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는 왕족이 아닌 민간인에게 부여되는 최고의 칭호인 '옥냐(Oknha)'라는 작위에 대한 명칭이 있다. 옥냐는 '귀족(nobleman)'이나 '공작(duke)'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계의 거물(tycoon)'로 해석되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 옥냐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에 최소한 5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이나 현물을 기부해야 하며 이 기부금은 주로 도로 정비, 병원이나 학교 건립 등의 사회 지원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옥냐 신청이 다양한 정부 기구를 거친 후 왕립 정부의 요청에 따라 국왕이 서명함으로써 옥냐라는 칭호가 수여된다. 옥냐는 정부에 기부한 액수에 따라 록 옥냐(Lork Oknha), 네악 옥냐(Neak Oknha), 옥냐(Oknha) 등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

캄보디아 옥냐협회(Cambodian Oknha Association)

캄보디아 옥냐의 수는 지난 30년 동안 빠르게 증가했다. 2023년 6월 말 기준 캄보디아에서 옥냐 칭호를 받은 사람은 약 1300명으로 확인된다. 옥냐의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2022년 10월 25일 캄보디아 옥냐협회(Cambodian Oknha Association)가 설립되었다. 캄보디아 옥냐협회는 옥냐라는 칭호의 가치를 유지 및 향상시키고 캄보디아 정부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사회적·인도주의적 활동에 동참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초당적 기관이며 2023년 8월 기준 29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협회는 국내 및 국제 포럼·세미나·기타 프로그램 등을 조직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캄보디아 내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협회는 설립 이후 보건, 지뢰 제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 발전을 위해 정부에 다양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협회 설립 이후 최초로 2023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포럼은 캄보디아 옥냐협회의 설립 취지 및 임무를 널리 알리고 유망한 내국인 투자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협회의 성격에 맞게 캄보디아 내 무역 및 투자 활동을 촉진하고자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캄보디아 전역의 재계 인사, 각국 대사관 대표단, 국제 비즈니스 협회, 고위 공무원 등 약 4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캄보디아 옥냐협회가 주최한 2023 Business Forum and Gala Dinner>

[자료: KOTRA 프놈펜 무역관 촬영]

캄보디아 옥냐협회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 협회 회원인 옥냐들의 적법한 이익과 명예를 대표하고 보호

  - 관계 강화, 정보 공유 및 컨설팅 등을 동한 상부상조

  - 옥냐의 명성 및 미덕 제고를 위해 다양한 사회 및 자선활동 참가

  - 캄보디아 투자 기회에 대한 정보 전파

  - 캄보디아 법 제도에 대한 존중 촉진

  - 국내외 포럼, 세미나 등 개최 통한 캄보디아 내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 촉진

캄보디아 옥냐협회 조직 구성

옥냐협회 초대회장은 LYP Group의 네악 옥냐 Ly Young Phat이 임기 5년간 회장직을, 일상적인 운영은 협회 사무총장인 옥냐 Hun Lak이 수행하고 32명의 이사진이 협회를 이끈다.

<캄보디아 옥냐협회 조직도>

[자료: 캄보디아 옥냐협회]

옥냐들과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

캄보디아 내 주요 기업 회장들은 대부분 옥냐라는 명칭을 수여받았으며 이들 대다수가 총리 일가나 고위 공무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Royal Group, Sokimex Group, LYP Group, Vattanac Group, Chip Mong Group, Mong Reththy Group, New World Group, Worldbridge Group 등을 포함한 다수의 유수 기업 회장들은 명성이나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로 잘 알려진 옥냐들이다. 

정부와의 관계는 보통 캄보디아 적십자(Cambodian Red Cross), 칸타 보파 재단(Kantha Bopha Foundation) 등의 자선 기관에 기부함으로써 구축된다. 큰 기부는 명성 및 고위급 정치인들과 인맥을 쌓는 수단 중 하나이며, 다수의 옥냐들이 총리가 주최하는 자선 행사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정부 핵심 인사나 이들의 배우자가 다수의 현지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Hun Sen 전임 총리의 경우 가장 영향력 있는 옥냐들과의 관계가 잘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력 있는 옥냐 대부분은 총리나 캄보디아국민당(CPP) 지도부의 고문(advisor), 여당 상원의원, 전임 총리의 배우자이자 현 총리의 모친이 이끄는 캄보디아 적십자 이사 등의 요직을 맡고 있다.

