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3년 루블화 환율 동향

 

2022년 2월 러-우 사태 직후 서방의 제재조치와 시장심리가 크게 악화되며 루블화는 한때 달러당 120루블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병행수입 시행, 외화반출 제한 등 러시아 정부의 대응과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2022년 6월에는 달러당 약 55루블을 기록하는 등 한때 회복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전쟁이 생각보다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주요국(EU, G7, 호주)는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를 실시했고(’22.12.), 대러시아 수입금지품목 확대 및 금융기관·개인에 대한 제재 등이 이어지며 루블화 가치는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2023년에는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추가 대러시아 제재가 단행됐고('23.5.),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23.6.)이 일어나는 등 하락요인이 지속되며 2023년 10월 한 때 달러당 101루블까지 환율이 상승하기도 하였다. 2023년 하반기에는 러시아 기업 대상 외화 수출대금 매각 의무화조치('23.10.), 기준금리 대폭인상(16%, ’23.12.), 외화반출제한 등의 방어조치로 달러당 약 90달러를 유지하는 중이다.

 

<2023년 월별 달러당 루블 평균 환율>

[자료: 러시아 중앙은행]

 

월별로 2023년 달러당 루블을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월평균 100루블을 넘었던 적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되고 있음과 변동성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1월 이후 G7 정상회담 계기 대규모 추가 러시아 제재 도입, 바그너 그룹 무장반란 등 루블화 가치의 하락요인이 지속되며 10월에는 연중 최고점인 97루블(월평균)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일별 통계에 따르면 달러당 루블화 환율 최고점은 101루블로 2023년 10월 중이었고 최저점은 1월에 기록된 68루블이었으며 2023년 전체 평균 환율은 달러당 85.7루블로 나타났다.

 

<2023년 월별 유로당 루블 평균 환율> 

[자료: 러시아 중앙은행]

 

2023년 유로당 루블화 환율 평균 또한 달러당 루블화 평균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2023년 유로당 루블화 환율의 최고점은 8월에 기록된 117루블이었으며, 최저점은 루블이 안정화됐던 1월에 기록된 73루블이었다. 2023년 전체 평균 환율은 유로당 93.7루블로 기록됐다.

  

<2023년 월별 위안당 루블 평균 환율>

[자료: 러시아 중앙은행]

 

위안당 루블화 환율은 최고점(위안당 13.3루블)과 최저점(위안당 10.2루블)의 차이가 3.1루블에 불과해 비교적 적은 변동폭을 보여줬다. 2023년 전체 평균 환율은 위안당 12.04루블이었다.

 

2. 2024년 루블화 환율 전망

 

2023년 12월 말 러시아 정부회의에서 승인된 러시아 연방 경제개발부의 ‘2024-2026 러시아 사회경제 발전 전망’에 따르면 루블화 환율은 2023년 말과 2024년 상반기에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2024년 6월에 고점을 찍은 뒤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외화 수출대금의 원활한 유입과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로 2023년 말부터 나타나고 있는 루블화 강세 추이가 2024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24년 6월부터는 원유 가격과 및 기타 수출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데, 이에 부담을 느낄 외국들이 루블화 약세를 위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2024년 6월까지 달러당 환율은 87.5루블로, 유로당 환율은 97.5루블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을 예측했다. 하지만 2024년 12월에는 달러당 환율 91.7루블, 유로당 환율이 102.3루블 선을 예측하며 2023년 하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전망했다.

 

3. 루블화 강세 지속에 대한 분석가들의 의견

 

러시아 국민경제 및 국가행정 아카데미(RANEPA) 경제 연구소장인 Alexander Abramov는 2024년 루블화 환율 변동성이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대러시아 제재확대와 원유 및 가스 가격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ACRC(시장평가 기관) 이사 Dmitry Kulikov는 2024년 루블화 변동성을 5~10% 범위로 내다봤는데 이는 2023년 최저점과 최고점이 약 40% 차이난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변동폭을 예측한 것이다. Dmitry Kulikov 이사는 규제 및 제재 장벽이 통화 이동을 제약하는 상황 속에서 루블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 장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변수가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 유명 신탁회사의 수석 분석가 Vladislav Danilov는 루블화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통화정책을 설명한다. 국제유가의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보다 높을 때는 중앙은행이 시장으로부터 외환을 사고 기준보다 낮을 때는 외환을 판매하면서 환율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4. 시나리오별 2024년 루블 환율 전망

 

