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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스타트업, 태양광 발전의 제로웨이스트에 도전장
- 트렌드
- 대만
- 타이베이무역관 유기자
- 2024-08-13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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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GC, 태양광 에너지 개발 확대 이면의 폐패널 처리 문제에 주목
PV서큘레이터를 개발·생산하며 태양광 폐패널의 자원화 비율 100% 달성에 도전
지구온난화 완화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태양광 에너지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청정 에너지원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23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23)’에 따르면, 여러 에너지원 가운데 특히 태양광 발전의 설비용량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주황색 선) 증가 전망>
(단위: 천 GW)
[자료: IEA ‘World Energy Outlook 2023’(2023.10.)]
문제는 역할을 다하고 폐기되는 태양광 패널
태양광 에너지 자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태양광 에너지를 수집하는 패널에 있다. 태양광 패널은 여러 가지 소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만든 공산품이자 사용 수명이 있는 소모품이어서 결국에는 쓰레기로 배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 폐패널 처리 문제를 자원 재활용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선 태양광 패널 구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태양광 패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태양전지 양면을 밀봉재로 덮은 다음 앞면은 유리, 뒷면은 백시트를 덧대고, 액자 같은 프레임으로 테두리를 감싸서 만든다.* 태양광 패널을 뒤집어 놓고 단면을 자른다면 유리 기판 위에 밀봉재, 태양전지, 밀봉재, 백시트가 차곡차곡 올려진 상태에서 프레임이 집게처럼 집어주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주: 태양광 패널 뒷면에 부착하는 연결장치(junction box) 제외 기준
<태양광 패널의 단면>
[자료: KOTRA 타이베이 무역관 정리]
대만의 경우, 태양광 폐패널을 수거해 재활용성이 좋은 알루미늄 소재 프레임을 분리한 다음 나머지는 파·분쇄해 소각 또는 매립하는 방식 위주로 처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섯 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일반 쓰레기처럼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구성요소가 분리수거 가능하고, 특히 백시트의 원료인 불소 수지를 소각할 때 배출 되는 미세입자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못지않게 대기와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태양광 폐패널 처리 문제 해결에 도전장을 내민 대만 스타트업이 있다. 2022년 5월, 대만 타이난에서 뿌리를 내리고 국내외에서 혁신성을 인정받고 있는 TSGC(鴻躉股份有限公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태양광 폐패널 완전 분리수거에 도전하는 대만 스타트업 TSGC
TSGC는 대만 타이난대학에서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던 연구팀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TSGC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태양광 폐패널 자동 분리수거기 ‘PV 서큘레이터(PV Circulator)’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설비는 대만에서도 올해 8월부터 폐패널 처리 현장에 투입됐다.
TSGC의 PV서큘레이터는 국내외 각종 행사에서 혁신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23년에는 대만에서 스타트업 부문의 ‘국가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2024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외국인 참관객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앤드루 훙(Andrew Hung, 洪嘉聰) TSGC CEO>
[자료: TSGC 제공]
TSGC의 PV서큘레이터는 길이가 15m에 달하고 너비와 높이가 각각 2~3미터에 달하는 대형 설비다. 1대당 연간 처리량은 1만 톤에 달하며 1분당 1장씩 처리 가능하다. 일반적인 유형의 태양광 패널은 60셀 제품으로 크기가 약 1.6×1m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처리 속도가 느리다고 보기 어렵다. PV서큘레이터에는 한꺼번에 20장의 폐패널을 적재할 수 있으며 한 장씩 차례대로 분해 작업이 진행된다. 적재함에서 나온 폐패널은 가장 먼저 AI 카메라를 통과하며 규격이 자동으로 측정되고, 다음 단계에서 정션 박스와 알루미늄 프레임이 제거되면 백시트, 밀봉재, 태양전지를 긁어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마지막에는 다른 구성요소를 깨끗하게 벗겨낸 유리판만 남는다. 구성요소를 긁어내는 과정에서 백시트의 불소 수지, 밀봉재의 EVA(Ethylene Vinyl Acetate, 에틸렌초산비닐), 태양전지의 실리콘이 각각의 수거함으로 자동 분류돼 나온다.
<TSGC의 PV서큘레이터(상)와 태양광 패널에서 분리해낸 소재들*(하)>
* 주: 왼쪽 플라스크부터 각각 밀봉재, 백시트,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소재다.
