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란 신경학적 차이를 다른 인간의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념을 말한다. 신경다양성의 관점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난독증, 뚜렛 증후군, 강박 장애, 감각 통합 장애 등으로 분류되는 뇌 기능 및 행동 특성이 다른 개인(이하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으로 통칭한다)은 그냥 ‘다른’ 인간이다. 즉, 이 용어는 이러한 ‘다름’을 병리학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 결핍이 아닌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을 장려하며 이러한 신경학적 ‘다름’을 치료하거나 수정하려는 노력 대신 사회가 이를 인간 다양성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신경다양성은 사람들이 세상을 생각하고 처리하는 다양한 방식을 인정하는 동시에, 뇌 기능 및 행동 특성이 다른 개인을 사회가 더 많이 수용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특히 교육 및 직업 환경에서 개인이 기존의 규범을 일률적으로 따르길 기대하기보다는 모든 개인의 요구사항과 강점에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장려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및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이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트렌드도 신경다양성이 주목받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신경다양성의 잠재력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신경다양성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최근 미국의 기업을 중심으로 신경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은 종종 독특한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해 혁신적인 문제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혁신이 핵심인 기술 업계에서는 다양한 인지적 접근 방식을 가진 개인과 팀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에 독특한 관점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위험을 추구하며 에너지가 높고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강점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적합한 조직에서 활용한다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연결성을 찾아낼 수 있고 복잡한 작업이나 제품을 단순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세부적 사항에 대한 주의력, 분석적 사고 및 뛰어난 기억력과 같은 전문 기술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는 코딩, 데이터 분석 및 테스트와 같은 역할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한편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경다양성을 포용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더불어 기업은 신경다양성을 육성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기업 평판을 높일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의 기업 인력들은 일반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며 결과적으로 기업은 높은 이직률과 관련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신경다양성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미국의 테크 기업들

위와 같은 이점들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은 점차 채용 및 업무 관행에서 신경다양성을 우선시하고 있는 추세다. 이를 통해 경쟁이 치열한 업계 환경에서 더욱 탄력적이고 혁신적이며 성공적인 조직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크 기업들은 신경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이 혁신적인 사고와 창의적인 솔루션을 통해 인력을 강화한다고 믿으며 신경다양성 채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팀은 회사 문화, 작업 환경 및 고객 서비스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에 따르면 해당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있는 신경다양성 후보자를 유치하고 경력 성장과 성공에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경다양성을 보여주는 직원 Cody Takayoshi(위, 자폐스펙트럼)와 Cecilia Fang(아래, ADHD)>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IBM) IBM은 2017년부터 직장 내 신경다양성을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인 Specialisterne Foundation과 파트너십을 맺고 2019년부터는 신경다양성을 갖춘 직원을 위한 지원 그룹인 ActuallyAutistic 및 ActuallyNeurodivergent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필요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IBM SkillsBuild를 통해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을 대상으로 수요가 높은 기술에 대한 무료 교육 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SAP) SAP는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에 대한 지원이 채용 과정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직장 내 자폐스펙트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르면 회사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관리자를 교육하고 신경다양성을 갖춘 직원들은 업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받게 된다.

(브이엠웨어, 휴렛팩커드, 세일즈포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브이엠웨어(VMware)는 채용 시 멘토링과 직업 코칭을 포함해 포괄적인 인터뷰 및 채용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신경다양성 포용 프로그램(Neurodiversity Inclusion Program)을 도입했다. 휴렛팩커드는 PROVAIL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격을 갖춘 자폐스펙트럼 지원자를 모집, 고용 및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도 2019년부터 Specialisterne Foundation과 협력해 신경다양성 채용 프로그램인 Autism@Work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선택된 개인에게 기술을 평가하고 가르치는 4주 인턴십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신경다양성 채용 프로그램인 Autism@Work 출발을 기념하는 세일즈포스의 직원들>

[자료: 세일즈포스]

ESG, DE&I와 신경다양성, 그리고 미래

혁신을 상징하는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의 HR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인터뷰에서 “신경다양성을 장려함으로써 기업의 리더는 혁신을 촉진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더 넓은 범위의 경험과 역량을 반영하는 인력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문화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및 DE&I 이니셔티브를 지원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감있고 포용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또한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잠재적으로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더 많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적으로 더 나은 재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현재 미국에서 신경다양성의 가치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은 보통의 사람들과 비교할 때 고용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 격차는 경제적 불안정 및 자립 기회 감소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뿐 아니라 양극화와 불평등, 사회적 분열, 사회복지 부담 증가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 기업에서 신경다양성을 갖춘 개인을 고용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 정의와 평등 접근성의 문제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인적 자산을 고용 환경에 참여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기여의 잠재력을 볼 때 진지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다.

자료: Mckinsey, Deloitte, Tech Monitor, Stanford Neurodiversity Project, 마이크로소프트, IBM, SAP, 브이엠웨어, 휴렛팩커드, 세일즈포스,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