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운송 중단 개요

최근 홍해 연안에서 활동 중인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방하며, 11월 19일 이후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 선박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스라엘 기업 소유의 컨테이너선이 인도양에서 무인기 공격을 받아 선체 일부가 손상됐으며, 이후 이스라엘 Zodiac 해운 소속 1만9998톤급 유조선 '센트럴파크호'를 나포했다. 12월 3일에는 미군 해군 구축함 '카니'와 파나마 화물선 2척, 상업용 선박 3척이 드론 공격을 받아 피격됐다. 이러한 지속되는 위협으로 인해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개가 홍해 운송 중단을 결정했다. 세계 1위인 MSC(스위스), 2위 머스크(덴마크), 3위 CMA CGM(프랑스), 4위 코스코(홍콩), 5위 하파그로이드(독일), 7위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일본), 8위 HMM(한국) 등이 홍해 운송을 중단하였으며, 세계 2위 석유 기업 BP(영국) 또한 해당 지역의 안보 악화를 이유로 홍해를 통한 석유 운송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홍해 해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20여 개국이 다국적 함대를 구성하고 있다. 홍해는 전 세계 에너지 원자재 무역의 10%, 전 세계 해상 화물의 12%가 경유하는 핵심 항로로서, 해당 사태는 전 세계적인 여파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현지 영향 및 반응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 산업 엔지니어링 및 관리 학부의 엘리야킴 벤하쿤(Elyakim BenHakoun) 박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수입 상품의 약 99%가 해상을 통해 이스라엘에 도착하며, 그중 약 40%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여 이스라엘에 도착한다고 한다. 홍해 운항 중단으로 인해 아프리카를 경유할 경우, 이스라엘로의 배송 기간이 약 2주에서 한달 가량 연장돼 이는 선박당 40~100만 달러의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최남단의 홍해에 위치한 에일랏 항구는 사태 이후 물동량이 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일랏 항구는 아시아에서 출발하여 홍해를 경유하는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입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로, 특히 차량 수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체 차량 수입 물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1월 말까지 에일랏 항구를 통한 수입이 완전히 중단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자동차 내수시장의 매매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일부 소비재 등의 수입 제한으로 재고 확보 애로 발생이 예정돼 있으며 이에 따른 생활 물가 상승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해 사태로 인한 물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무역관이 인터뷰를 요청한 현지 주요 수입 업체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전 시기에 따라 추후 계획이 유동적으로 변경될 것이라 밝히며,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섣불리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대응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 개전 이후 다수의 선박이 가자지구 인근 아쉬도드항에서 하이파항으로의 회항 하는 등 이미 물류 애로를 겪고 있었다. 정부는 해상 및 항공 물류 회복을 위한 비상 조치를 취하며 공급망이 점진적으로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었으나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및 나포 등 해상 물류 위험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상공회의소 부소장 아미르 샤니(Amir Shani)는 최근 이스라엘 주재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 열린 '전시 중 이스라엘과의 교역' 브리핑에서 해당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의 무력 도발은 이스라엘만의 위기가 아니라 세계적인 해상 항해 안전과 자유에 직결된 위기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데, 현재 상황은 이집트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였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고 운송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해상 운송 제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항공 화물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항공사인 엘알 항공은 Boeing 777-200 항공기 중 한 대에서 고객 좌석을 제거하여 비행 당 최대 50톤의 화물 용량을 확보하였다. 또한 전세 747 화물기를 추가하고 기존 Boeing 737기를 개조하여 20톤의 화물 용량을 추가로 갖춘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등 외항사 또한 1월 말 이스라엘행 항공편 재개 예정으로, 물류 애로 해소에 긍정적인 신호이나, 이는 전체 물동량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시멘트, 석유, 철강 등의 원자재 및 차량과 같은 고중량 제품은 항공 화물 운송이 제한돼 애로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 정부 운송 리스크 보상 대책>

우리나라와의 교역 영향

현재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스라엘 내 기업의 판매 축소와 운영 제한으로 수출 확대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인해 해상 운임료가 상승하게 돼 지중해를 통해 해상 운송이 가능한 북미 및 유럽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스라엘 수출에서 64%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은 현지 점유율이 약 34%에 달하며,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꾸준히 1위와 2위를 경쟁하고 있어 홍해 운송 중단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불어 이스라엘 재무부는 2024년 1월부터 전기차 대상으로 부과되는 구매세를 기존 20%에서 35%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구매세 역시 기존 55%에서 일반차와 동일한 60~83%까지 대폭 인상할 예정이다. 신차 입항이 지연됨에 따라 세금 인상 전 차량 판매가 제한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소매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하마스 개전 직후 현지 진출 기업의 주재원 철수 조치, 이스라엘행 수출물량 선적 제한 등 이미 우리 기업 활동이 제한되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악영향을 더욱 장기화 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점

현재 홍해 해상 상황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벌어진 유조선 공격과 유사성을 보인다. 이란은 전략적 항로 통제를 목표로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유조선을 공격해 국제적인 안보와 무역에 영향을 미쳤듯이 이번 홍해 사태로 세계적인 해운사들이 운송 중단을 결정하면서 중동의 안정성은 더욱 취약해졌다.

최근 높아지는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이스라엘 벤야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는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현재 홍해 사태는 이스라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홍해 사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종전과는 별개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협력과 외교를 통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해상 통로의 안전과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은 한국의 전 세계 교역액 중 0.3% 미만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크지 않지만, 중동과 유럽을 잇는 중요한 중간지적 시장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22년도 이스라엘의 수입 상대국 중 9위를 차지하는 등 이스라엘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따라서 정세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자료: 무역협회, Calcalistech, 이스라엘 상공회의소, The Times of Israel, KOTRA 텔아비브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