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는 2021년과 2022년 민간소비 회복과 수출 진작, 정부의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 집중 투자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고 있으며 물가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이러한 악재가 장기화될 시 스페인 경제회복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스페인 경제 현황

스페인은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 2020년 경제성장률이 10.8% 대폭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2021년 초부터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며 5월에는 지역 간 이동 제한 등을 골자로 한 국가경계령이 해제되며, 스페인 경제가 빠르게 회복됐다. 이에 따라, 2021년 2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7.5% 증가해 6분기 만에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됐으며, 3분기에도 2.7%의 준수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IMF와 EU 집행위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는 스페인의 2021년도 경제성장률을 각각 5.7%, 4.6%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

(단위: 전년동기대비 %)

자료: 스페인 통계청(INE)

스페인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주원인은 국가경계령 해제와 함께 민간소비가 크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민간소비는 2020년 중 전년 대비 12.2%로 대폭 감소했으며, 2021년 1분기까지도 전년동기대비 6.2% 하락했으나, 2분기 들어 23.4%로 크게 반등했다.

스페인 분기별 민간소비 추이

(단위: 전년동기대비 %)

자료: 스페인 통계청(INE)

스페인 기업들의 무역 활동도 활기를 띠고 있다. 스페인의 수출입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2019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 들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더해져 수출과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8.3%, 13.0%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돼 1~8월 중 수출과 수입이 각각 31.0%, 30.5%로 대폭 증가해 올 무역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기업들의 산업 생산활동도 올 1~9월 중 전년동기대비 9.1%로 크게 증가했다.

스페인 수출입 규모 추이

(단위: 백만달러)

자료: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2021년 스페인 경제 전망

스페인 경제는 2022년에도 민간소비 회복, 수출 확대, 관광업 회복 등에 힘입어 빠른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IMF와 EU집행위에서는 2022년 스페인 경제성장률을 각각 6.4%, 5.5%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 정부는 빠른 경제회복과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2022년부터 대규모 예산을 본격 투입할 방침이다. 스페인 정부는 EU로부터 경제회복기금으로 1400억 유로(직접 보조금 720억 유로, 차관 680억 유로)를 받을 예정이며, 직접 보조금 중 약 70%를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자 한다. 이 중, 직접 보조금 276억 유로를 2022년에 집행하고자 하며, 주로 산업지원정책(31억8000만 유로), 주택·도심환경개선(28.4억 유로), 친환경 모빌리티(21억8000만 유로), 중소기업지원(21억4000만 유로), 친환경 전환(16억5000만 유로)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경제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여러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및 물류비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스페인의 물가는 금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 10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5.4%를 기록했다. 특히, 스페인은 에너지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2019년 기준 73.9%로 매우 높아 에너지 가격이 물가에 강한 압박을 주고 있다. 스페인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2021년 11월 12일 기준 MWh당 185.39유로로 연초 가격이 39.75유로였음을 감안하면 전력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스페인 월별 물가 상승률 추이

(단위: 전년동월대비 %)

자료: 스페인 통계청

스페인 평균 전력 도매가격 추이

(단위: €/MWh)

자료: OMIE(이베리아 전력거래소)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도 스페인의 자동차 제조 산업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유럽의 2위 자동차 생산국이나,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2021년 하반기부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21년 1~9월 중 스페인 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159만 대로, 코로나19로 인해 생산해 일시 중단됐던 전년동기에 비해 3.6% 늘어났으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1% 감소했다. 스페인은 전체 자동차 생산의 약 86%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어, 이러한 반도체 수급난은 향후 스페인의 수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그 밖에, 향후 코로나19 델타 변이나 돌파 감염 확산 여부가 스페인 관광업 회복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스페인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 최대 관광대국으로 손꼽히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2019년 8400만 명에서 2020년 1900만 명으로 급감했다. 스페인 정부는 금년 여름 바캉스 시즌부터 백신 여권 등을 도입하는 등 외국인 입국 기준을 완화해 2021년 1~9월 중에만 197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스페인을 방문했다. 스페인의 백신 접종률은 90.5%(2021년 11월 12일)로 일일 확진자 수는 연중 최고점 대비 10% 수준에 불과한 2000~4000명이므로, 스페인 정부는 당분간 위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후 유럽 지역 내 코로나19 델타변이 또는 돌파 감염이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할 시, 스페인 관광업이 침체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시사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페인 경제는 2022년에도 빠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2023년 상반기에 이르러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 내 민간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앞으로 스페인 시장 전체에 가해지는 물가 압박이 가중될 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우,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스페인과 한국의 지리적 거리 차이를 감안할 시, 현재 지속되는 글로벌 물류비용 상승은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스페인 정부는 EU 경제회복기금의 70% 이상을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므로, 2022년 중 해당 분야와 관련된 각종 기자재나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인 주요 은행인 S사의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페인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다수의 외국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진출 중이며, 스페인 정부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실행 중에 있어, 앞으로 각종 전력 기자재는 물론 친환경 플라스틱, 에너지 절약 용품(열 차단 윈도 필름, 단열재 등), 자가발전용 기자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므로, 광통신 및 5G 통신 관련 기자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스페인 통계청(INE), 스페인 산업통상관광부 무역통계(Datacomex), OMIE(이베리아 전력거래소), S사 은행 인터뷰 및 현지 언론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