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독일 식품 소매업의 2021년 매출 규모는 1490억 유로(약 206조 원)에 달한다. 이 중 Private Brand(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 이하 PB) 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점유율은 2021년 1~9월 40.7%에서, 2022년 1~9월 42.8%로 증가했다.

<독일 일용 소비재 시장의 PB제품 및 브랜드 제품의 매출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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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Handelsblatt]

PB는 일명 No-Name 브랜드, 자체브랜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이들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예로 Aldi(Gut Bio), Edeka(GUT & GÜNSTIG), Penny(Penny), Rewe(Feine Welt) 등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PB다.

<Aldi 슈퍼마켓의 PB, ‘Gut Bio’ 제품 사진>

[자료: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체 촬영]

물가 상승,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 PB 브랜드 제품 구매로 소비행태 변화

독일연방통계청(Statistisches Bundesamt)에 따르면, 독일의 2023년 1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7%의 높은 상승을 나타냈으며 2022년 12월 대비는 0.1% 상승을 보였다. 비록 최고 정점을 찍은 2022년 10월의 물가상승률 10.4% 기록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높은 수준이다. 2022년 독일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7.9%로, 1951년 7.6% 상승을 상회하며 전후 및 통독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독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독일의 평균 실질 임금은 전년대비 4.1% 줄었다. 이는 독일의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2022년 1월~2023년 1월 독일 월별 인플레이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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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독일연방통계청]

우수한 품질, 착한 가격의 PB 제품, 공신력 있는 소비자 기관의 테스트로 확인받아

독일연방통계청이 확인한 독일의 식품 가격은 2021년 11월~2022년 11월에 무려 21%나 상승했다. 과거 독일은 식품 가격이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저소득층 누구라도 돈 걱정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자랑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은 과거의 자랑거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독일 소비자가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일반 브랜드보다 좀 더 저렴한 PB 브랜드 제품을 슈퍼마켓에서 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 우리말이 있다. PB 제품의 가격이 브랜드 제품보다 더 저렴해 품질 역시 브랜드 제품보다 좋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슈티프퉁바렌테스트(Stiftung Warentest)는 독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1000개 이상의 제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PB 제품이 품질 면에서 종종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등하거나 더 우수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독일에서는 PB 제품의 가격 인상률이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더 높았다. PB는 일반 브랜드 제품에 비해 이윤 폭이 더 낮으므로 에너지 비용과 운송 비용 인상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PB 제품을 구매하면 여전히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슈티프퉁바렌테스트는 25개의 최우수 브랜드 식품과 최우수 PB 식품을 구매 비교 평가한 결과 PB 식품이 39.48유로(약 5만4600원), 34% 더 저렴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칩, 분유, 생수, 다크 초콜릿, 어린이용 디저트, 토르텔리니, 채소 스프레드, 사과잼, 발사믹 식초 등의 PB 제품이 월등히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브랜드 식품과 PB 식품 구매 장바구니 가격 비교>

(단위: 유로)

주: 가격은 2022년 11월~12월 기준

[자료: Stiftung Warentest]

최고 브랜드 식품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최고 PB 식품

제품의 품질을 비교 평가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소비자 기관 슈티프퉁바렌테스트는 2019년 11월~2022년 11월 지난 3년간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최우수 25개 품목의 브랜드 제품과 PB 제품의 품질과 현재 가격을 비교 테스트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올리브오일, 사과주스, 생수는 품질 평가에서 브랜드 제품과 PB 제품이 동일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PB 제품의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며, 과일 스무디, 커피, 토르텔리니는 PB 제품이 가격도 더 저렴하고 품질 또한 더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 분유는 브랜드 제품이 근소하게 평점 수치가 더 높았지만 가격은 PB 제품 대비 무려 171% 더 높았다.

