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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비료대란, 日 하수 찌꺼기로 비료 만든다
  • 트렌드
  • 일본
  • 도쿄무역관 하세가와요시유키
  • 2022-11-03
  • 출처 : KOTRA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비료 가격 폭등

균근균을 활용한 농산물 재배로 비료 사용량 절감

하수찌꺼기가 일본에서 비료 원료로 주목받게 된 이유

 

지난 10월 일본 농림수산성과 국토교통성은 하수처리 과정  침전물인 슬러지(sludge)를 농업 비료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일본의 농업 종사자 대상의 슬러지 이용 촉진 시책과 비료 원료를 회수하는 기술지원 시책을 관련 부처 관계자와 협의해 2022년 연내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에 가축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어 비료로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하수 찌꺼기를 비료로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이상할 것은 없겠으나, 어째서 지금 시점에 하수찌꺼기가 비료 원료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하수 찌꺼기 슬러지로 농업 비료를 만드는 과정>

*수집된 하수 슬러지는 90℃ 이상의 초고온 효모로 45일간에 걸쳐 숙성시켜 양질의 비료로 만든다.

 

[자료: 사가 시 하수정화센터]

 

발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엔화 약세에 따른 화학비료 가격 폭등에 있다. 이번에 공급망 절단 위기를 맞은 화학비료 원료인 '인(P)'을 비롯해 요소, 칼륨 등은 생산지가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 인도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비료가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은 다름 아닌 러시아다. 비료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수출 규제로 인해 2021년 가을 무렵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여기에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며 가격 급등세가 한층 더 가속화돼 현재 비료 원료의 국제가격은 2021년 1월 대비 약 3~5배에 이른다.

 

<인광석 매장량(왼쪽)과 생산량(오른쪽) [2017년]>

*인(P)의 매장/생산 모두 지역/국가별 편중이 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USGS2018에 기반해 JOGMEC(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 기구) 작성]

 

일반적으로 식물의 생육에는 16개 원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질소, 인산, 칼륨이 가장 많이 필요해 이 세 가지 원소를 '비료 3요소'라고 부르며, 이를 주원료로 하여 화학비료가 제조된다. 일본에서 화학비료 원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비료 코스트의 약 60%가 원료 비용이고 결과적으로 농산물 생산 비용에서 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20% 정도다. 또한 비료는 집중 생산/분산 소비형의 대규모 중량 물질이어서 판매가격 중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또한 비료도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크며, 원유 가격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 안정적 유통이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16개 원소>

 [자료: KOTRA 도쿄무역관 작성] 


일본의 비료 원료 수입 상황을 살펴보면, 우레아는 수입의 약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10월부터 중국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것으로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빠졌다. 다른 원료인  인산암모늄 수입량의 약 9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또한 염화칼륨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로부터 도합 26%를 수입해왔다. 그런데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무역상사 등이 잇따라 수입을 중단하면서 일본의 비료 공급망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 우레아는 질소를 포함한 대표적인 화학 비료로 사용됩니다. 마찬가지로 인산 암모늄은 인산을 포함하고 염화칼륨은 칼륨을 포함한 대표적인 화학 비료로 사용됩니다.


 

<일본은 비료 원료를 수입에 절대 의존>

 

[자료: 산케이신문]

 

'도시의 인광석'으로 불리는 하수 찌꺼기


이런 가운데 최근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 찌꺼기인 '슬러지'가 일본에서 '도시의 인광석'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속에는 인(P)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 하수도 내의 인 총량을 합치면 약 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간 인 수요량인 30만 톤의 6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기존에도 하수 슬러지에 포함된 인을 사용한 비료가 존재하긴 했으나, 일반 화학비료를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고 하수 슬러지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그 활용 수준은 10%(5,000톤)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하수 슬러지가 일약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하수 찌꺼기를 비료 원료로 활용하는 것은 비단 일본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인을 공급망 리스크가 높은 중요 자원으로 분류하여 향후 10년 내에 모든 하수 처리장으로부터 인 회수를 의무화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고베 시, 사가 시, 후쿠오카 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하수 슬러지의 비료 이용이 진행 중이다. 고베 시 같은 경우에는 2012년도 국토교통성의 'B-DASH 프로젝트(하수도 혁신적 기술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그 대응에 나섰고, 현재는 하수 슬러지로부터 회수한 '고베 재생 인'을 비료 원료로 만들어 비료 제조사에게 판매하고 있다.

