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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근 UAE 독점 에이전트 해지 소송 결과와 한국기업의 사업환경 변화
  • 외부전문가 기고
  • 아랍에미리트
  • 두바이무역관 박미진
  • 2024-08-01
  • 출처 : KOTRA

UAE 상업대리인법 개정이후 법제 운용 방향에도 변화 바람

과거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에이전트 보호 기조에서 외국 기업 친화적 분위기로 전환 중



법무법인 지음(Kim & Kim) 김현종 대표변호사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UAE에서 발생한 현지 독점거래선 해지소송에서 최종적인 승소를 하고 현지 거래선 등록을 말소하여 2024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관련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8년 말이고, 2023년 10월에 최종 판결이 내려졌으니 거의 5년 반 이상의 긴 기간 동안의 다툼에서 최종 승리한 것이다.


이외에도 L 그룹, D 그룹의 계열사를 비롯한 몇 개의 회사들이 UAE 독점거래선 해지 소송에서 승리했고, 중국계 회사들의 승소 소식도 간간히 들려온다. 최근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에이전트 혹은 독점거래선 해지 소송 제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거나, 해지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독점거래선 혹은 에이전트는 Commercial Agency Law (상업대리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Commercial Agency (상업대리인)로서, 에이전트, 독점 거래선, 딜러, 스폰서, 브로커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혼용되고 있다.


중동지역은 자연환경과 사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척박하기 때문에 농업을 기반으로 한 정착이 어려웠고, 아라비아상인의 역사가 중동의 역사를 대변한다. 이 때문에 제조업을 비롯한 기반산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20세기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산업화에는 익숙하지 못했다. 결국, 선진국이나 제조업 강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주요 산업이 되었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 수입 및 유통을 위한 상업대리인(에이전트)제도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업대리인 제도를 강화하는 것과 독점거래방지 및 공정거래 촉진은 상충되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 시장이 보다 선진적인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상업대리인법의 개정이 필수적이었고, 법률의 운용 역시 자국민 보호정책에 경도되기 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중동 허브 경쟁”이라는 시대의 요구가 UAE를 엄청난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UAE에 이미 진출한 한국 기업에게 기존의 불합리한 에이전트 계약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고, 새로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게도 보다 합리적인 현지 에이전트 운영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사건을 통해 한국기업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안내한다.

 


사건의 경과


독점 상업대리인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경제부의 상업대리인국(Commercial Agency Department, 이하 “CAD”)에 등록된 독점 상업대리인에 대해서는 한국의 행정심판 전치주의와 유사한 상업대리인위원회(Commercial Agency Committee, 이하 “CAC”)* 의 심판을 받게 된다. CAC는 외국 제조사와 현지 상업대리인 상호간의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해지의 적절성 혹은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한다. 통상적으로 이 단계에서 독점 상업대리인 계약의 해지를 바로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사건에서도 CAC는 해지가 적절한지 혹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한 결과 현대건설기계의 해지는 적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UAE 경제부(Ministry of Economy) 산하의 상업대리관리국(Commercial Agency Department)에서 운영하는 등록된 독점 에이전트 관련 초기 분쟁을 담당하는 기구

 

물론 이에 대해서 HD현대건설기계는 CAC의 결정이 부적법하고, 양 당사자간의 독점 상업대리인 계약은 이미 해지되었음을 확인하고, 에이전트 등록을 말소해 달라는 취지로 경제부(Ministry of Economy, CAC 관할 정부)와 현지 거래선을 상대로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안타깝게도 1심 법원과 2심 법원 모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청구 기각의 취지는 독점 거래선 계약을 해지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 이 소송은 단순 민사상 해지 소송의 성격에 더하여 행정소송의 성질도 갖음.

 

중대한 사유라 함은 통상적으로 거래 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계약 위반을 의미한다. 독점 거래선 계약의 경우에는 법령에서 중대한 사유에 한해 해지를 허용하고 있었고,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중대한 해지 사유는 아래와 같이 네가지 경우로 한정해여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하여 왔다.


1. 매매 대금의 장기간 그리고 중대한 미지급에 따라 사업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것

2. 경쟁업체와 거래하여 양사 간의 신뢰가 깨졌을 것

3. 독점 관할 지역 규정을 위반하여 해당 지역 외의 국가 혹은 지역으로 독점 제품을 판매하여 시장을 교란하였을 것

4. 독점 계약에 따른 최소구매량 합의를 달성하지 못하고, 그 기간이 거래 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정도로 장기간 지속되었을 것


실제로, UAE 뿐만 아니고 다른 중동 지역에서의 에이전트 분쟁과 관련하여서도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기존 거래선을 변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혹시라도 거래선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충분한 준비를 해야 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경우도 이와 같은 해지 사유를 구비하고 있었고 사전 법률 검토도 받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해지를 단행하는 바람에 정당한 해지 사유로 인정될 만한 조건에 약간의 흠결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위 4가지 사유를 검토한 결과, 본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상고심(3심) 파기 환송 성과


항소심까지 패소한 상황에서 고객은 필자에게 사건을 위임했고, 필자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받아냈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사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원심 법원에서의 전문가보고서(Expert Report)가 감정인의 사실확인 내용이 아닌 법리판단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감정인의 역할 영역에 반하는 보고서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심(2심) 법원은 감정인을 다시 선임하였고, 원고 표시를 정정하였다. 하지만, 파기 환송심은 또다시 애매모호한 전문가보고서를 바탕으로 피고 승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을 또 한 것이다.

