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생산기지 슬로바키아, 스마트·자동화 생산으로의 진화

슬로바키아는 지리적으로 유럽 대륙의 중앙에 위치해 생산·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주요 산업군은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생산 공정에 있어서의 스마트·자동화가 매우 활발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생산 전환이 일어나면서 더욱 수요가 크다. 슬로바키아는 2023년 기준 직원 1인당 산업용 로봇 수에서 유럽 상위 10개국에 속하며, 전 세계에서는 17위를 차지한다. 이는 주로 자동차 산업의 높은 자동화 공정 수준 때문이다. 또한, 슬로바키아는 인구 1만 명당 169대의 로봇이 설치돼 있어, 세계 평균 수치인 113대 수준을 크게 상회할 만큼 생산공정 내 자동화 기기가 보편화돼 있다.

<국별 직원 1만 명당 자동화 기기 보유 수>

[자료: Statista]

산업별 스마트·자동화 공정 비중

슬로바키아 산업별 생산 자동화 적용 현황을 보면 자동차 산업이 전체 산업의 23.2%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타 산업 대비 스마트·자동화 생산 적용률이 높은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슬로바키아 전체 산업 중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로바키아의 자동차 산업은 2022년 기준 전체 산업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연간 자동차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만큼 핵심산업이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 중심의 슬로바키아 산업구조로 인해 높은 스마트·자동화 공정률을 달성할 수 있었으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재규어·랜드로버는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니트라 지역 공장에 무인반송차(Automated Guided Vehicle)를 도입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 OEM 생산기업들의 공장 자동화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는 전자, 금속, 식품산업 순으로 스마트·자동화 공정에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산업별 스마트·자동화 공정 적용 산업 비중>

[자료: DailyAutomation]

하드웨어 자동화의 핵심: 자동차 용접 로봇

현재 슬로바키아에서 산업용 로봇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봇은 용접 로봇이며, 앞으로도 큰 폭으로 수요가 증가할 품목이다. 용접 로봇은 자동차 생산 시 다양한 차체 부품들을 용접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슬로바키아 내에서 폴크스바겐 그룹, 재규어·랜드로버, 기아차, 스텔란티스 등 4대 자동차 OEM이 연간 약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용접 로봇의 수요도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 보아도 용접 로봇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 관련 로봇들의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포르쉐 사는 2억5000만 유로를 투자해 2024~2026년 트렌친 지역에 차체(Car bodies) 및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볼보는 슬로바키아 동부 코시체 지역 근방에 12억 유로를 투자해 2027년까지 전기차 생산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며, Fanuc과 계약을 체결해 700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용접 로봇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로봇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기에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스마트·자동화 로봇은 팔레타이징(Palletizing) 로봇과 픽앤플레이스(Pick and Place) 로봇이다. ‘팔레타이징’ 로봇이란 물류 작업 시 출하 혹은 보관을 위해 제품을 팔레트 위에 효율적으로 쌓기 위해 작동하는 로봇이다. ‘픽앤플레이스’ 로봇은 특정 영역에 있는 물체를 사용자가 정의 해놓은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로봇이다. 두 로봇 모두 물류창고와 생산공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이므로, 유럽 내 슬로바키아의 생산·수출기지로서의 역할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유형별 로봇 적용 분야>

[자료: DailyAutomation]

소프트웨어 자동화의 핵심: RPA

슬로바키아 스마트·자동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이다. RPA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재무, 회계, 제조, 구매, 고객 관리 등에서 데이터 수집, 입력, 비교 등과 같이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것을 도와준다. 이를 활용함으로써 경영 전반의 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IT 기업 SOITR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슬로바키아의 많은 기업이 RPA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슬로바키아 금융계 기업들의 RPA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두드러지며, 통신·소매 및 전자상거래 분야의 기업들이 뒤를 따른다. 또한, 슬로바키아 내 포진돼 있는 스마트 팩토리내에서도 RPA의 활용도는 점점 상승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내 관련기업 동향

슬로바키아 내 스마트·자동화 관련 로봇 브랜드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브랜드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는 ABB의 로봇이다. 그다음으로는 FANUC(일본), KUKA(독일), Yaskawa Motoman(일본), Universal Robots(덴마크)가 뒤를 잇는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해외에 본사를 두는 외국계 브랜드이다. 슬로바키아 내 로봇 브랜드는 총 25개사이며, 이 기업들이 취급하는 로봇 종류에는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모바일 로봇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그리퍼(Gripper)**와 엔드이펙터(End-effector)***가 포함돼 있다. 로봇 수요에 있어서 아직은 협동 로봇, 모바일 로봇보다는 주로 자동차 공장 등에 주로 쓰이는 산업용 로봇의 수요가 크다.

  주: * 협동 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설계돼있는 로봇이지만, 산업용 로봇은 사람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있는 로봇

      ** 그리퍼(Gripper)는 사람의 동작을 흉내 내는 동작감지기이며, 자동화 모션에서 사람의 손가락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제품
      *** 엔드이펙터(End-effector)는 로봇이 작업을 할 때 작업 대상에 직접 작용하는 기능을 가진 부분

<슬로바키아 내 스마트·자동화 로봇 브랜드>

[자료: DailyAutomation]

특히, 2023년 10월에 Fanuc과 볼보사는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쓰일 산업용 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Fanuc은 2026년 첫 전기차를 생산라인에서 출고할 예정인 볼보사의 슬로바키아 코시체 신규 공장에 700대 이상의 로봇을 공급할 예정이다. Fanuc 외에도, ABB 또한 생산 공정의 로봇화·자동화, 전기 설비 및 빌딩 시스템 구축 등 슬로바키아 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대표기업이다. 이 밖에도 빌딩 제어시스템, 기술 프로세스 제어시스템 등 스마트시스템 구축에 특화돼 있는 PPA CONTRAL, 에너지 관리 시스템과 산업용 자동화 시스템에 강점이 있는 SAT 등이 있다.

<슬로바키아 산업용 로봇·기계 주요 기업 리스트>

[자료: Finstat]

시사점

슬로바키아는 전체 산업 생산의 50%가 자동차 산업 일만큼 제조업 중심 국가이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며, 임금 상승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충당을 위해 스마트, 자동화 공장으로의 발전이 타국가 대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슬로바키아 내 4대 자동차 OEM 기업들은 신규 공장 증설 및 기존 공장 리뉴얼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정 자동화 기기 및 스마트 시스템 증설을 늘려가고 있다.

관련 로봇, 시스템 공급자는 대부분 슬로바키아 현지 기업이 아닌 외국에 본사를 두는 외국계 기업이기에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현지 기업 R사 M대표는 “슬로바키아의 스마트공장·자동화기기 시장은 아직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확충되고 있어 자동화 시장은 더욱 활력을 띨 것으로 예상되며, 많은 슬로바키아 기업들이 한국 로봇기업과의 협업을 희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스마트·자동화 기기 수요와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개방적인 시장 구조, 정부의 지원 증가 등의 요인들로 인해 슬로바키아는 우리 기업에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Statista, dailyautomation, Finstat, 현지 로봇 생산기업 R사 인터뷰, 현지 언론 및 KOTRA 브라티슬라바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