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면제 조치 배경

이집트 정부는 2022년 2월 시작된 러-우 사태 이후 외환보유고 급감 등의 여파로 현재까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이집트는 전 세계 최대 밀 수입국 중 하나로 연간 소비량은 약 18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소비량의 약 60% 내외를 수입하고, 이 중 80%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곡물 가격 상승은 이집트 인플레이션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2023년 9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1.7%p 하락하며 38%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IMF는 10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이집트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을 23.5%로 2024년은 32.2%로 예상했다. 경제 위기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증가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국민의 삶이 어려워지자 이집트 정부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12개 품목에 대해 관세 면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관세 면제 조치 주요 내용

Madbouy(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는 2023년 10월 10일에 2023년 법령 3912호를 통해 12개 품목군 제품의 6개월 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12개 품목 중 10개는 식품 종류이며, 1개는 사료, 1개는 의약품이다. 관세 면제는 조치발표 다음 날인 2023년 10월 11일(수)부터 적용됐고, 적용 기간은 6개월이다.

<2023.10.11. 이집트 수입관세 면제 12개 품목군 리스트>

[자료: 이집트 정부]

이집트의 관세 면제 12개 품목군 수입 동향

이집트 정부가 관세 면제를 결정한 12개 품목군의 2023년 1~6월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가 감소한 2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2개 품목별로 살펴보면 냉동육, 소매용 이외 의약품을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은 모두 감소했다. 12개 품목 중 2023년 1~6월 수입액이 가장 높은 제품은 소매용 의약품(HS Code 3004)으로 총수입액은 14억6000만 달러였다. 그다음으로 설탕(HS Code 1701)이 2억2800만 달러, 감미료 첨가 유제품(HS Code 0402) 1억6300만 달러, 차(Tea)류(HS Code 0902) 1억4100만 달러의 수입액을 기록했다.

<수입관세 면제조치 12개 품목군의 최근 이집트 수입 동향>

(단위: US$ 백만, %)

주: 증감률은 2022.1~6. 대비 2023.1~6.임

[자료: Global Trade Atlas(2023. 11. 2. 검색)]

이집트의 관세 면제 12개 품목 對한국 수입 동향

이집트 정부가 관세 면제를 발표한 12개 품목 중 한국이 이집트에 수출하는 제품은 소매용 의약품(HS Code 300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외 수출 품목은 파스타, 사료 등이 있으나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 1~6월 한국의 대이집트 소매용 의약품(HS Code 3004)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9% 감소한 4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관세 면제 품목군의 최근 한국의 대이집트 수출 동향>

(단위: US$ 백만, %)

주: 증감률은 2022.1~6. 대비 2023.1~6.임

[자료: Global Trade Atlas(2023. 11. 2. 검색)]

시사점

이집트 정부는 2022년 러-우 사태 이후 외국인 단기 투자금 유출 등 외환보유고 급감 여파로 현재까지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연간 1800만 톤에 달하는 국내 밀 소비량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다. 러-우 사태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이집트 인플레이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2023년 9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38%에 달했다. 9월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1.7%p 하락하며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고, 최근 외환보유고 회복세 둔화, 이-팔 사태 리스크 등 이집트 경제 하방 압력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12월 IMF 이사회가 30억 달러의 이집트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으나, 2023년 10월 말 기준으로 3억4700만 달러의 지원만 이루어졌다. 2024년 상반기 이집트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IMF-이집트 협의가 예정돼 있으나 변동환율제 도입, 민영화 확대, 보조금 축소 등 IMF가 제시한 이집트 경제개혁 프로그램 이행 여부에 협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12월 8~10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억제는 이집트 정부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이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집트 인플레이션을 2023년 23.5%, 2024년 32.2%로 전망했으며, 2024년 GDP 성장률은 3.6%로 2023년 대비 0.5%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이집트 1인당 국민소득은 4587달러였으나, 2023년 3770달러, 2024년 3319달러로 추정된다. 이렇듯 구매력 약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급증으로 인한 육류, 곡물, 유제품 등 식품 가격 상승은 국민의 삶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달러 수급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입관세 면제 조치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번 이집트 정부의 수입관세 면제 12개 품목 중 한국이 이집트로 수출하는 주요 제품은 소매용 의약품(HS Code 3004)이다. 2023년 1~6월 약 480만 달러의 의약품(HS Code 3004)을 수출했다. 따라서 이번 관세 면제 조치에 따라 이집트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도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2월 러-우 사태 이후 외환보유고 확보를 위한 달러 해외송금 제한 등 수입 규제 정책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관세 면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통제가 이집트 정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이집트와 비즈니스를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우리 기업은 다양한 시각에서 이집트 정부의 수출입 관련 정책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자료: 이집트 정부 발표, Global Trade Atlas, IMF, 현지언론(Ahram, Daily News Egypt 등), KOTRA 카이로 무역관 자료(인터뷰 등)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