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높은 자원 의존도와 제조업 현황

카자흐스탄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 천연자원이 전체 GDP의 26.84%, 전체 수출의 85.1%를 차지하는 자원 의존형 국가이다. 이러한 자원 의존형 경제는 국제 유가와 같은 자원 가격 등락에 따라 실물 변수(GDP, 소비, 투자)와 가격 변수(환율, 물가, 이자율)의 변동성이 높아 경제의 안정성이 낮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산업 구조 다각화, 특히 높은 생산성의 수출 지향적 제조업 육성을 주요 정부 과제로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카자흐스탄의 제조 산업 생산량은 2023년 기준 국가 전체 GDP의 약 13%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인근의 러시아 32.4%, 우즈베키스탄 33.7%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카자흐스탄 GDP 중 자원 및 제조업과 천연자원 비중>

(단위: %)

[자료: World Bank]

2017년 카자흐스탄 투자개발부의 발표에 따르면 많은 카자흐스탄 기업이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설비를 갖춘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고, 정부는 제조업 발전을 위해 산업의 디지털화, Industry 4.0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카심-조마르트 대통령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Industry 4.0으로의 진입은 필수적이며, 산업 디지털화를 통해 ‘Made in Kazakhstan’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경제 현안 회의에서 산업의 디지털화를 통해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며, 2025년까지 카자흐스탄의 비자원 수출과 노동 생산성을 최소 1.7배 향상하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의 Industry 4.0과 Digital Kazakhstan

제조업 약세 극복과 국가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위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개혁을 지시하고 Industry 4.0 개념의 도입과 Digital Kazakhstan 정책의 추진을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의 Industry 4.0 정책은 물리적 사물, 프로세스와 디지털 기술의 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관련해 도입된 주요 기술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AR과 VR, 3D 프린팅, 로봇 공학 등이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Industry 4.0 개념으로의 전환을 통해 생산비용 최적화, 틈새시장의 발견, 업무 환경의 개선과 산업 재해 예방을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를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팬데믹 기간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생산 프로세스를 구현함으로써, 질병의 대유행 속에서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아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Digital Kazakhstan 프로젝트는 인프라 개발, 산업의 디지털화, 이를 위한 산업 인재 1만 명의 양성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Digital Kazakhstan을 통해 교육에서 산업에 이르는 전 분야의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했다. 주요 프로그램에는 경제 부문의 디지털화, 디지털 정부 구현,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 형성, 디지털 인력의 개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실크웨이’의 실현이 있다. Digital Kazakhstan은 금융, 농업, 물류, 산업, 정부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 중 7.8%가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고, ICT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했으며, 테크 관련 스타트업 257개 사를 지원함으로써 IT 역량을 강화했다.

정부의 Industry 4.0 개념 도입과 제조업 디지털화 정책에 따라 스마트 생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계 장비 및 생산 설비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다. 업무 자동화 관련 프로그램, 장비, IoT 제품을 활용 스마트 공장 프로젝트가 개시됐다.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3개의 대형 광업 기업이 총 3154억 텡게(약 7억113만 달러)를 투자해 58개의 대행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카자흐스탄의 스마트 공장 도입 현황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평가되는 광업 및 야금 산업, 기계공학, 제약, 화학산업이 카자흐스탄 스마트 공장 도입의 최전선에 있다. 정부는 디지털 혁신과 스마트공장의 선두 주자로 7개의 기업을 선정하고 국토부의 디지털 기술 실증을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 결과 AK Altynalmas JSC, Eurasian Foods JSC, Kentau Transformer Plant JSC, Khimpharm JSC, Karlskrona LLP, Baltekstil LLP, Almaty LLP Fan Plant는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디지털화하고, 센서들을 장비에 연결해 디지털 공장 구축을 완료했다. 또한 민간 기업들도 75억 텡게(약 1664만 달러) 규모의 14개 프로젝트를 구현했으며, 장비 가동 및 자원 투입의 효율화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국 기업인 POSCO와 현지 기업 Ust-Kamenogorsk Titanium-Manganese Plant JSC가 설립한 합작 투자회사인 POSUK LLP는 생산의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며, 이를 통해 제조된 제품에 대해 디지털 제품 여권이 포함된 전자 인증서를 발급하고, 제품을 대형 조선사에 판매한다.