 

<고베 시의 인 회수 플랜트(왼쪽)>

*고베 시가 회수/재생한 <고베 재생 인>(가운데). 관련 사업자용으로 도매 공급 실시 중(46엔/kg)

고베 재생 인을 배합한 비료 <고베 하베시트>(오른쪽). 고베 시가 지역내 농가에 무료 배포

 [자료: 고베 시]

 



균근균을 활용한 농산물 재배로 비료 사용 절감


한편 이같은 국제적인 화학비료 대란 및 가격 폭등 사태에 맞서 유니크한 대응에 나선 일본 기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1980년 설립된 미생물 연구 기업 '마쓰모토 미생물 연구소'가 개발한 '균근균(mycorrhizal fungi)'이다. 균근균이란 식물의 뿌리에 붙어서 공생하는 사상균의 일종으로, 균사를 펼쳐서 땅속에 있는 인산이 함유된 양수분을 식물에 공급하는 작용을 한다. 예전부터 는 300종 이상의 균근균이 존재했는데, 마쓰모토 미생물 연구소에서는 토마토나 파 등 채소 종류별로 궁합 좋은 균을 찾아내어 배양하고 산업용 자재로서 제조·판매하고 있었다. 균근균을 활용하면 작물의 성장 촉진과 수확량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 이용을 대폭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화학비료 부족 및 가격 폭등 대응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균근균을 활용한 파의 생육상태>

*균근균을 모종에 넣으면 약 3주간의 기간을 거쳐 뿌리에 정착해 공생하기 시작한다. 길게 뻗은 균사를 통해 양분과 수분을 주위의 넓은 토양으로부터 효율적으로 흡수해 작물에 공급한다.

 

[자료: 마쓰모토 미생물 연구소]



나가노 현 시오지리 시에서 우수한 생산성과 고품질의 파를 생산해 농림수산성 장관상을 수상한 유한회사 '게인즈 엔터프라이즈(限会社ゲインズエンタープライズ)'도 균근균 애용자 중 하나다. 게인즈 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농산물 재배에 균근균을 도입한 이후 화학비료 사용량을 80% 절감하는 동시에 파 수확량은 30% 증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게인즈 엔터프라이즈의 마루야마 사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균근균을 도입하면 모든 파에 균등하게 영양이 공급되기 때문에 파 줄기가 두꺼워진다. 뿐만 아니라 균근균이 땅속에 있는 인산을 흡수해 파에 공급해주기 때문에 따로 화학비료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3년전 균근균을 처음으로 도입한 당사는 나가노 현에서 손꼽히는 농산물 출하량과 최고등급 농산물 비율 93%라는 우수한 재배기술을 인정 받아 현 내 약 400개 대파 농가 중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농림수산성 장관상 수상의 성과를 거뒀다. 

 

<균근균을 활용한 농업용 미생물 자재 '육묘용 G2'>

파 성장에 큰 도움에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건조성 및 각종 농작물병에 대한 내성도 증가하는 효과도 관측됐다. 가격은 5kg에 11,000엔

 

[자료: 마쓰모토 미생물 연구소]

 


균근균은 현재로서는 식물에 기생시켜서 배양하기 때문에 증식에 넓은 토지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2019년 신슈대학 등 일본 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서 세계 최초로 순수 배양에 성공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 균근균의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배양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가뭄에 대응한 고온·건조 환경에 유용한 균근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향후 5~10년 내에 균근균 대량생산이 현실화된다면, 세계적 인구 증가 및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량부족이 우려되는 가운데 균근균이 그 해결책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의 인 순환산업 진흥기구(PIDO)의 오타케 히사오 이사장은 "일본은 인의 공급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낮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 회수를 추진해 국내의 인을 국내에서 재활용하는 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식량 안전보장 관점에서도 농업 비료의 안정적인 공급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앞서 본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수 슬러지를 활용한 비료 제조 등 공급처 다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이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균근균'을 활용한 농산물 재배와 같이 기존의 산업 구조를 단숨에 뒤바꿔 놓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비료 대란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레어 메탈(희귀금속)이나 반도체 등 중요 전략 물자의 공급망 위기 관리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위기를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할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료원: 마쓰모토 미생물 연구소, 고베 시, 사가 시, SANKEI 신문, NIKKEI 신문, 아사히 신문, 기업의 보도자료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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