 


재상고심(3심)에서의 최종 승소 – 파기 자판


대법원 재상고심에서 원심의 심리 미진과 법리 오해의 내용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비판을 하면서 재상고심에서 또다시 파기 자판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대법원에서 선임한 감정인은 원고와 피고를 소환하였고, 그 심문 과정에서 해지 사유 중 중대한 해지 사유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즉, 계약이 해지가 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사유 모두가 중대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그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해지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본건의 경우에는 장기 미수금 이슈는 해지 전에 이미 대금이 완납되어 있었고, 관할 구역 위반 주장은 보상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이미 하자가 치유되었으며, 최소구매량 합의 미달성 역시 현지 시장의 사정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을 피고측에서 해왔다. 그렇지만 경쟁업체와의 거래를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경쟁업체와의 거래 사실을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로 주장했고, 이 부분이 감정인에 의해서도 인정되어 법원에 제출된 감정보고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경쟁업체 거래 금지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사건의 의미와 시장환경의 변화


UAE는 자금세탁 방지제도의 강화에 따른 금융산업의 규제 강화, 인도 및 중국의 영향력 강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 허브 경쟁”*, 카타르의 도약, 이란의 국제사회에서의 제재, 자국 산업의 부족 등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다.

*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am Al Saud, ‘MBS’로 약칭함) 왕세자가 실질적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통치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MBS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국가, 중동지역의 중심국가로 만들어 가겠다고 공표하고 현재의 두바이가 누리고 있는 중동 지역 허브 지위를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공표했고, 실제로 외국계 기업에게 각 기업의 중동 지역본부 (Regional Head Quarter)의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 중

 

그럼에도, 최근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통한 유대인 자본의 유입, 골든비자 제도의 도입을 통한 인도와 주변국 부호들의 투자 유인, 주말 제도의 변경으로 인한 사업 환경의 개선, 상법 및 상업대리인법 개정을 통한 자국민 보호정책의 완화, 노동법 전면 개정을 통한 고용환경의 개선, 부가가치세 도입에 이은 법인세 전격 시행을 포함한 세법 개정을 통한 투명성 개선, 카지노 허용을 통한 외국 관광객의 유치, 가상자산 수용 및 이에 대한 유연한 규제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 놓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주변국의 불안정성이 UAE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중동 허브 경쟁”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전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내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의 시기에 나온 HD현대건설기계 사건이 우리 한국기업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재판은 중동 지역에서의 에이전트 분쟁에 대해, 그것도 국제중재가 아닌 현지 법원에서 외국 제조사의 손을 들어준 예외적인 사건이다. 더욱이 한국변호사가 중동에서 사건을 직접 밀착관리해서 만들어 낸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기업의 중동지역에 대한 막연한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둘째, 우리 한국 기업은 과거 30~40년 동안 매우 빠른 성장을 해왔다. 그리고 그 성장은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새로운 사업거리로 막으면 된다는 방식의 문제해결의 태도를 키워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더 이상 초고속 성장의 시대에 있는 국가가 아니고 우리 기업들 역시 더 이상 외국에서 발생하는 분쟁이나 이슈들에 대해 눈을 감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밀착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현지의 법률, 문화, 사회, 경제,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이해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중동지역은 언어 장벽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문가들이 쉽게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지역전문가 풀이 어느정도는 구비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전문가들 역시 현지에서 밀착 관리를 하고,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뛰고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중동에서의 재판은 전문가보고서(Expert Report)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중동국가들은 주로 프랑스 법을 계수하여 집대성한 이집트 민사법 체계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체계가 대륙법계에 가깝지만, 제국식민시대에 지배국인 영국의 영향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영미법적 요소가 강하고, 거기에 이슬람 전통의 샤리아법이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법관의 실체 진실의 발견 의무에 따르는 증거 취사 방식 변화, 이자 금지, 우연성 금지, 실질적 공평의 원칙, 법적 안정성보다는 사안별 합리적 판단 등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법원칙에 따른 판단과는 다를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의 재판은 행정, 민사, 형사 사건들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판사는 감정인(Expert)을 선임하여 그 감정인이 준비한 감정보고서(Expert Report)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슬람 사회의 법상 실체 진실 발견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기에 법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매우 큰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되지만, 신과의 선서를 해야 하는 법관의 입장에서는 사실 확정이 큰 부담이고,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감정보고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화되었다.


넷째, 2022년 UAE 상업대리인법의 대대적인 개정에 따라 과거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에이전트 보호 기조가 바뀌었다.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상업대리인법에 따르면, 이제는 계약기간의 존중, 해지의 유연화, 관할 합의의 인정 등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한국기업을 위한 당부의 말씀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중동, 아프리카 역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이와 같은 변화의 시기에 한국 기업들 역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하고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중동진출에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중 어디로 진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다. “중동 허브 경쟁”은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선택을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두 경쟁 국가 사이에서 실익을 취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접근 방식이다. 다만, 국가의 특성이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산업 및 에너지 건설플랜트, 중공업, 대규모 제조업 등 규모의 경제나 정부 예산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UAE는 기술기업, 가상자산, 스마트팜, 바이오, 메디컬 등 규제행정의 제도화가 빠르고, 업무적으로도 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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