<최고 브랜드 식품과 최고 PB 식품 품질 및 가격 비교 테스트 결과>

주: 평점 수치가 낮을수록 더 우수한 품질 평가를 받은 것임, 유로 원화 환율: 2023년 2월 20일 기준

[자료: Stiftung Warentest(2023년 2월)]

독일 소비자들, 슈퍼마켓 Aldi에서 PB 가장 많이 구매

독일 식품신문(Lebensmittelzeitung)이 실시한 2022년 독일 소비자의 PB 브랜드 제품 구매 인기 소매업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슈퍼마켓 체인 Aldi의 PB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Rewe(52%), Edeka와 Lidl(52%), 드럭스토어 DM(46%)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2022년 독일에서 인기 있는 PB 브랜드 소매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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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tatista]

독일 소비자, PB 인기 품목은 위생용 휴지, 세정제, 우유·우유 음료, 세탁용 세제 순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입소스(Ipsos)가 실시한 독일 PB 제품 중 인기 품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PB 상품은 위생용품인 휴지로 응답자의 67%가 해당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세정제(53%), 우유·우유음료(50%), 세탁용 세제(46%), 채소(39%)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2022년 독일에서 인기 있는 PB 상품 품목>

(단위: %)

[자료: Statista]

독일 PB 식품의 공공연한 비밀, PB 식품 뒤에 숨겨진 인기 브랜드

독일 시사 주간지 Focus에 따르면, 독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PB 식품 중에는 제품의 생산 공장이 브랜드 제품과 동일한 경우가 많다. PB인 K-Classic, Ja, Milsani, Biscotto, Milbona 뒤에는 인기 식품 브랜드 Müller, Leibniz, Milka, Zott 등이 존재한다. 그 예로 Lidl 슈퍼마켓의 PB Milbona 유제품 'Pure Buttermilk'는 실제로 Müller가 생산한다. 인기 브랜드 Karwendel는 PB인 Goldessa(Lidl), K-Classic(Kaufland), Gutes Land(Netto Marken-Discount)에 크림치즈를 공급한다. PB제품 Gut & Gunstig(Edeka) 및 La Bonesse(Norma)의 프랑스식 소프트 치즈 제품은 유명 브랜드인 Président Camembert에 의해 생산된다.

Focus는 PB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 제품이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우, 제품의 품질은 별반 차이가 없다. 단지 포장비와 광고비가 더 절약된다고 분석하며, 따라서 소비자는 저렴한 PB 제품의 품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소개한다.

독일 젊은 소비자들, 지속 가능성 중시하며 PB 브랜드 제품에 개방적

독일에서는 유기농·비건 제품과 같은 지속 가능성, 친환경에 중점을 둔 프리미엄 PB 브랜드가 트렌드이다. 독일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특히 동물 복지, 현지 생산, 단거리 운송, 식물성 식품 등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 제품에 관해 관심이 높아 식품 생산 과정 이면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PB 브랜드에 대해 다른 높은 연령대보다 더 개방적이므로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사점

독일의 높은 에너지 비용 및 물가 상승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며 소비자로 하여금 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에 눈을 돌리게 한다. 프랑크푸르트 Aldi Süd 매장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 A씨는 “소비자들이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일반 브랜드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브랜드 제품을 사게 되는데, 막상 제품을 사용해 본 후 일반 브랜드와 별반 차이를 못 느끼거나 또는 제품에 만족하면 지속해서 충성 고객으로 남아 PB 수요를 더욱 증가시킨다”라고 전했다.

우리 한국산 제품이 독일 PB 시장에 진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독일 슈퍼마켓 체인이나 디스카운터의 PB 제품의 상당수가 인기 식품 브랜드와 동일한 생산 공장에서 제조돼 보급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수출 기업이 독일 PB와 협력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식품 수출 기업이 독일 식품 시장에서 성장하는 PB와 독일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에 관심을 두고 현지 시장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면 성공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자료: Handelsblatt, Statista, Stiftung Warentest, Statistisches Bundesamt, Stern, Focus, Oanda 및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