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

<동남아시아 국가의 오토바이 이용률 비교(2023년 기준)>

(단위: %)

주: SEASIA에 따르면, 국가별로 오토바이 사용자 수를 전체 인구수로 나누어서 이용률을 계산

[자료: SEASIA]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나라'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도로와 인도에서 오토바이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 교통부(MT)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 전체 대수는 7,577만 대로 집계됐다. 2023년 기준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했으니 인구당 오토바이 대수는 약 0.75대, 즉 베트남 사람 100명 중 75명은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조사기관인 SEASIA도 2023년 기준 베트남 국민의 약 72.8%가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유사한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72.8%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2014~2023년 베트남 오토바이 판매 대수 추이>

(단위: 만 대)

[자료: Statista] 

이륜차 시장 조사 기관 Motorcycles Data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이륜차 시장이자 세 번째로 큰 전기 이륜차 판매량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의 오토바이 판매 대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대체적으로 250만 대에서 300만 대의 오토바이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구매하거나 임대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 잦은 교통 체증 및 혼잡한 도로에서 발휘되는 기동성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베트남의 길거리 상권은 오토바이 운전자의 편의와 이동 경로에 따라 형성되어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하나의 ‘문화(culture)’이자 ‘상징(symbol)’이다.

▶ 베트남, 기후변화 대응과 오토바이 규제 정책(호치민 무역관) [바로가기]

너무 많아서 문제인 베트남의 오토바이

 <오토바이로 인해 혼잡한 도로 모습>

[자료: 베트남 천연자연환경부(MONRE)]

문제는 오토바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우선 오토바이 매연으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MONRE) 산하 환경오염통제부(Environmental Pollution Control Department)에 따르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량은 연간 84만 5,340톤과 5,261톤에 달한다. 대기질 모니터링 기관 아이큐에어(IQAir, 스위스)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의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9.6μg/m³로 134개국 중 대기 오염이 22번째로 심각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순위가 높았다.

<2019~2023년 베트남 주요 도시의 대기오염지수(PM2.5)>

(단위: μg/m³)

주: KOTRA 무역관 소재 3개 도시에 대해 작성

    PM2.5: 입자의 크기가 2.5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자료: IQAir, 하노이 무역관 재구성]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사회적 활동이 급감했던 2020~2021년 이후 하노이, 호찌민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베트남 주요 도시의 대기 오염은 다시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베트남 전체 63개 시·성 가운데 약 3분의 1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PM2.5 기준치의 7~10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노이는 2023년 PM2.5 기준치의 9배에 달하는 수치인 43.7μg/m³로 전 세계 도시 중 오염도 상위 8위권 안에 들었다.

대기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노후화된 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이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평균 오토바이 사용 연한은 15년 내외로 알려져 있고, 많은 베트남인은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여 사용한다. 실제로 하노이 천연자원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하노이에서 실운행 중인 570만 대의 오토바이 중 43.9%인 250만 대가 2000년 이전에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인 오케이세(Okxe)가 운영 중인 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플랫폼에서만 한 달에 약 15,000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 강화

이에 베트남 정부 및 유관 기관은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도로교통안전질서법 제36/2024/QH-15호의 42조에 따라 2025년 1월 1일부터 오토바이 배출가스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오토바이 소유주는 국가기술표준(QCVN) 규정을 충족하는 차량 검사소에서 배출가스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사를 통과한 소유주에게는 인증서가 발급된다. 다만 베트남 등록국(Vietnam Register)의 응우옌 또 안(Nguyen To An) 부국장에 따르면 미비한 배출가스 검사 세부 규정으로 인해 적용 시점이 현재 조정되었으며 시기는 미정이다. 비록 배출가스 검사 시행일이 연기됐으나 이는 조만간 의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베트남은 대중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도심의 오토바이 운행 중단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2~2025년 교통질서 및 안전 강화와 교통 혼잡 예방’에 관한 결의안 제48/NQ-CP호에 따라 하노이를 비롯한 호찌민시, 다낭, 하이퐁(Hai Phong), 껀터(Can tho) 등 4개 주요 도시에 2030년 이후 오토바이 운행 금지 계획을 요청했다. 주된 목적은 교통 혼잡과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 인민위원회(People’s Committee)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하노이 12개 구역과 3개의 주요 도로에 오토바이 금지령이 우선 적용되며 2030년부터는 하노이 전 구역에서 오토바이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전기 오토바이 친화적 정책 추진

2022년 7월 22일에 발표된 녹색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에 관한 결정문 제876/QD-TTg호에 따르면 베트남은 2040년까지 탄소 및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오토바이, 스쿠터의 현지 생산·조립 및 수입을 점진적으로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또한 베트남은 2050년까지 도로용 차량의 100%를 전기 및 친환경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베트남 BSSC(Business Startup Support Center), 호찌민시 개발연구원(HIDS, Ho Chi Minh City Institute for Development Studies), 유엔개발계획(UNDP)은 호찌민시 거주자가 전기차량 구매 시 최대 2500만 동(약 1030달러)을 12개월간 0% 이자로 빌릴 수 있는 우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공식 발표했다. 

