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3일 캄보디아에서는 12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제7대 총선이 실시됐다. 전국 1652개 시·군·구, 2만3789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이번 총선에는 유권자 971만655명 중 821만3260명이 투표에 참가해 84.5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편 캄보디아 국가선거관리위원회(National Election Committee, NEC)가 발표한 예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총 125석 중 집권여당인 캄보디아국민당(Cambodian People’s Party, CPP)이 120석을, 친정부 성향의 왕당파 푼신펙당(FUNCINPEC)이 5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5년부터 38년간 집권 중인 훈센 총리는 총선 3일 뒤 대국민 성명을 통해 자신은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CPP의 차기 총리 후보인 장남 훈마넷이 신임 총리로서 새로운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집권여당의 압승, 예견된 결과

이번 총선은 사실상 CPP가 압승할 수밖에 없는 뻔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3년 실시된 제5대 총선에서 CPP가 48.8%의 득표율을 얻어 68석을 차지하며 승리했지만, 야당인 구국당(CNRP)의 득표율이 44.5%에 달해 55석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약진했다. 2017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이 승리했지만 CPP 50.76%, CNRP 43.83%로 CNRP의 약진이 지속되자 위기감을 느낀 훈센 총리 및 집권여당은 CNRP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고 주장했고, 결국 캄보디아 대법원은 2017년 11월 CNRP를 강제해산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연합, 미국, 인권단체 등은 훈센 총리가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자행한 야당, 언론, 시민사회에 대한 조치를 비판하고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야당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2018년 실시된 제6대 총선에서는 CPP가 125석 전석을 차지했다. 이번 제7대 총선을 앞두고도 야권 내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던 촛불당(Candlelight Party)의 총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고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 집권 연장 및 권력 세습을 위한 기반을 더욱 강화했고 예상대로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역대 캄보디아 총선 결과 비교>

주: 투표율 및 득표율은 관련 자료에 따라 조금씩 상이할 수 있음.

[자료: 캄보디아 국가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자료 종합 및 KOTRA 프놈펜 무역관 정리]

<제7대 총선에 참가한 18개 정당>

주: 좌측 상단부터 Beehive Social Democratic Party, Cambodia Indigenous Peoples Democracy Party, Cambodian Nationality Party, Cambodian People’s Party, Cambodian Youth Party, Democracy Power Party, Dharmacracy Party, Ekpheap Cheat Khmer Party, Farmer’s Party, Funcinpec, Grassroots Democratic Party, Khmer Anti-Poverty Party, Khmer Conservative Party, Khmer Economic Development Party, Khmer National United Party, Khmer United Party, People Purpose Party, Women for Women Party 순

[자료: Radio Free Asia]

<캄보디아국민당의 공식 선거운동>

[자료: KOTRA 프놈펜 무역관]

총선 과정 및 결과에 대한 각계 반응

훈센 총리는 선거 후 대국민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이번 선거가 84% 이상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캄보디아 민주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모든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훈마넷도 선거 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캄보디아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명확하게 표명했으며,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유럽연합 및 일부 서방국가들은 이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에서 치러질 수 없다고 판단해 참관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선거 종료 후 이번 캄보디아 총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인사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원조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Volker Türk도 캄보디아 국민들이 선거 과정에 온전하고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극히 제한된 환경에서 총선이 실시된 것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지금은 해외로 망명한 구국당 부대표 출신 정치인 Mu Sochua는 이번 총선이 야당을 배제한 2018년 총선의 반복에 불과하며 훈센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을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력 이양 돌입한 캄보디아 전망은

훈센 총리는 2023년 7월 26일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자신은 총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훈마넷(Hun Manet)이 신임 총리로서 신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훈센 총리의 장남인 훈마넷(1977년생)은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국 뉴욕대 경제학 석사 및 영국 브리스톨대 경제학 박사를 마친 엘리트이다. 그는 군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총선 출마 전까지 캄보디아 육군사령관 및 왕립군 부사령관직을 맡아 왔다. 2018년에는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2021년 말에는 CPP 차기 총리 후보로 공식 선출됐으며, 이번 총선에서 프놈펜 선거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투표 중인 훈마넷 부부>

[자료: 훈마넷 페이스북]

훈센 총리의 사임 및 훈마넷의 총리직 승계가 공식화되면서 향후 캄보디아 정국 운영 방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훈마넷이 신임 총리로 공식 임명되면 대대적인 내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훈센 총리는 사임 후 국왕 자문기구의 의장역을 수행할 것이며, 내년 2월 예정된 상원의원 선거 후에는 자신이 상원의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훈마넷을 위해 훈센 총리가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만, 훈센 총리는 사임 이후 신임 총리 업무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38년간 권좌를 지켜온 훈센 총리의 사임과 장남 훈마넷의 신임 총리 취임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차기 정부는 권력 이양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고 정국 운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개혁 및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상의 차질이나 서방의 제재 여부 등 향후 캄보디아 정국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총선에 대한 잠정 결과는 오는 8월 5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며, 훈마넷은 8월 22일 국회 신임 투표를 거쳐 총리직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자료: 캄보디아 국가선거관리위원회, 훈마넷 페이스북, 프놈펜포스트, 크메르타임스, Reuters, CNN, BBC, Radio Free Asia, Cambodian People's Party 홈페이지, AKP,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 홈페이지, KOTRA 프놈펜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