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지 일간지 Khaleej Times가 자신의 집 옥상에 텃밭을 조성하는데 성공한 에미라티(UAE 자국민을 이르는 말) 마하 알 무하이리(Maha Al Muhairi)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의 옥상 텃밭은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만든 플라스틱 하우스 안에 조성됐으며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 흙을 대신해 물이 담긴 큰 파이프에 구멍이 뚫린 화분들이 연결된 수경재배와 전통 재배 방식이 혼합된 스마트팜이다. 마하 알 무하이리는 옥상에 마련한 스마트팜에서 양상추, 바질, 파슬리, 가지, 오이,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수확하고 있으며 10명의 가족들과 함께 먹기에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스마트팜을 조성한 경험을 토대로 일반 가정에서 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수경재배식 소형 화분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Khaleej Times 옥상 스마트팜 보도자료>

[자료: Khaleej Times]

UAE는 무덥고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날씨 탓에 농업은 물론이고 집안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도 쉽지 않다. 텃밭에서 잎채소를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기르기 위해선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내에서 식물을 기를 때에도 광합성을 위해 화분을 옮겨주거나 때에 맞춰 물을 주고 주기적으로 분갈이를 하는 등 적절한 환경을 유지시키기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그에 따라 더욱 편리하게 효과적으로 식물을 관리, 재배할 수 있도록 제작된 스마트 홈 가드닝(Gardening)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은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식물 관리를 위해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거나 원격으로 제어하는 등의 기술이 적용된 가드닝 제품을 의미한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대다수의 제품은 관리가 어려운 흙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가 가능한 아쿠아포닉(Aquaponics, 수경재배) 혹은 에어로포닉(Aeroponic, 분무식 수경재배) 방식이다. 또한 실내에서도 적절한 광합성이 가능하도록 LED 조명을 탑재한 제품이 일반적이며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실시간으로 식물의 상태나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식자재를 수확하기 위해 구매하지만 제품의 참신함과 디자인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취미 혹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구매하기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취미로 홈 가드닝을 시작한 사람들이 다시 바빠진 일상 속에서 식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된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을 찾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UAE의 가드닝 시장규모는 약 5400만 달러 수준이나 아직 신시장인 스마트 홈 가드닝 시장의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된 바 없다.

UAE의 주요 스마트 홈 가드닝 브랜드

① Click & Grow

Click & Grow는 2009년 에스토니아에 설립된 기업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 공식 수출하고 있다. UAE에서는 음반 및 취미관련 제품을 다수 판매하는 Virgin Megastore, 하이퍼마켓 Waitrose 등을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 영양분이 함유된 소량의 흙과 씨앗이 담긴 캡슐을 넣고 물을 넣은 후 기계(화분)를 작동시키고 기다리면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75여 가지의 씨앗 캡슐을 판매하고 있어 다양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화분이 스스로 물을 조절하여 통상 3주 간격으로만 물을 부어주면 되고 씨앗을 새로 심을 때도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듯 화분에 씨앗 캡슐을 뜯어 넣으면 된다. 또한 연동된 스마트폰 앱으로 내가 심은 씨앗의 발아, 수확 시기에 대한 알림과 팁을 받을 수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Click & Grow 사용법>

[자료: Click & Grow]

<UAE 판매 중인 Click & Grow 제품 예시>

주: 가격 정보는 2023년 9월, 할인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함.

[자료: Virgin Megastore, Click & Grow]

② iDOO

iDOO는 2015년 미국에 설립된 기업으로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을 비롯해 음식물 쓰레기 퇴비함, 가전제품, 에어 매트리스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iDOO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은 전자제품 전문점인 Harman House, 전자상거래 플랫폼 amazon.ae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현지 언론사 Gulfnews에서 UAE 내 주요 실내 수경재배 화분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씨앗을 6개 심을 수 있는 제품부터 20개 심을 수 있는 제품까지 다양하지만 UAE에서는 12구 제품이 가장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iDOO의 제품은 식물의 성장 단계에 따라 조명 위치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채소류와 과일∙화훼류의 조명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과 화분을 연동할 수 있는 제품이 별도 출시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

<iDOO의 수경재배 시스템 구성>

[자료: iDOO]

<UAE 판매 중인 iDOO 제품 예시>

주: 가격 정보는 2023년 9월, 할인하지 않은 금액을 기준으로 함.

[자료: amazon.ae, iDOO]

③ VeggiTech

한국에서 시작돼 UAE에 본사를 둔 스마트팜 개발 기업이다. UAE에서 수경재배 수직농장을 운영 중이며 고급 향신료로 알려진 사프란(Saffron)을 재배하는 UAE 최초의 스마트팜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VeggiTech는 산업용 스마트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나 일반 소비자들이 소량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제품도 출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수경재배 방식이며 화분과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식물의 생애 주기, 영양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 13일부터 14일까지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4회 글로벌 수직농장 전시(Global Vertical Farming Show)에 참가하여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KOTRA 두바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홈 가드닝 제품들이 아직까지 UAE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가드닝에 관심을 보이는 인구가 서서히 늘고 있으며 편리하게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에 대한 인식도 점점 확산되는 추세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3~4개 제품을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의견을 주었다.

<VeggiTech의 홈 스마트 가드닝 제품>

[자료: KOTRA 두바이 무역관]

시사점

UAE 정부는 세계 식량안보 1위를 목표하는 ‘UAE 식량안보 전략’을 발표하며 달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량안보 확립을 위해 자급력 제고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농업에 취약한 자국의 환경 및 기후조건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경작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언론·SNS 등을 통해 스마트팜, 식량안보 관련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된 일반 시민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UAE 스마트 홈 가드닝 시장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로 시장을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나 제품이 없다. 스마트 가드닝 제품은 단순히 식자재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 교육, 인테리어, F&B 매장의 마케팅 수단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 판로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Khaleej Times, Euromonitor, Click & Grow(썸네일), iDOO, VeggiTech 및 KOTRA 두바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