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VOD(주문형 비디오) 시장 규모 및 동향

프랑스의 영상 콘텐츠 시장은 기존의 물리적 매체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VOD 시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2021년 물리적 매체(DVD/블루레이 등)와 VOD(주문형 비디오, 편당 결제 및 정기구독)를 포함한 프랑스의 총 비디오 콘텐츠 판매 매출은 2020년에 비해 7.3% 증가한 19억9210만 유로를 기록했는데 그중 VOD 시장이 87.7%를 차지(2012년 18.4%)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영상 콘텐츠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VOD 시장은 2021년 총 17억466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11.9%가 증가한 수치다. VOD 시장은 정기구독방식과 편당 결제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2017년부터 정기구독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며 2021년 VOD 시장 전체 매출의 87.6%에 해당하는 15억3080만 유로를 기록했다.

<프랑스 VOD 시장규모>

(단위: 백만 유로)

주: 도표상 수치의 콤마(,) 표기는 유럽식으로 .(점)을 의미

[자료: CNC]

정기구독 방식의 VOD 플랫폼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은 2014년 프랑스에 처음 진출한 넷플릭스(Netflix)가 차지했다. 2017년 33.0%의 VOD 이용자가 넷플릭스를 시청했다면(다른 플랫폼과 중복시청 가능),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1년에는 6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프라임비디오(Prime Video)와 디즈니플러스(Disney+)가 높은 이용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프랑스 플랫폼의 비율은 낮은 편으로 프랑스 통신사 Orange와 프-독 합작 방송 채널 Arte, 프랑스 영화 전문 채널 Canal+의 플랫폼이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Salto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Salto는 프랑스 국영방송사 France Television과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사 TF1, M6가 합작해서 만든 플랫폼으로,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의 넷플릭스’를 목표로 2020년 10월 출시됐다. 20여 개 채널의 실시간 방송 및 다시보기 외에 VOD, 공중파 방영 전 독점 공개, 독점 해외 드라마 등을 제공하고 글로벌 플랫폼보다 훨씬 더 프랑스 시청자들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엄선하고 프랑스 제작 작품들을 제공하며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결국 목표보다 부진한 성적과 TF1과 M6 간 합병 실패 등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해 2023년 3월부로 플랫폼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용률 추이 또한 글로벌 플랫폼에 유리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4개의 미국 플랫폼(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애플TV)과 예술 콘텐츠 전문 채널인 Arte는 계속적으로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그 외 프랑스 플랫폼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프랑스 유료 VOD 플랫폼 이용자 비율 연도별 추이>

(단위: %)

[자료: CNC]

콘텐츠 종류별 소비현황 및 방식

2021년 12월 기준 프랑스 구독형 플랫폼 내 콘텐츠의 53.5%는 영화 콘텐츠가 차지하고 있고 드라마의 비율은 19.4%지만 수요의 증가에 따라 드라마 시리즈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무엇보다 2021년 시청된 콘텐츠의 67.2%는 드라마 시리즈로 콘텐츠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화는 23.4%, 어린이용 콘텐츠는 5.4%, 기타 콘텐츠는 4.0%를 차지했다. 구독형 플랫폼 내 영화의 인기는 줄고 드라마 선호도가 커지는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구독형 플랫폼 콘텐츠 장르별 공급·수요 현황>

(단위: %)

주: 도표상 수치의 콤마(,) 표기는 유럽식으로 .(점)을 의미

[자료: CNC]

2021년 프랑스 구독형 플랫폼에서는 총 7674편의 영화가 서비스됐고 그중 38.2%는 프랑스 영화(전년대비 2.2%p 감소), 45.3%는 미국 영화(전년대비 8.7%p 증가), 11.8%는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 영화(전년대비 0.3%p 감소)였으며, 4.8%(전년대비 6%p)가 미국과 유럽이 아닌 제3국의 영화로 조사됐다.

