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 에어컨 판매 현황

2020년을 기점으로 스페인의 에어컨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 중에 있다. 스페인 가정용 에어컨 시장의 경우 2020년까지 판매액이 연 4억 유로대에 머물렀으나 최근 3년간 판매액이 꾸준히 늘어나, 2023년에는 전년대비 15.1%, 2020년 대비 74.5% 증가한 8.1억 유로를 기록했다. 스페인 내 에어컨 수요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 스페인의 여름은 온도는 높지만 날씨가 건조해 상당 수의 가정에서는 굳이 에어컨이 없이도 여름을 보낼 수 있다고 여겼으나, 폭염이 발생하는 일수가 늘어남은 물론 최고 기온이 높아지고 있어 이제는 가정에서 에어컨이 필수적이 되었다. 유럽통계청(Eurostat)이 측정한 회원국별 냉방도일(CDD, 여름철 일평균 기온과 기준 온도의 차를 누적해 더한 값) 지수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태리, 그리스와 함께 여름철에 에어컨 사용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국가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2023년에는 특히 이동식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구매 수요가 급증했으나, 이러한 수요를 빠른 시일 내에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에어컨 설치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해, 급하게 에어컨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별도의 설치가 요구되지 않거나 설치 방법이 간편한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23년 중 스플릿형 에어컨 판매는 전년대비 9.0% 늘어난 반면, 이동식 에어컨 판매는 같은 기간 39.4% 증가했다. 다만, 현지 업계에 따르면 2024년에는 이례적으로 당초 예상보다 본격적인 여름이 늦게 시작되어 에어컨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가정용 에어컨 시장규모 추이>

(단위: 백만유로)

[자료: 유로모니터]

그 밖에, 산업용 에어컨 시장도 2023년까지 호황을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공기조화시스템 협회(AFEC)에 따르면, 에어컨 품목이 포함된 공기조화시스템(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 HVAC) 부문에서 상업용 및 공업용 공기조화시스템 제품의 판매가 2023년 기준 전년대비 각각 16.5%, 15.6% 증가하였다.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다양한 국가의 브랜드가 현지 시장을 분할 점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Carrier, General Electric), 일본(Daikin, Fujitsu, Mitsubishi), 한국(LG전자, 삼성전자) 등이 있다. 최근에는 Eas Electric, Haier, Hisense 등과 같은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이 높이는 추세이다. 상업용 에어컨 부문에서도 Carrier, Daikin, 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고 있으나, 다수의 유럽 및 아시아계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상업용 에어컨도 현지 상업용 건물, 공장 등에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의 에어컨 수입동향

스페인의 에어컨 수입 규모도 2020년을 기점으로 최근 3년간 큰 폭으로 늘어났다. HS코드 8415 기준, 스페인의 가정용 및 산업용 에어컨 수입액은 2020년 11.3억 유로에서 2023년 16.0억 유로로 동 기간 중 41.6% 증가했다.

<스페인 에어컨 수입 현황(HS코드 8415)>

(단위: 백만유로)

[자료: 스페인 산업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2023년 기준 스페인의 최대 수입대상국은 에어컨 제조공장이 밀집해 있는 중국으로 전체 수입 중 32.4%의 비중을 차지하며, 그 뒤를 태국(10.7%), 이태리(9.2%), 터키(8.2%), 체코(6.2%) 등이 따르고 있다. 같은 해, 스페인의 대한 수입 비중은 0.4%에 불과하나, 현지에서 판매되는 한국기업의 에어컨 제품은 대부분 중국, 터키 등지에서 생산되어 스페인에 수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스페인 에어컨 국가별 수입 현황(HS코드 8415)>

(단위: 백만유로)

[자료: 스페인 산업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전망 및 시사점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스페인의 여름은 더욱 덥고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에어컨 신규 구매 또는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4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본격적인 여름이 늦게 시작되어 일시적으로 에어컨 판매가 부진했으나, 중장기적으로 스페인의 여름은 현재보다 높은 온도로 긴 기간 동안 이어질 전망임으로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에어컨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한 전력 비용 상승을 경험한 현지 가정과 기업들이 당장의 에어컨 투자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전력 소비가 낮은 에어컨을 구매해 장기적으로 재정적인 부담을 덜고자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고효율 에어컨에 대한 구매 보조급을 지급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마드리드 주정부는 2023년 4월부터 구형 에어컨을 폐기 처분하고 고효율 에어컨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한해 최대 300유로의 구매 보조금을 지급 중에 있다. 이를 위해 마드리드 주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은 550만 유로로 16,000대의 에어컨 교체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에어컨 판매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 중인 A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제 스페인 소비자들도 에어컨을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러한 주정부의 구매 지원 혜택을 활용해 고효율 에어컨 구매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최근에는 AI와 같은 첨단기술이 결합되어 공간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온도와 바람 세기 등을 조절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산업용 에어컨 시장은 가정용 에어컨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낮고 신규기업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설치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초기 비용이 높더라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높은 히트펌프 설치를 고려하고 있으므로, 친환경 에너지 절약 제품도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제품을 현지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선 탄탄한 AS망 구축이 필수적임으로, 이러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 발굴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유로모니터, Datacomex, 스페인 공기조화시스템 협회(AFEC), 유럽통계청, 에어컨 판매 및 설치기업 A사, 현지 언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