통상적 시나리오: 정부 정책의 유효	러시아 및 CIS국가에 대한 저명한 경제학자인 Sofya Donets는 2024년 중앙은행의 외화 거래가 루블화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3년에 연기됐던 시장 내 외화매입*을 규정 범위 내에서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한편, 러시아 국가 복지 기금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화를 매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2024년 평균 루블 환율 예측치는 달러당 91루블이다. 블룸버그의 러시아 수석 경제학자 Alexander Isakov는 2024년 1분기 기준 기준금리가 15-16%선에서 유지될 것이라 전망했다. 고금리 지속와 함께 저금리 우대 담보대출이 축소되면 중앙은행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고 그 만큼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발휘돼 루블화 가치를 어느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Isako는 2024년 평균 루블 환율을 달러당 96.6루블으로 예측했다.
비관적 시나리오: 현저한 유가 하락	유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하락한다면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Donets는 세계경제가 크게 둔화되거나 OPEC의 전략이 크게 변화한다면 유가하락이 촉발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학자들은 러시아산 우랄유의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는 경우 루블 환율이 달러당 100루블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즈프롬뱅크 프라이빗 뱅킹의 상무이사인 Egor Susin은 만약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수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면 루블 환율은 달러당 100~105루블 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할 경우, 배럴당 유가 가격이 10달러 변할 때, 달러당 루블 환율은 5루블씩 변화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DOM.RF 은행 기업 분석 책임자인 Grigory Zhirno는 유가가 30-40% 하락하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는 당국의 시도가 실패했을 경우에만 비관적 시나리오가 성립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알파 캐피탈의 Dzhioev은 값싼 유가와 더불어 수입품에 대한 높은 국내 수요도 달러 반출을 부추겨 루블 환율을 달러당 100루블 위로 밀어낼 수 있는 요소라고 밝혔다.
낙관적 시나리오: 세계 경제의 성장과 루블화 수요의유지	낙관적 전망에서는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하고 점진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며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소프콤 은행의 수석 분석가인 Mikhail Vasiliev는 “미국과 유럽 경제는 안정적 노동 시장을 바탕으로 시기 적절한 기준 금리 인하에 힘입어 연착륙을 할 수 있으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또 중국은 자국 경제 부양을 위해 경기 부양책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달러당 루블화 환율을 85루블로 예상했다.

주*:  1조6000억 루블 규모로 예측

5. 환율 조정을 위해 러시아 정부에서 취하는 조치

 

여러 전문가들은 2024년 3월 러시아 대선을 앞에 두고 한동안 지금의 안정적인 환율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을 조정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주로 조정하는 변수들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ㅇ 세수확대: '24년부터 폐지된 석유 수출에 대한 수출 관세 부활, 곡물 · 비료 · 귀금속 등에 부과중인 수출 관세 유지 혹은 상승, 사회기금에서의 복지성 예산 지출 축소

ㅇ 외환 보유고 운용: ’24.1월 러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는 전년대비 2.6% 증가한 5986억 달러(금 1558억 달러어치 포함)

ㅇ 기준금리 지속인상: ’22년 2월부터 '22년 9월까지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까지 인하했으나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23년 7월부터 '23년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16%까지 인상(‘23년 12월)

ㅇ 해외송금 제한 (-’24.3.31. 연장 가능성 있음)

  - 러시아 거주자(개인): 본인명의 해외계좌로 송금 금지, 타인명의 해외계좌로 5000달러 제한

  - 러시아 거주자(법인): 대비우호국 해외송금 원칙적 금지(일부 중소은행을 통해 가능)

  - 비우호국 비거주자: 해외송금 금지(근로소득에 한해 예외적 허용)

ㅇ 외화 인출·반출 제한 (-’24.3.31. 연장 가능성 있음)

  - 외화 현금 반출 한도 1만 달러 이내로 제한

  - 개인: '22.3.9. 이전에 개설된 외화계좌에서 1만 달러 한도 내 인출 가능

    · ‘22.3.10. 이후 본인 계좌에 적립된 외화예금을 ’24.3.9.까지 인출 불가

  - 거주자 단체·개인사업자: 해외 출장 시 5천 달러 한도 내 외화* 인출 가능

    · 4종(달러·엔·파운드·유로) 외화에 해당하며 이외 외화에 대해서는 인출 제한 없음

 

ㅇ 수출대금 매각 의무화: 러 정부가 지정한 명단에 포함된 석유·에너지·철강·화학·목재·농업 등 43개 분야의 기업은 외화수익 획득 후 60일 내로 수익의 80%를 러 은행계좌에 입금해야 하고 2주 이내로 입금된 금액의 90%를 국내시장에 매각하는 것이 의무화(’23년 10월)

6. 시사점

 

2022-2023년 큰 변화를 겪었던 루블화 가치는 2024년에는 달러당 약 90루블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우 사태, 이-팔 분쟁, 세계 경기침체 여부,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히며 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 국제유가 또한 러시아 경제 및 루블화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당 루블화 환율의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복잡하게 혼혼재돼 있는 가운데 주요변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루블화 가치에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자료: 러시아 중앙은행, 현지언론, 각 전문가 인터뷰, KOTRA 모스크바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