2021년 프랑스 구독형 VOD 시장은 넷플릭스와 미국 콘텐츠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린 10개의 작품 중 9편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인기 있었던 드라마 10편 중 4편은 미국 드라마였고 영화의 경우 10편 모두가 미국 영화로 조사됐다. 미국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함에 따라 미국 제작 콘텐츠가 주요하게 소개되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다양한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보유한 글로벌 VOD 플랫폼은 양질의 제3국 콘텐츠가 발견되는데 이는 큰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드라마 콘텐츠에서 나타나는데 2021년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를 끈 VOD 드라마 콘텐츠 10편을 살펴보면, 한국의 ‘오징어 게임’(4위)을 비롯한 미국과 프랑스가 아닌 제3국의 작품들이 5편을 차지했다.

<2021년 프랑스 VOD 드라마 인기순위>

[자료: CNC]

프랑스 VOD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 인기 현황

2023년 KOFICE(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세계 한국문화콘텐츠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청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는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으로 조사됐다. 영화는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전 국가에서 ‘기생충’이 1위, 그 뒤로 ‘부산행’, ‘카터’ 등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으로 뽑혔다.

프랑스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순위 안에 들지 못했고 다른 유럽 국가 순위에는 없는 ‘내일’과 ‘미생’이 순위 안에 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프랑스의 시청자들은 로맨스나 코미디 드라마보다는 SF 등 장르의 특성이 강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 ‘헤어질 결심’은 프랑스에서만 선호도 5위 안에 들었는데, ‘헤어질 결심’이 프랑스 VOD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는 점으로 볼 때, 프랑스에는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8월, 프랑스 경제전문지 레제코(Les echos)는 'K-Pop, 드라마, 테크... 한국의 소프트 파워 7개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분야의 한류 현상을 분석했다. 그중 한국 드라마 콘텐츠에 대해 레제코는 2017년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금지된 후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맨투맨’을 전 세계 약 20개의 언어 자막으로 제작해 방영했고 이를 계기로 드라마 한류가 시작됐다고 설명하며 이후 칸 영화제에서 한국 드라마 3편을 소개하는 이벤트가 주제가 될 정도로 현재 K-드라마는 VOD 플랫폼 카탈로그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한국 드라마의 정서적 코드와 느린 리듬은 서양 시청자들의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독보적인 몰입을 보장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 콘텐츠는 유럽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지만, VOD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에 대한 문화적 관심을 온전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3년 프랑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영화 콘텐츠>

[자료: KOFICE(선호도)]

시사점

앞서 살펴본 대로 프랑스 VOD 플랫폼 시장은 대부분 글로벌 플랫폼이 잠식했고 영화를 중심으로 콘텐츠 또한 미국 작품들이 순위를 장악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 영화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으로 오래전부터 미국 상업영화의 무분별한 유입을 규제하고 자국 영화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연장선에서 프랑스 정부는 미국 VOD 콘텐츠의 프랑스 잠식을 늦추기 위한 여러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2021년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과 맺은 쿼터제 계약이 그중 하나다. 이 협약에 따라 2021년 6월 이후 미국 플랫폼 Netflix, Amazon Prime Video, Disney+, Apple TV는 프랑스에서의 매출의 20% 이상을 프랑스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80%는 비디오 콘텐츠 제작에, 20%는 영화 제작에 투자하게 됐다. 프랑스 내 지식 콘텐츠 및 미디어 제작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프랑스 시장상황 및 정부의 규제방침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파리의 한국제품 전문 콘셉스토어 B사의 대표 M씨는 KOTRA 파리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에 수많은 한국 영화가 프랑스에서 개봉됐고 K-pop이 유럽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깊은 팬층을 형성했으며,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생활 습관이 소개돼 한국과 관련된 제품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K-콘텐츠 인기는 다양한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한편 여행 산업으로도 이어져 한국을 찾는 서구 관광객들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외국인 입국자는 339만 명으로 전년대비 224.5% 증가했다.

초고속(5G) 인터넷 보급과 함께 스마트폰 사용이 보다 일상화되면 프랑스 VOD 플랫폼을 통한 한국 콘텐츠 시청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K-콘텐츠의 프랑스 진입 가능성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로맨스물보다는 공포, SF, 스릴러 등의 장르를 선호하고 느린 전개를 지루해하는 프랑스 주력 소비계층의 취향과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한국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공감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CNC(프랑스국립영화영상센터), KOFICE(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간지 Le Monde, Les Echos, Le Figaro, Netflix,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