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 변호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국의 대 러시아 제제 조치가 강화된 이후 러시아 부자들이 두바이로 몰리고 있다. 2022년에는 100만 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두바이를 방문하였고, 러시아 및 두바이 간 양자무역(bilateral trade)은 2021년에 비해 약 70%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인들이 두바이 소재 고급 부동산을 빠른 속도로 매입하고 있는데, 그만큼 러시아 부자들이 두바이에 거주할 목적이나 투자 목적으로 값비싼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외국인 및 그 가족에게는 5년에서 10년 동안 유효한 장기 거주 비자가 발급되기 때문에 향후 두바이를 찾는 러시아 부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립적인 금융정책과 투자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우선시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마저 2021년 2월 28일 EU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였고 계속해서 EU와 발맞추어 대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러시아 부호들은 자산을 안전하게 이전하고 보존할 곳이 필요했고 오랫동안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신흥 금융허브 두바이가 그 대체지로 떠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두바이는 러-우 사태 발발 이전부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고 다른 UAE 국가와 발 맞추어 전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 서방국과 정치 및 경제적으로 대치중인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수립해왔기 때문에 러시아 부자들에게는 안전한 대체지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참고로, 두바이는 현재까지 미국과 EU 등 서방국의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부자들이 두바이로 몰려들며 러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 엔젤투자자들을 찾아 많은 러시아 스타트업이 두바이에 법인을 설립하였고 해외 투자자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원하는 러시아 기업들이 두바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였다. 그 결과 최근 러시아 기업이 해외 투자자와 합작법인을 가장 많이 설립하는 곳 중 하나가 두바이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두바이에 설립되는 법인은 더 이상 러시아 법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실제로, 러시아 당사자와 거래를 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두바이나 터키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거래 구조를 많이 검토하였다.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에서 러시아 자본이 두바이로 대거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많은 러시아 계 기업 및 투자자들이 두바이에 법인을 신설하여 러시아라는 꼬리표를 떼고 두바이 법인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기반을 둔 기업들도 두바이에 자회사가 아닌 별도 법인을 신설하여 해외 투자자 및 거래상대방과 계약을 맺고 거래를 하고 있다.

이렇듯 표면적으로 두바이 법인이어서 러시아와의 연계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최종실소유자(Ultimate Beneficial Owner)는 러시아 법인 또는 러시아인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며,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의 경우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금융기관 및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라 하더라도 대 러시아 제재 상 금지행위를 주요하게(materially) 위반하거나 위반을 야기한 경우 제재 대상자에게 중대한 지원행위(material support)를 한 것으로 간주되어 거래금지대상자 목록(SDN List)에 등재될 수 있는 등 2차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항상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걷는 마음으로 거래상대방의 최종실소유주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