베트남 교통부는 또한 △전기차량 조립에 필요한 장비, 부품 및 완제품 수입에 대한 수입세 면제 및 감면 △전기차량 구매 시 한 대당 1,000달러 지급 △충전소 개발에 투자하는 기관 또는 개인에 토지 임대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각종 장려책을 제안한 바 있다. 비록 일부 지원책은 아직 논의 중이거나 무산된 것으로 보이나 베트남은 여전히 전기 이륜차 등 전기차량 도입 및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교통부 산하 교통전략연구소(TDSI, Transport Development and Strategy Institute)의 관계자 A는 KOTRA 하노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것이 대기 오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전기 오토바이 등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될 것이며, 환경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전기 오토바이의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 충전소 인프라 현황

전기차량 소비자 및 이용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중 하나인 충전소 인프라도 점차 갖춰지고 있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의 자회사이자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인 빈패스트는 베트남 내 63개 성 및 중앙 직할시에 15만 개 이상의 충전 포트를 설치했으며, 충전소 간 평균 거리는 3.5km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빈그룹은 2024년 3월 18일 충전 인프라 시스템 개발에 보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소 전문업체인 브이그린(V-Green)을 출범했다. 빈그룹은 향후 2년간 약 4억4000만 달러를 증액 투자해 새로운 충전소 건설 및 기존 충전 네트워크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스마트 전기차량 충전 솔루션 제공업체인 EVIDA는 베트남의 모든 브랜드의 전기 오토바이를 위한 충전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에 설립된 전기 오토바이 충전소>

주: (좌) 빈그룹, (우) EVIDA

[자료: Viet Nam News, VnExpress]

향후에도 베트남의 전기 충전소 인프라 발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녹색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에 관한 결정문 제876/QD-TTg호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 충전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개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부록 II의 5, 9, 10항은 △전기 충전 시스템 및 친환경 에너지 공급 인프라에 투자, 건설, 개발하는 기업을 위한 우대 정책 수립 △충전 시스템 및 동력원을 포함한 전기차량 인프라 개발 △도로용 전기차량 인프라 개발 투자에 대한 우선 정책 마련 등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5년간 전기 오토바이를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더욱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기업 현황

현지 주요 전기 오토바이 브랜드 사례로는 빈패스트(VinFast), 페가(Pega), 에스페로 디테크(Espero Detech) 등을 꼽을 수 있다.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는 혼다(Honda, 일본) 야데아(Yadea, 중국) 등이 있다.

<현지 기업 사례>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현지 진출 해외 기업 사례>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

이 중 빈패스트는 현재 베트남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2023년에 전년 대비 48% 증가한 7만2468대의 전기 오토바이를 인도했다. 같은 해 매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11억9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빈패스트는 단순히 전기 이륜차를 제조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 및 외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빈패스트의 전기차 택시 자회사인 GSM은 전기자동차 및 전기 이륜차 등 전기차 소유주와 차량 호출이 필요한 승객을 연결해 주는 ‘산(Xanh)SM플랫폼’을 출시했다. 또한 빈패스트는 2022년 물류 운송 기업 아하무브(Ahamove)와 제휴하여 다낭(Da Nang)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송 사업을 하고 있다.

<빈패스트의 전기 오토바이를 활용한 사업>

주: (좌) 산SM플랫폼, (우) 아하무브

[자료: VnEconomy, VnExpress]

빈패스트 등 대기업 외에도 닷바이크(Dat Bike), 셀렉스모터스(Selex Motors) 등 현지 전기 오토바이 관련 스타트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닷바이크는 전기 오토바이 제조 스타트업으로 닷바이크의 전기 오토바이는 3시간 충전 시 200km를 주행할 수 있다. HSBC, 배달의민족, 고젝(Gojek) 등 다양한 파트너와 파트너십을 구축, 베트남 내 전기 오토바이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지 주요 전기 오토바이 스타트업>

주: 투자자(VC)의 국적은 본사 소재지 기준

[자료: Selex Motors, Dat Bike, KOTRA 하노이무역관 종합]

셀렉스모터스는 전기 오토바이 및 배터리팩 제조업체이다. 주유하듯이 쉽게 전기 배터리를 교체한다는 사명 하에 셀렉스모터스의 배터리 교체 기술은 내연기관에 비해 단점으로 꼽히는 긴 충전시간을 자가 배터리 교환을 통해 2분 안팎으로 획기적으로 줄인 솔루션이다. 지난해에는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부 장관 및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스콧 네이선(Scott Nathan) 대표가 셀렉스모터스의 전기 오토바이 공장을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올해에는 국내 이차전지 기업인 삼성 SDI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하기도 했다.

<셀렉스 모터스의 전기 오토바이를 시승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자료: Selex Motors]

전망 및 시사점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의 잠재성은 이전부터 주목을 많이 받았다. 다만, 이전까지는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상황에서 전기차와 이차전지가 주목받기 시작하자 섣불리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에 본 기사에서 하노이무역관은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적기라고 판단,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다루었고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내연기관 오토바이 포화 상태에 따른 대기 오염 문제 극심에 따른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 증대

- 배출가스 의무검사, 특정 지역 운행 금지 등 내연기관 오토바이 규제 강화에 따른 내연기관 오토바이 수요 감소 예상

- 내연기관 오토바이 규제책과 동시에 전기 오토바이 등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지속 추진

- 전기차 대표 기업 빈패스트(Vinfast)의 나스닥 상장, 이와 더불어 관련 스타트업 성장 등 기존 시장 선도자의 글로벌화, 경쟁자의 신규 진입 가능성

베트남은 현재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점차 자동차 또는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할 것이다. 이미 오토바이 문화가 깊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의 전환과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도시 지하철 개통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등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은 요원한 상황이다. HSBC도 최근 발간한 ‘베트남 한눈에 보기: 전기차 이야기’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전기 오토바이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36년에는 전기차 및 전기 오토바이 판매량이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연간 2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 동향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전기 오토바이 주요 부품,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 충전소 핵심 부품, 전력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새로이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료: SEASIA, Statista, MONRE, IQAir, Viet Nam News, VnExpress, VnEconomy, Selex Motors, Dat Bike, KOTRA 하노이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