<카자흐스탄 스마트 공장 사례>

[자료: Prime minister.KZ]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골드바 제조기업인 AK Altynalmas JSC의 악토가이 금광에서는 IntelliSense스마트 솔루션 기술이 도입됐다. 빅데이터 분석 및 관리 시스템을 통해 건설 현장을 제어하고, 지하 자원의 포지셔닝을 분석하며, 레이저 공간 스캐닝 기술 또한 활용한다. 악토가이 금 추출 공장은 카자흐스탄에서 최초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볼의 로딩과 내부 라이닝의 마모를 예측하고 밀 콤플렉스의 과부하를 방지한다. 이를 통해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장의 가동 중지 시간을 최소화한다.

Eurasian Resources Group은 채굴, 운송, 공정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으며 생산 프로세스 모니터링, 장비 할당 등 업무 전반의 의사결정을 사람이 아닌 컴퓨터로 진행한다. 드릴 작업 및 발파, 채석장에서 공장까지의 컨베이어 운송, 철광석 정광을 생산하는 농축 공정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GIS와 ERP가 통합된 자동 모듈 시스템을 구현해 채석장 운영 모니터링, 조정, 광산 장비의 최적 배포를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한다. 이러한 Smart Quarry 프로젝트의 도입을 통해 공장 측은 오작동 비율과 공장 가동 중지 시간을 감소시키고 비용을 최적화했으며, 무엇보다도 생산성을 10% 이상 향상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도입 현황>

[자료: Prime minister.KZ]

제약회사인 Khimpharm JSC는 주요 생산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5억 텡게(약 111만 달러) 규모의 빅데이터 관리 및 분석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Eunimia Power BI(기업의 현황에 대한 주요 지표를 실시간으로 그래프와 차트로 시각화)를 구축해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예측 모델을 구현했으며, 생산뿐만 아니라 인적자원 관리 및 일상적인 시설 유지 관리 및 계획, 인적·물적 자원 분배 또한 자동화했다. 또한 의약품의 라벨링 및 추적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최종 소비자까지의 유통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 외에도 Kostanay Minerals JSC는 Industry 4.0의 기술 도입을 위해 Digital Mine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광산 및 운송단지를 위한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 중이며 도로 및 운송 물류, 연료 소비 최적화를 통해 연간 5100만 텡게(약 11만3000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식료품 생산 기업인 Eurasian Foods JSC는 품질 관리 및 미생물 관리 모니터링 등 생산 프로세스 전체를 자동화했다.

시사점

카자흐스탄에서 스마트 공장과 자동화 기기를 도입한 기업의 수는 아직 제한적이고 관련 산업은 태동기에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와 인프라 또한 충분하지 않은 탓에 스마트 팩토리 도입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국제정보학회 회원이자 기술 개발 책임자인 알렉세이 비춋스키는 전문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력과 교육이 부족한 것 또한 스마트 시스템 도입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경영진의 투자 부족, 제한적인 시장 수요, 저렴한 노동력, 인프라와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인 수동 생산 프로세스를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구조의 다변화는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부정적 대외충격으로 인한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 즉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정부에게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해결 과제이다. 카자흐스탄과 같은 중위소득국에 대한 높은 천연자원 의존도는 연평균 성장률뿐만 아니라 중·고부가가치 제조업 부문의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원의존도가 높은 중진국일수록 같은 조건일 때 고부가가치 제조업의 발전이 지체돼 중위소득 수준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는 ‘중진국의 함정(Middle-Income Trap)’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인 ‘2050 전략’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개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기술 투자를 통한 신기술 도입 및 관련 산업 육성과 고부가가치 제조업 부문에 대해 법인 관련 세제를 중심으로 하는 인센티브 강화로 이어졌다. 최근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현지 최대의 아이스크림 제조 기업 Shin-Line의 프로젝트 매니저 Alina Shin은 한국의 기업 또한 이러한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현대화 수요에 맞춰 시장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에 좋은 기회로 우리 기업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자료: World Bank, Statista, e-gov.kz, Primeminister.kz, Zakon.kz 등 현지 언론, KOTRA 알마티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