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액 기준 MENA 지역 1위, 사우디아라비아

지난 7월,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VC 산업 조사기관인 Magnitt과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은행 산하 투자회사인 SVC가, ‘2024 상반기 사우디아라비아 벤처캐피탈 리포트’를 발간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사우디아라비아는 4억 1200만 달러의 VC펀딩을 확보하면서 작년에 이어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 중 1위를 유지하였다. 사우디 다음으로는, UAE(2억 2500만 달러), 이집트(8600만 달러), 모로코(1700만 달러), 쿠웨이트(14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2024 상반기 MENA 지역 펀딩 Top 5 국가>

(단위: USD 백만)

[자료: Magnitt 벤처캐피탈 리포트]

MENA 지역 전체적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였으나 사우디의 VC 투자액은7%, 감소에 그쳤다. 사우디 정부의 신산업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시장개방에 힘입어 국내외 VC 투자자들의 사우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것은 1억 달러 이상의 ‘Mega Funding’이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억 달러 미만의 펀딩은 2023년 상반기 1억 5400만 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2억 8200만 달러로 증가하면서 전체 펀딩의 68%를 차지하였다. 2024년 상반기 투자 건수는 63건으로 2023년 상반기의 65건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H1 2020 – H1 2024 사우디 VC펀딩 추이>

(단위: USD 백만)

[자료: Magnitt 벤처캐피탈 리포트]

전자상거래와 핀테크에 대한 높은 투자 관심

산업별로는 투자액 기준으로 전자상거래(E-Commerce/Retail)가 전체 펀딩의 52%를 차지하면서 가장 투자를 많이 받은 산업으로 드러났다. 2023년 상반기 전자상거래가 차지한 비중인 81% 보다는 감소했지만, 전자상거래 다음으로 투자액이 많은 핀테크 분야(62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높은 투자액을 기록했다.

최근 사우디 상업부 장관은 사우디에서 전자상거래는 이미 전체 소비의 8%를 차지하고 있고, 2025년까지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69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인 Noon과 Amazon은 품목 다변화 및 당일 배송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Nice One과 같은 전문몰 및 자사몰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가장 높은 VC 투자를 기록한 Salla는 Shopify나 카페24와 같이 자사몰을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동 분야에 대한 사우디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한다. Salla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소유한 투자기업인 Sanabil Investments를 비롯한 여타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1억 3000만 달러를 유치하였다.

<Salla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

[자료: Salla 웹사이트]

핀테크는 물류운송(Transport & Logistics) 부문과 함께 가장 높은 투자 건수를 기록했다. 핀테크와 물류운송 부문 각 9건의 투자 건수를 기록하였으며, 이어 IT 솔루션(7건), 에듀테크(6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핀테크는 6200만 달러의 투자액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0% 증가하였다.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발전 전략인 사우디 비전 2030의 초창기 시절인 2018년, 핀테크 관련 기업은 10개사 내외였으나 현재는 170개 이상으로, 핀테크 분야는 정말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SAMA)은 각종 법률 개정과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우디 국세청 역시 전자 인보이스 발행 제도 도입 등의 디지털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올해 사우디 중앙은행은 24 Fintech라는 핀테크 전문 비즈니스 행사를 리야드에서 최초로 개최하기도 했다.

<24 Fintech 행사장 입구>

[자료: 무역관 직접 촬영]

<24 Fintech 행사장 내부>

[자료: 무역관 직접 촬영]

VC 투자단계는 아직 초기단계 및 Series A 위주

2024년 상반기 VC 펀딩 중 Seed를 포함한 초기 단계(early stage) 펀딩이 84%를 차지했고, Series A까지 포함하면 98%로, 아직까지는 사우디 VC 생태계가 Series B 이상의 투자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MENA 지역 전반적으로도 유사한 상황으로, 초기 단계(early stage) 펀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MENA는 86%, UAE 86%, 이집트 83%를 기록했다. 다만 사우디의 경우 Series A 펀딩의 비중이 14%로 근래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여, 펀딩 단계의 다양성이 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우디 펀딩 단계별 비중(‘20~’24년 상반기)>

[자료: Magnitt 벤처캐피탈 리포트]

사우디 정부자금 지원으로 투자자 활동 활발

사우디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 수는 2023년 상반기 62개사에서 2024년 상반기 72개사로 증가하여 16% 성장세를 보였다. 이 중 3건 이상의 투자거래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500, Antler 등 7개사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사우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는 전제 조건으로 사우디 국부펀드 및 중소기업청 등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위탁 받는 형식으로 펀드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투자사 Antler 등의 해외 투자자들도 활발히 투자활동을 전개하여,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이 2023년 상반기 11%에서 2024년 상반기 28%로 증가하기도 했다.

<사우디 2024년 상반기 투자건수별 주요 투자자>

[자료: Magnitt 벤처캐피탈 리포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스타트업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500 Global은 2024년 8월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한국 스타트업들의 피칭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500 주최 한국 스타트업 피칭행사>

[자료: 무역관 직접 촬영]

시사점

사우디아라비아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MENA 지역에서 VC 펀딩 1위를 기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2030과 함께 상대적으로 뒤늦게 사회 개방과 산업 육성을 추진 중에 있고, 이것은 스타트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사우디는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된 역사가 짧고, 그만큼 여성 소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한편 아직은 상당 부분의 스타트업 투자가 상위 극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아직은 스타트업 육성 생태계도 성장 중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가고 있고, 확실한 차별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또한 현재 사우디 투자자들은 대부분 사우디 내 상업활동을 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국부펀드 및 정부자금이 사우디 기업 투자를 전제조건으로 투자금을 위탁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투자자들과의 비즈니스 상담 시 이러한 투자환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료: Magnitt, Zawya, Saudi PIF, Salla, KOTRA 리야드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