조업 시설이 건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군 동원령 및 외국 노동자 유출에 따라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이며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19%)를 유지 중이므로, 앞으로의 성장 폭은 꺾일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건축용 접착제를 비롯한 건축용 자재들은 비교적 해외 수입의존도가 높고, 러시아의 수입도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진출 검토가 가능한 품목이다. 다만, 일부 건축용 자재 (건축용 석재 HS Code 6802.92, 건축용 시멘트 HS Code 6810.91, 건축용 벽돌 HS Code 6904.10 등)은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이니 유의해야 한다.

자료: BusinessStat, Global Trade Atlas, Globusved, Gazeta, Forumhouse, Business Secrets, Market.Yandex.ru, 현지언론, KOTRA모스크바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