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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인정관리, 해외에서는 안 통한다
  • 현장·인터뷰
  • 중국
  • 칭다오무역관
  • 2015-03-10
  • 출처 : KOTRA

 

한국식 인정관리, 해외에서는 안 통한다.

 

이평복 IBS 대표

 

 

 

한국에서도 힘든 게 사람 관리인데, 말도 잘 안 통하고 문화 관습도 다른 외국인 직원 관리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독일, 폴란드, 이라크, 중국에서, 그리고 리비아에서는 이집트, 수단, 파키스탄인 등 총 7개국의 현지 직원을 관리해본 적이 있는데,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수단 현지 직원에게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90년대 리비아 트리폴리 시절, 오랜 독재체제 하에서 우민화 정책, 식량 배급제, 경직된 사회주의체제 등으로 인해 리비아인들 중에는 일을 할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당시 트리폴리에는 사무실 관리직의 대부분은 이집트, 수단, 파키스탄 등지에서 흘러들어온 사람으로 채워졌다.

 

트리폴리 사무실의 조사요원은 수단 남자 직원이었고, 여비서 겸 총무는 이집트 중년 여자였다. 수단인과 충돌이 발생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북한 인민일보와 다름없이 첫 지면이 카다피로 채워지는 신문이지만 그래도 정보원은 그것밖에 없던 차에, 해가 바뀌었는데도 신문이 며칠 동안이나 사무실로 오지 않는 것이었다.

 

수단인을 불러 알아보았더니, 연말에 구독시간이 종료되었고 또 내가 아무 말도 안 해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당신은 조사 직무를 하는 사람인데 구독이 끊겼으면 당연히 내게 말을 해야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정말 딱 한 번 크게 야단을 쳤다.

 

평소와는 달리 그 친구는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더니 자기 방으로 가서 며칠 전에 유럽 출장 갔다가 사다 준 작은 학용품을 내 소파에 팽개치고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이 친구가 3페이지의 노동계약서에 간인 없이 마지막 페이지만 회사 직인이 찍힌 것을 보고(임금은 첫 페이지에 약정), 내가 임금의 일부, 자신의 휴가비 등을 떼어먹었다고 확신을 하고 자신의 임금이 얼마고 휴가비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글을 기재해 팩스로 노동계약서를 한국 본사 관리부와 현지 한국 대사관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이 친구는 본인 사무실이 대사관 산하에 있음을 빌미로, 대사에게 근거 없는 사실을 고발했지만 본사는 내가 정확히 임금을 집행한 것을 확인했기에 아무런 문책도 당하지 않았다. 만일 내가 현지 직원 월급의 일부를 슬쩍 했더라면 당장 소환되었을 것이다.

 

이집트 비서에게 물으니 이 친구는 이미 장기간의 리비아 생활을 마무리하고, 가족과 함께 수단으로 돌아가려고 한 달 뒤 출항하는 선박 표까지 구입했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신세질 것 없다는 생각에, 사소한 감정충돌을기화로 그렇게 야비한 짓을 하고 떠난 것이다.

 

리비아는 들어올 때도 입국비자가 필요하지만, 나갈 때도 출국비자가 필요하다. 출국비자는 우선 고용주의 직인을 받고 전기국, 수도국 , 전화국, 출입국사무소 등 관청을 돌고 돌아 몇 년치의 미납 공공요금을 내어야 찍어준다 (징수시스템 부재로 정기적으로 받지 않고, 나갈 때 출국비자 찍어줄 때 몇 년치를 한꺼번에 징수).

 

君子仇十年不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중국 성어가 있다. 기다리다보면, 배신자에게 복수할 기회는 다시 오게 마련이다. 얼마 후 이 친구가 우리 사무실에 다시 등장했다. 출국비자 신청에 필요하니 직인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고용주는 한국 대사이니 가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음 급한 이 친구는 대사관으로 허둥지둥 갔으나, 대사관에서 남의 사무실 직원 문건에 도장을 찍어줄리 만무하다. 그렇게 몇 번을 퇴짜를 놓으니 한 번은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대사관 출입구에서 도장 찍어주기 전엔 자리를 뜨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경찰을 불러 끌어내라고 대답했다.  

 

선박 페리의 출국일은 다가오는데 미칠 노릇일 것이다. 벌써 세 번째인가 네 번째 우리 사무실에 왔다. 그때 이집트 비서가 와서 수단인은 성질이 격하니까 이쯤에서 봐주라고 간청을 했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정도 골탕먹였으면 복수는 충분히 한 셈이라 생각하고 직인을 찍어서 내보냈다.

 

인정(人情)은 베푼다고 반드시 인정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특히 이익관계로 형성된 직장에서는 이익관계가 해소될 때, 또는 이해가 충돌될 때 언제든지 인정이 배신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용과 신뢰는 자기 방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후의 '여유의 언어'이며, 이를 무절제하게 남용해서는 안 된다. 서바이벌 파워와 자기 방어의 힘조차 없는 사람이 말하는 '타인 신뢰'는 단순히 '타인 의존'에 불과하다. 여하튼 창백하고 무력할 뿐이다. (일본 컨설턴트 다찌바나)

 

요즘 글로벌 경기침체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부 한국 중소기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문 닫고 동남아로 떠나고 싶은데, “들어오는 문은 넓고, 나가는 문은 좁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해외법인을 방만하게 경영한 결과이다.

 

사업환경이 좋다고 주문량이 많다고 직원을 잔뜩 뽑아 놓았다가, 중간에 퇴출시키는 장치(임금, 고과제도 등)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고 장기근속시키다가, 막대한 경제보상금(퇴직금) 때문에 정리도 못하고 끙끙 앓는 중소기업이 중국에 부지기수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그동안 한솥밥을 먹던 친구들이 봐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정리해고 한다면 첫 마디는 "위법해고니까 근속연수 곱하기 2배의 경제배상금(퇴직금X2배)을 달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것이다. 경제보상금 줄 돈도 없는데, 2배 달라고 집단으로 시위하면 그때부터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힐지도 모른다.

 

중국에 나온 한국 중소기업 사장 가운데는 한국식 인정관리의 기치를 내세우고, "내 사전엔 해고란 없다. 직원들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낭만적인 철학을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다. 회사 잘 돌아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회사가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 "사장님, 그동안 저희들을 따뜻하게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보상금은 절반만 주세요"라고 할까? 아니면 사장이 귀국하는 마당에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하려 들까? 해답은 각자 생각해보기 바란다.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면 수면은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물을 빼고 나면 오랜 세월에 밑바닥에 쌓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쓰레기는 야반도주하지 않는 다음에는 하나도 남김없이 다 치우고 가야 한다. 그동안 공헌 많이 했다고 봐주지 않는다. 그 쓰레기 중에 하나가 인건비와 관련된 것일 경우, 인정도 꽌시도 통하기 힘들다.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해외투자를 할 때는 현지 노동법을 잘 숙지하고, 평소에 인력관리를 방만하게 하지 않고,  인력의 적절한 신진대사에 주의하고 무엇보다도 한식구, 한솥밥이라는 한국식 인정관리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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