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모두를 놀라게 한 ChatGPT의 출현은 인공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세상에 보여줬다. 21세기의 컴퓨터는 세상에 없는 소설을 창작해 내고, 세상에 없는 명화를 그려낸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발전 속도라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지던 부분까지도 컴퓨터가 수행할 날이 머지않았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산업과 연계됐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아직 인공지능 기술은 개발 단계에 있어 향후 이를 통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인공지능 산업의 선두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영국 인공지능 시장동향

유럽의 테크허브이자 탄탄한 연구 기반을 지닌 영국은 이미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인공지능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 머신러닝 전문기업 그래프코어(Graphcore),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기업 베너블런트AI(BenevolentAI) 등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여러 회사가 영국에서 탄생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영국 기업들은 이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영국 내 산업의 15%에 해당하는 약 43만2000개사의 기업이 적어도 1개 이상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주로 사용되는 업무는 데이터 관리 및 분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법률, IT 분야가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법률, IT 분야 기업의 30%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으며 30%는 현재 AI 기술을 활용하지 않지만 앞으로 AI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라 말했다. 인공지능 산업이 성숙해짐에 따라 더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AI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 비율>

(단위: %)

[자료: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 기업 E.on의 챗봇 서비스 책임자 니콜라이 베렌브록(Nikolai Berenbrock)은 ‘대화형 인공지능이 문의 수요의 3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며 ‘챗봇 도입으로 고객서비스 업무가 크게 경감됐을 뿐 아니라 서비스 응대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낮출 수 있었다’ 말했다. 게다가 E.on은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을 내부 IT 서비스 데스크, 인사 데스크 등 내부 문의에 대응하는 데에도 사용해 운영 비용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기업의 최우선 목표인 이윤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0년 영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지출한 금액은 167억 파운드(한화 약 2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소규모 기업은 기업당 평균 9500파운드(한화 약 1500만 원)를, 중견기업은 기업당 38만 파운드(한화 약 6억 원)를, 대기업은 기업당 160만 파운드(한화 약 26억 원)를 지출했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40년까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지출이 매년 8.4%씩 성장해 2040년에는 835억 파운드(한화 약 13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20~2040년 AI 기술에 대한 기업 지출 예상 시나리오>

(단위: ￡ 10억)

[자료: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높아지는 수요에 힘입어 영국 내 인공지능 기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현재 영국에는 3170개의 인공지능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 관련 직군 종사자는 5만여 명에 달하며, 이들 기업이 창출하는 매출액은 약 10억60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더해 투자 또한 늘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188억 파운드(한화 약 31조 원)였다. 이는 유럽 내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 영국 인공지능 시장

영국이 인공지능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큰 배경 중 하나는 오래전부터 이어진 영국 정부의 지원이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산업전략 녹서·백서(Industrial Strategy Green·White Paper), 디지털 전략(UK Digital Strategy)을 통해 자국을 인공지능 글로벌 혁신센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수많은 자금을 인공지능 산업에 투자를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영국 정부는 2018년 발표한 AI 섹터딜을 통해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6000억 원) 투자를 발표했다.

1) AI 섹터딜

AI 섹터딜은 적극적 투자를 통해 영국을 AI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AI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 및 윤리적 사용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정립하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AI 섹터딜(2018.4) 내용>

[자료: GOV.UK]

섹터딜의 이행 현황으로 영국 정부는 2019년 인공지능 윤리와 안전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고 2021년 인공지능 의사결정의 윤리, 투명성 및 책임 체계를 발표했다. 또한 산업계∙학계 주도 AI 확산, 인력 양성 및 AI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AI위원회(AI Council), AI 실행방안 수립 및 실행, 정책 조정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AI청(Office for AI), AI 전문가 주도 신뢰 가능한 데이터 및 AI를 구현 및 윤리, 표준 수립을 담당하는 데이터윤리혁신센터(Centre for Data Ethics & Innovations)를 설립했다.

2) 인공지능 국가전략(AI National Strategy)

2021년 영국 정부는 인공지능 국가전략(AI National Strategy)을 발표해 향후 10년간 인공지능 산업 발전 방향을 구체화했다. 영국의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장기적 투자를 통한 산업 발전, 전 산업 인공지능 접목을 통한 시너지 발생, 정부의 인공지능 거버넌스 확립을 골자로 한다. 이후 2022년 6월 '영국 디지털 전략(UK Digital Strategy)'을 통해 과학 및 기술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영국 정부의 비전 달성을 위한 4개년(2022~2025년)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당 로드맵은 인프라, 지식재산권, 인력양성, 혁신 투자, 기술 확산, 글로벌 선도 등 6대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실행과제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23년, 영국 재무부 장관은 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35억 파운드(한화 약 5조8000억 원)를 투자할 것을 약속하며 또 한 번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2023년 영국 기술부 장관 클로이 스미스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영국 내 유수 대학들에 5400만 파운드(한화 약 892억 원) 투자를 발표하는 등 연구 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금액은 인공지능 산업의 혁신 생태계 확립, 인공지능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 다양한 연구개발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영국의 강점, 연구개발분야 투자 지속

영국은 탄탄한 연구 기반을 갖춘 국가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장을 선도하기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섹터딜, 국가전략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인공지능 연구기관들은 다음과 같다.

<영국 정부 지원 인공지능 연구기관>

[자료: 각 기관 홈페이지]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인공지능

앞서 밝혔듯 AI 기술은 그 자체로도 유용하지만 산업과 연계됐을 때 나오는 시너지가 무궁무진하다. 영국에서도 많은 산업에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으며 인간의 노동력을 덜어주고 있다.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챗봇과 같은 단순문의 대응 솔루션이다. 그러나 과거 간단한 문의 대응 정도로만 사용되던 챗봇이 고도화돼 이제는 복잡한 문의 사항도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엔데믹에 접어들며, 다시 부활하는 관광업에서는 고도화된 챗봇을 통해 밀려드는 문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은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여행 스케줄을 짜주고 여행 중 금전 사기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의 여행 편의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의료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기술 또한 인상 깊다. 컴퓨터 비전 기술로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기 힘든 이상을 감지해 진단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가 하면, 인공지능 로봇으로 정밀한 수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해낸다. 진단 및 수술 외에 제약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유니콘 기업 베네볼렌트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한다. 베네볼런트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연구논문 및 임상실험 결과 데이터를 모아 데이터화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융합한 후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성이 높은 성분 조합 후보를 추출한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사점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보다 많은 지식을 가진 인공지능을 보면 언젠가 인간의 지적 노동력이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깃든다.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대체될 거란 공포는 산업혁명 시기 기계에 대체될까 두려워 기계를 부수던 러다이트 운동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거라며 기계를 부수던 러다이트 운동도 결국 산업혁명을 거스르지 못했고 지금은 수많은 다른 직업이 사라진 직업을 대체했듯 전문가들은 미래 또한 그렇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지능과 관련된 직업이 생겨나고 인공지능의 체계를 이해하고 잘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늘어나는 영국의 인공지능 기업, 인공지능 분야 종사자가 이를 증명한다.

자료: GOV.UK, 각 연구기관 홈페이지, KOTRA 런던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