크메르루즈 시기 왕족과 귀족의 작위 폐지 및 대량 학살 등으로 옥냐가 사라졌으나 1990년대 옥냐 칭호가 복원되었고 이는 유력 정치인들과 재계 인사들의 유대가 다시 공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 옥냐 칭호를 받은 사람들은 집권여당인 캄보디아 국민당과 상생의 관계를 구축했으며, 옥냐는 집권여당이 정치 자금을 유치하는 기반이 되었다. 현지 기업가들은 정치 세력과의 관계를 구축할 경우 사업 운영이나 프로젝트 승인 등이 용이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아래 옥냐들이 가장 부유하면서도 유력 정치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옥냐들이 정치 인사들과 잘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니며, 1990년대 옥냐 칭호를 얻은 사람들이 정부와 더욱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유력 옥냐>

[자료: KOTRA 프놈펜 무역관 정리]

옥냐들의 주요 비즈니스

캄보디아의 대규모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옥냐가 소유하고 있으며 일부 옥냐는 무역, 금융, 투자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LYP Group, Royal Group, Chip Mong Group, Worldbridge Group, OCIC Group, Mong Reththy Group 등이 다방면에 진출해 있는 주요 기업들이다. 잘 알려진 옥냐들이 운영 중인 현지 주요 업체는 다음과 같다.

<옥냐 소유의 현지 주요 기업 및 진출 분야>

[자료: KOTRA 프놈펜 무역관 정리]

옥냐는 캄보디아 내 가장 큰 투자자들이다.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에 따르면 옥냐를 중심으로 한 내국인 투자자들이 2022년 캄보디아 투자의 53.4%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42.01%), 태국(1.09%) 등이 뒤를 이었다.

<2022년 캄보디아 내 국별 적격 투자 프로젝트(QIP) 승인 현황>

[자료: 캄보디아 개발위원회(CDC)]

옥냐는 캄보디아 내 가장 큰 투자자일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주요 옥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캄보디아 상공회의소(Cambodia Chamber of Commerce)도 해외기업과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옥냐와의 비즈니스 협력 시 주의사항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외국인 사업가들이 캄보디아 옥냐와 사업상 협력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옥냐들은 사업 운영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과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 광범위한 정부와의 네트워크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냐의 영향력이 강력한 만큼 사업상 협력시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사업가들의 경우 그저 사업상 거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옥냐라는 칭호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실제 극소수이긴 하나 일부 옥냐가 국내외 비즈니스 파트너를 상대로 사기 등의 행각을 벌여 체포되는 사례도 있다. 토지 구입 관련하여 국내외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구속된 옥냐도 있고 옥냐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고도 결국 확보하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따라서 토지 확보와 관련된 거래를 할 때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 옥냐 칭호를 가진 일부 재력가들이 사회에 공헌할 목적이 아니라 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당 칭호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일반 국민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빈곤층으로부터 토지를 강탈하거나 불법 벌목 및 모래 준설, 천연자원 파괴, 마약 밀매 등에 연루된 옥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옥냐들이 투명하고 적법한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옥냐와 같은 유력 인사와의 사업 협력 전에는 반드시 배경 조사 및 실사 등을 실시하여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캄보디아 옥냐협회 관계자도 KOTRA 프놈펜 무역관과의 면담에서 캄보디아 투자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옥냐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을 보는 시각이나 유용한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사업상 혜택을 얻을 수도 있지만, 상호 신뢰 강화 및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협의 및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료: 캄보디아 옥냐협회, 캄보디아 개발위원회, 캄보디아 상공회의소, 프놈펜포스트, 크메르타임즈, KOTRA 프놈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