[자료: TSGC 제공]
이렇게 분류돼 나온 원료들은 가공을 거쳐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실리콘은 태양전지 원료면서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물질이며, 밀봉재의 EVA는 운동화 밑창으로 흔히 쓰인다. 백시트에 사용되는 불소 수지는 튜브 같은 플라스틱 제품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고, 폐유리는 인조대리석으로 탈바꿈해 싱크대 상판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프레임 소재인 알루미늄은 여러 번 재활용해도 품질에 손상이 가지 않아 ‘무한’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평가되는 만큼 재활용성이 높은 소재다.
PV 서큘레이터의 이용 가치는 단순히 폐기물의 자원화에 그치지 않는다. 각 구성요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화학품이나 열처리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물리적인 공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편이다. TSGC측 제품 설명에 따르면, 1장을 처리하는데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2.5kg이며, 전기 사용량도 1장당 5kWh여서 전통적인 소각·매립 처리방식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직면해야 하는 태양광 폐기물 문제
태양광 발전 시장 확대에 따라 폐패널 배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환경부는 지난 2020년 태양광 패널의 제품수명주기는 20년이고 매년 누적 설치 용량의 0.5%가 폐기된다는 가정 아래 대만에서는 2035년부터 매년 10만 톤이 넘는 폐패널을 배출하게 되고, 2050년 누적 배출량은 무려 161만4000톤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미래는 비단 대만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202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 폐패널 발생량은 2020년 기준 175톤에서 2030년 1만7531톤, 2040년 5만9194톤, 2050년 11만525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다른 기관에서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배출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태양광 폐패널 누적 발생량이 수백만 톤을 넘어 수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가 2016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폐패널 누적 발생량은 2030년 170만~180만 톤에서 2050년 6000만~7800만 톤으로 급증이 예상된다.
<세계 태양광 폐패널 누적 발생량 전망>
[자료: IRENA ‘End-of-life management: Solar Photovoltaic Panels’ (2016.6.)]
전 세계 태양광 폐패널 누적 발생량이 2050년 7800만 톤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이 다하기 전에 폐기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앤드루 훙(Andrew Hung, 洪嘉聰) TSGC CEO는 KOTRA 타이베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태양광 패널이 수명을 다해 폐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언급했다.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은 25년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태양광 패널의 가격 하락과 발전효율 향상 추이에 비춰볼 때 수명이 다하지 않았더라도 적당한 시점에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편이 오히려 더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전체 비용에서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10~15% 수준이어서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 주기는 기대수명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선은 태양광 폐패널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TSGC의 CEO는 말한다. 단순히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원을 재순환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태양광 폐패널 처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집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사용하게 되는 미래가 되면 태양광 폐기물 문제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폐패널 자원화는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매립해서 처리할 수 있는 땅이 충분한 곳이라면 당장은 폐패널 문제의 심각성이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대만이나 한국처럼 면적이 좁은 곳은 폐패널 문제를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점
폐기물 관련 환경 문제가 아니라 시장 기회 측면에서 바라보면 여러 기관의 전망과 TSGC의 설명은 모두 ‘태양광 폐패널 시장의 확대’를 가리키고 있다.
대만 TSGC사는 KOTRA 타이베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태양광 폐패널 시장에서 자원화 비율 100%를 달성시킬 수 있는 제품으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TSGC의 PV서큘레이터가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폐기물 처리업체지만, 일반 기업 차원에서도 간접적인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외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탄소세 도입 움직임에 대응하고 ESG를 실천하는 데 있어 탄소배출 감량이 중요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PV서큘레이터로 분리수거된 원료를 사용하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의 플라스틱, 시멘트 제조사 등이 PV서큘레이터로 자원화한 소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TSGC CEO는 전했다.
한국과 대만은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을 늘려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2024년 5월 31일 공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설비 보급량은 2038년에 74.8GW까지 증가가 전망된다. 대만의 경우, 2030년까지 누적으로 3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2050년에는 최대 80GW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폐패널 배출량도 함께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한국은 또 대만과 마찬가지로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 구조로 돼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와 탄소배출 감량 요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태양광 폐기물의 환경 부담 증가 문제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감량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차원에서도 태양광 폐패널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바짝 다가온 듯하다.
자료: 대만 환경부, 대만 경제부 에너지서, 대만 환경정보센터, IEA 'World Energy Outlook 2023'(2023.10.), 현지 언론보도(디지타임스, 중국시보), KOTRA 타이베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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