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대마(大麻)는 중독과 환각을 일으키는 불법적 식물로 잘 알려졌지만 대마는 생각보다 쓰임이 많은 식물이다. 그 예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직물 중 하나인 삼베는 대마를 재배하여 그 껍질을 벗기고 여러 공정을 거쳐 베틀에서 짠 직물이며,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헴프씨드(hemp seed)는 대마 씨앗의 껍질을 벗겨 환각 성분을 없앤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대마의 의료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이 소아뇌전증, 당뇨 합병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는 등 특히 대마의 의료적 활용이 주목을 받으면서 대마를 합법화∙비범죄화하는 국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과 함께 캐나다에서의 산업용 대마에 대한 규제 및 활용 그리고 관련 산업의 전망 및 주의점에 대해 알아본다.

세계적 대마 합법화 동향

지난 2018년 캐나다는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국가 차원에서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캐나다는 G7국가 중 최초로 의료용뿐만 아니라 오락용 대마도 전면 합법화했다.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에서도 일부 주를 중심으로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태국도 대마 재배와 거래 규제가 완화되면서 일반 편의점에서도 대마 제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고 이밖에 독일에서도 대마 합법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적인 대마 규제 완화 배경에는 2020년 12월,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세계 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한 일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길거리에서 대마(Cannabis)라고 적힌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관련 브랜드나 제품들도 매우 다양하다. 이런 매장에서는 주로 오락용 마리화나를 취급하며 일부 진정 효과가 있는 CBD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매장에서 의료 목적의 대마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대마(Cannabis) 매장 내부 전경>

[자료: KOTRA 토론토 무역관 직접 촬영]

한국의 대마 규제

한국의 경우 대마는 마약으로 분류돼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최근 의료용 대마에 대한 규제가 극히 일부가 완화됐다. 2018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이 허용됐다. 예컨대 희귀, 난치 질환 환자는 치료용으로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면 한국 희귀∙필수 의약품 센터를 통해 해당 의약품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대마의 약용 물질을 활용하기 위해 경상북도는 2020년 7월 국내 최초로 안동시 임하면 풍산읍 일대를 대마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의료용 대마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1년 4월에는 영국에서 개발된 대마 성분의 소아뇌전증 치료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에 대해 건강 보험을 적용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7월 14일 외국인 또는 재외국민이 질병 치료를 위해 휴대하고 출입할 수 있는 마약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대마의 분류

대마는 일년생 초본 식물로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으로 분류되는데, 크게 헴프와 마리화나로 구분할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대마는 헴프(Hemp), 대마초는 Marijuana(마리화나)로 표기하며 대마의 식물 학명은 칸나비스 사티바(Cannabis sativa L.)이다. 이 둘의 차이점은 환각과 중독을 일으키는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니비놀(THC, Tetrahydrocanniabinol)의 함량이다. 마리화나에는 3~35% 이상의 THC가 함유돼 있어 흡연이나 섭취 시 중독 및 환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헴프는 0.3% 미만으로 환각이 없고 의존성이 덜하다. 여기서 의료 성분으로 주목받는 것은 헴프에 함유된 성분인 칸나비디올(CBD)로써 WHO 약물 의존성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CBD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통증, 우울, 암 메스꺼움, 감염, 류머티즘 관절염, 희귀 난치성 질환인 소아뇌전증, 당뇨 합병증 등에서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대마 규제

캐나다는 연방 법령과 주 법령으로 대마 관련 법령이 구성돼 있다. 그중 핵심인 대마법(The Cannabis Act)을 통해 대마의 소유, 생산, 재배, 유통, 판매, 소비 등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이외에 다수의 하위 법령이 있다. 이는 대마의 불법 유통 방지,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 무분별한 대마 사용으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캐나다의 대마 관련 법령에 따르면 대마의 공급과 유통은 전방위에 걸쳐 연방, 주 정부 차원에서 추적 및 관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토론토 소재의 T 대마 소매업체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캐나다에서 대마의 공급과 유통은 연방, 주 정부 차원에서 추적 및 관리되는데, 매장에 들어오는 제품의 유통 경로는 어떻게 되나?

A1) T 매장을 포함한 온타리오 내 모든 대마초 소매업체에서 판매하는 대마초 상품은 온타리오 대마 판매처(OCS, Ontario Cannabis Store)에서만 공급받을 수 있다. 오락용과 의료용 대마 판매처는 철저히 구분돼 있는데, 대마의 재배 및 유통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의료용 대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Q2) 캐나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대마초 매장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돼 있는데, 대마 판매점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나? 

