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사이트맵


Book Mark
중국 투자, 환상과 현실의 거리
  • 현장·인터뷰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5-08-11
  • 출처 : KOTRA

 

중국 투자, 환상과 현실의 거리

 

이평복 IBS컨설팅 대표

 

 

 

‘婚姻就像城,城外的人想去,城里的人想出

"결혼은 포위된 성(城)과 같다. 城밖의 사람은 들어가고 싶어하고, 城안의 사람은 나가고 싶어한다"

 

결혼이나 중국 투자나 사실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 제조업의 중국 투자 러시 때는 인건비도 싸고, 1년마다 단기 계약제로 고용할 수 있고, 한국산도 비교우위가 있었지만, 근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모든 게 바뀌어버렸다. 노동법 제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노동자의 권리의식은 하늘을 찌르고, 사회보험 미납은 꿈도 못 꾸는 세상이 된 데다 주방 공적금 납부까지 강제화 일보(一步) 직전이다. 노동분야는 그렇다 쳐도 어느새 급성장한 현지 기업과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원자재 가격, 물류 등 부대비용 상승으로 채산성은 악화되고 있다.

 

베트남 등지로 떠나고 싶어도 공장을 접겠다고 하는 순간, 경제보상금만 해도 수백, 수천만 위안을 떠안아야 한다. 설사 경제보상금 등 노동채무를 원만히 정리한다 해도, 정상적인 청산절차를 밟으려면 세무조사에, 세관 검사에, 외환관리국 검사 등 만만치 않은 장벽이 눈앞에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저수지에 그득 찬 물의 표면은 잔잔하고 평화로운 듯해도, 일단 물을 빼면 바닥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기 마련이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경영한 회사일수록, 예상치 못한 다양한 쓰레기 더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쓰레기를 발견한 이상 아무도 눈감아 주지 않는다. 쓰레기 투기 과태료에, 체납금에, 벌금에다가 치우는 값까지 덤터기를 쓸 수밖에 없다.

 

들어오는 문은 넓은데 나가는 문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작으니 중국에 들어와서 사업하는 기업 경영자 중에, 어떻게 하면 하루 빨리 원만하게 잘 정리하고 떠날 수 있는지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눈먼 투자자를 만나, 기업을 몽땅 헐값에 넘기고 빠져나오는 것이지만, '폭탄 돌리기' 소문도 많이 돌고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또 한편에서는 중국에 들어오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특히, 한중 FTA가 헛바람을 많이 불어넣어 그런지, 요즘 KOTRA에는 별별 문의가 다 밀려든다. 개인사업자 등록은 어떻게 내느냐는 둥, 특허증 하나로 기술 투자가 되느냐는 둥, 합작투자 시 고문변호사 채용은 의무이냐는 둥. 딱 한 구절만 들어보면 한국의 신문 잡지기사 외에는 중국을 전혀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이다. 중국도 엄연히 법 제도와 사회관습, 사고방식이 다른 미국, 독일과 같은 외국일진데, 왜 우리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투자를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서 장사하듯이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1. 중국의 시장 규모에 대한 환상

 

한국에 비해 매우 크긴 하지만, 그 시장은 우리보다 수십 배 넘는 면적에 흩어져있고, 지역마다 소비패턴이 달라 광고나 영업, 마케팅 비용 또한 상상불허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 한국 것은 비교우위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

 

10여 년 전까지는 그런 측면이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온갖 글로벌 제품의 진입에다가 초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현지 제품에, 거기다가 전자상거래 플랫폼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어, 막강한 경쟁력이 없는 것은 국적을 내세우기도 전에 파묻혀버리고 만다.

 

3. 생산과 영업만 잘하면 될 것이라는 환상

 

중국어는 한국인에게 만리장성이다. 어쩔 수 없이 전화 한 통화도 현지 직원을 통해서 해야 한다. 세상에서 유대인 다음으로 총명한 중국 직원을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풍토에 맞는 인력관리를 하지 못하면, 금방 공무원화돼 월급만 탕진하게 된다. 아울러, 통제와 관리시스템이 부실하면 사내 부정이 횡행해 이들에게 월급은 용돈이 돼 버릴 것이다.

 

4. 꽌시(系)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

 

중국의 법 제도도 놀라울 정도로 정비 속도가 빠르다. 꽌시로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인간관계망의 구축은 중국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중요하지만, 한국인이 생각하듯이 꽌시가 마법을 부리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아직까지도 꽌시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사람이 접근한다면 사기꾼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5. 중국 파트너를 잘 만나면 될 것이라는 환상

 

비즈니스 세계에서 천사는 없다. 서로 간에 도움이 되고, 함께 셰어링할 게 있어야 파트너십 사업관계가 형성된다.  기술투자, 합자투자 등 아주 매력적인 프레임을 내세우고 기술과 자본만 가지고 들어오면, 나머지는 자기가 다 해주겠다는 파트너는 십중팔구 '빨대'로 보면 된다. 특별한 강점도 경쟁력도 없는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과도한 관심을 표하는 파트너는 경계해야 한다. 중국 시장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만이 통하는 곳이다. 자신의 아이템에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면, (빨대가 아닌) 건전한 파트너를 만나기도 어렵지만 설사 만난다 해도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6. 중국의 법 제도는 허술할 것이라는 환상

 

중국은 중앙 법, 지방 법, 행정규정이 그물처럼 짜여 있으며, 법률위반 책임(벌칙)은 한국보다 훨씬 세다. 법제화도 갈수록 치밀하게 정비돼 법을 무시하고 사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법을 위반하다 적발되거나, 밑에 직원에게 약점이 잡혀 뒤통수를 맞으면, 조금 이익 본 것에, 벌금, 거기다 꽌시 동원 값까지 합쳐서 다 토해내야 한다.

 

 

  성안에 들어가 보지 못한 사람은 성안의 세계에 환상을 품게 마련이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시장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투자사업을, 중국이니까 어떻게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설혹 실패로 끝나더라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엄청난 소비시장의 유혹, 바로 옆 나라고 외모도 똑같아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중국, 우리와 많은 게 비슷하고, 어딘지 허술하고 만만해 보여 한 번 열심히 부딪혀보면 문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아직은 우리 것이 차지할 공간도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 이런 많은 요소가 결합해 온갖 업종에서 전대미문의 중국 투자 러쉬(규모 있는 제조업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 또는 현지업자 등)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중국에 들어와 있는 기업인들은 못 나가서 한숨 쉬고, 밖에 있는 기업인들은 중국행 버스를 놓칠세라 서두르는 모습… 한중 FTA 체결 임박에 즈음해 벌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KOTRA의 저작물인 (중국 투자, 환상과 현실의 거리)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0
로그인 후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 입력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