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5G 도입 확대되는 일본

일본에서 로컬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컬 5G'는 일반 대중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접속해 인터넷 등의 오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중 5G망과 달리, 기업이나 지자체 등이 토지·건물 등 제한된 지역(로컬)에서 소규모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는 '프라이빗 5G(Private 5G)'라고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5G 특화망' 또는 '이음 5G'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19년 12월, 다양한 민간 주체가 5G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로컬 5G 제도를 도입했다. 로컬 5G용 주파수가 확보되면서 민간 기업이 면허 신청을 하면 자사의 로컬 5G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도입 당초에는 설비투자 비용의 부담이 커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시스템 개발사와 벤처기업 등도 사업에 참가하면서 서비스 도입 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 대상 상용 서비스도 등장하면서, 로컬 5G는 일본의 소비자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초기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저가의 5G기지국 설비 등장 

일본 IT대기업 NEC는 2022년 올해 1월 통상적으로 여러 대의 제품으로 구성된 로컬 5G의 기지국 설비를 하나로 일체화시킨 제품을 발표했다. 해당 제품의 최대 구매 포인트는 '저렴한 가격'이다. NEC사의 Sub6(6㎓ 이하의 5G 특화망 주파수) 대응 주력 제품 ‘RV1200’의 개별 판매 가격은 98만 엔이다. 이 제품과 로컬 5G에 필요한 시스템을 함께 갖춘 ‘Sub6 스타트팩’의 가격은 498만 엔부터 구입 가능하다.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로컬 5G 시스템 전체의 초기 도입 비용을 기존의 분리형 기지국 사용 대비 절반가량 절감할 수 있다.

NEC는 기지국 본체가 소형 경량인 점도 신제품의 장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제품 'RV1200'의 측면 넓이는 A4용지 사이즈 정도이며, 무게는 3kg에 불과하다. 건물의 벽이나 천장, 복도 등에도 설치하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기기 구성도 간소하기 때문에 설치 대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통신 범위는 분리형 기지국보다 좁아 1만 제곱미터 정도로, 주로 로컬 5G를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싶은 고객과 소규모 구역에서 이용하고 싶은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NEC의 경쟁사인 후지쓰(Fujitsu)도 ‘21년 12월부터 저가의 로컬 5G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러 대로 나뉜 코어 네트워크(핵심망)와 기지국의 일부 기능, 감시 제어부를 하나의 기기로 일체화했다. 제품 가격대는 1000만 엔 전후로, 기존 제품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었다.

<NEC의 로컬5G용 일체형 소형 기지국>

(왼쪽: Sub6 대응 제품, 오른쪽: 밀리미터파 대응 제품)

[자료: NEC]

5G 도입 비용 부담 절감을 위한 구독 서비스 출시 

로컬 5G 도입에 드는 비용과 설치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5G기지국 등 설비를 구독형 서비스(정액제)로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일본의 통신 대기업 NTT커뮤니케이션즈는 로컬 5G 도입에 필요한 기지국 등의 설비를 월 정액제로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를 2021년 3월 출시했다. 지역 통신망 제공기업 NTT동일본은 2022년 봄부터 로컬 5G의 매니지드 서비스(유지보수 서비스) ‘기가라쿠5G’를 개시했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정액 30만 엔 정도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도입 및 운용의 지원 서비스를 일체적으로 제공한다. 지원 서비스에서는 무선 면허의 취득지원과 네트워크의 설계 및 구축, 운용·보수 등을 일괄적으로 대행한다.

한편 향후 로컬 5G시장의 확대를 예상해 독자적인 통신사업에 나선 기업도 있다. 소니그룹은 2020년 10월에 자회사 '소니 와이어리스 커뮤니케이션즈(Sony Wireless Communications)'를 설립해 로컬 5G를 이용한 일반 소비자 대상 무선통신 서비스 ‘NURO Wireless 5G’를 2022년 봄부터 시작했다. Sub6를 이용한 SA* 시스템 구성으로, 우선은 일부 지역의 공동주택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 Stand Alone, 4G를 병행할 필요 없이 5G만으로 작동하는 방식

소니 와이어리스 커뮤니케이션즈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일본의 오래된 구축 아파트의 경우 랜케이블(네트워크 연결선)이나 전화선이 노후화돼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NURO Wireless 5G 홈 공유기를 자택에 설치하기만 하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NURO Wireless 5G의 이미지>

[자료: 닛케이XTech]

스타트업도 5G 사업자로 참가

로컬 5G 사업자로 스타트업이 참가하는 사례도 있다. 도쿄대 스타트업인 'FLARE SYSTEMS'은 대학에서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 소프트웨어 기지국 ’ FW-L5G-1’을 개발했다. 겉보기에는 게이밍 PC와 비슷한 외관을 가진 이 제품은 본체 1대로 구성돼 있으며 Sub6 주파수에 대응한 SA방식의 로컬 5G 환경을 구현한다. 주로 기업과 지자체의 실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FLARE SYSTEMS사에 따르면 FW-L5G-1은 일본 총무성의 2021년도 ‘과제 해결형 로컬 5G 등의 실현을 위한 개발실증’에 채택된 사업 26개 중 3개에서 채용됐다고 한다. FLARE SYSTEMS 관계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향후 로컬 5G의 본격적 도입 환경 구축을 위해 신뢰성을 높인 레퍼런스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FLARE SYSTEMS의 소프트웨어 기지국(좌)과 외부 안테나(우)>

[자료: FLARE SYSTEMS]

시사점

최근 일본 기업들이 5G 제품 가격 인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높은 초기 도입 비용으로 인해 시장 형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컬 5G서비스를 제공하는 N사의 T부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로컬 5G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공중 5G망 대상 NSA*방식 기지국을 거의 그대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케이스도 많았다. 따라서 시스템 도입 비용이 1억 엔 규모로, 4~5년분의 운용비를 포함하면 무려 1억5000만 엔 정도에 달했다”고 말한다.

  주*: Non-Stand Alone, 4G를 병행하면서 작동하는 방식

반면에 최근 대두되는 SA방식의 기지국을 사용할 경우 도입 비용은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작년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로컬 5G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일부 대기업 등 소수에 그친 상황이었다. 이에 일본 주요 벤더사는 기업들이 로컬 5G을 좀 더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저가의 5G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로컬 5G의 초기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로컬 5G의 활용사례를 늘려 장래의 수주 확보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보급 확대 조짐이 보이는 로컬 5G에도 통신의 안정성과 상호 접속성의 문제 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존재한다. 로컬 5G의 실증실험에 관여한 기업들에는 ‘지속시간의 경과와 통신거리, 차폐물의 상황에 따라 통신이 끊긴다’, ‘단말기와 기지국의 상호 접속성이 불안정해 데이터 처리량이 극단적으로 느려진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로컬 5G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장의 과제가 하나씩 해결돼야 할 것이다.

지난 2021년 1월 26일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통신 기업도 5G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5G네트워크를 구축·이용함으로써 산업의 융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5G 특화망(로컬 5G)에 대한 상용화를 활발히 진행하는 일본의 향후 동향과 로컬 5G 도입 사례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자료: NEC, FLARE SYSTEMS 등 각사 홈페이지, 닛케이컴퓨터, 닛케이신문, 닛케이XTech 자료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