A2) 대마 판매점에 대한 상세한 기준은 주마다 조금씩 상이한데, 온타리오주는 온타리오 알코올 및 게임 위원회(AGCO, Alcohol and Gaming Commission of Ontario)에서 상세 규정을 안내하고 있다. 규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대마초 판매점은 학교와 최소 1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며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매장에 입장할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청소년이 밖에서도 대마 제품을 볼 수 없도록 진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마 매장의 판매원이 되기 위해서는 범죄 기록 및 신원 조회뿐만 아니라 온타리오주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승인하는 CannSell이라는 표준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해당 라이선스는 온타리오 알코올 및 게임위원회(AGCO, Alcohol and Gaming Commission of Ontario)에서 관리하며 대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매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이는 대마초의 책임있는 판매를 위함이며 소비자는 판매 허가를 받은 업체에게서만 대마를 구입해야만 한다.

Q3) 대마 매장에 방문하는 주 고객층은?

A3) 물론 19세 이상의 성인이며, 고객층은 매우 다양하다. 매일 오는 사람도 있고 호기심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꽤 많지만 대부분은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편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본국에서 대마 섭취, 흡연이 불법일지라도 이 곳은 캐나다의 매장이기 때문에 국적을 확인하여 판매에 제한을 두거나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오락용이 아닌 의료목적의 대마는 하위법령인 의료목적마사용규칙(ACMPR, Access to Cannabis for Medical Purposes Regulations)을 통해 의료용 대마에 대한 라이선스 규제 및 소비자에 대한 접근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에서 대마 산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주는 온타리오주이다.

<주별 산업용 헴프(Hemp) 허가 현황>

주: 면허 소지자는 다수의 주에서 산업용 대마 면허를 부여 받았을 수 있음.

[자료: 캐나다 정부 누리집]

캐나다는 1961년의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의 당사국으로서 Health Canada가 국제 마약 협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대마의 수출입을 통제한다. 이에 따라 대마초의 수입 및 수출은 의료 및 과학 목적과 국제 마약 협약에 의해 설정된 경우에만 승인될 수 있다.

대마 관련 산업 동향

대마는 씨앗부터 잎, 줄기까지 버릴 것 없이 다양하게 사용되며 크게 의료용과 산업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산업용으로는 THC 농도가 낮은 헴프가 주로 사용되며 친환경 섬유, 샐러드 오일, 친환경 건축 자재로 각광받는 헴프 크리트(Hempcrete), 대마 화장품, 바이오 연료 등이 있다. 마리화나는 15~40%의 THC 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약용이나 기호용으로 재배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이 발표한 '2018~2026년 글로벌 의료용 대마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 규모는 738억1790만 캐나다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 시점에서 추후 우리 기업에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는 관련 산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한국은 엄격한 대마 관련 법으로 인해 대마 자체의 연구 및 개발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대마 재배 관련 기술을 스마트팜 산업과 연관지을 수 있다. 북미의 대마 재배 방식은 크게 온실 재배와 실내 재배로 나뉘는데 대마를 재배할 때는 온도, 습도, 빛의 세기 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의료용 대마는 실내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므로 실내 스마트팜 기술이 필수적이게 됨에 따라 대마 산업의 성장과 함께 스마트팜 테크놀로지, 자동화 시스템 등에 주목해 볼만하다. 둘째, 제약 바이오 기술이다. 한국에서는 대마 줄기로 삼베를 만들고 향정신성 물질인 THC가 함유된 잎은 전량 소각하고 있다. 그러나 잎에는 THC뿐만 아니라 소아뇌전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에 치료 효과가 있는 CBD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대마 잎에서 THC를 제거하는 기술, CBD를 가공하는 기술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BIS의 보고서는 캐나다의 대마(Cannabis) 생산 및 시장 공급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캐나다 대마(Cannabis) 공급망>

[자료: IBIS Cannabis Production in Canada 보고서]

시사점 및 전망

우리에게 대마는 마약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터부시돼 왔지만 옷감부터 식품, 화장품 그리고 치료용 약품 등 다방면으로 쓰임이 많아 최근 세계적으로 잠재력이 높은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대마를 활용해 난치병 치료제, 섬유, 건축자재 심지어는 전기차 배터리까지 등장하며 대마의 다양한 산업적 활용에 있어 그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대마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우리 실정에 맞게 관련 산업에 진출할 고민을 해 본다면 우리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마를 마약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만큼 산업적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한국은 형법 제3조에 따라 우리 국민은 전 세계 어디서든 대마를 흡연, 섭취하면 사전 인지 여부를 막론하고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마의 의료적 효능과 잠재력은 일부 인정하나 결국 대마 같은 약품들은 중추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경각심을 갖고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마 합법화 트렌드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도 중요한 만큼 대마의 산업적 활용에 있어서 동반될 수 있는 사회 문제나 부작용 등 막중한 책임도 함께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료: 캐나다 정부 누리집, 한국 바이오협회 보고서, 리서치앤마켓, IBIS보고서, KOTRA 토론토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