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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공지능은 투자 혹한기에 처한 프랑스 창업생태계를 구할 것인가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곽미성
- 2024-05-23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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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타트업들의 투자 혹한기
여전히 파리는 유럽 창업생태계의 허브
파죽지세의 인공지능(AI)
반기안 프랑스 지역전문가(스쿨랩 상무)
프랑스 스타트업들의 투자 혹한기
2023년은 프랑스 창업생태계를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 ‘라 프렌치 테크’가 생긴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라 프렌치 테크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프랑스 국내외 곳곳에서 열렸으며,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창업생태계가 이룩한 성과들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창업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라고 할 창업가들의 마음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았다.
프랑스는 2022년 유럽에서 유일하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국가로 사상 최대 금액인 총 115억 유로를 스타트업에 투자해 처음으로 독일을 누리고 영국 다음 제 2위의 자리에 올라섰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듯 프랑스에서도 투자액이 41% 감소해 68억 유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투자건수만 보더라도 2022년 689건에서 2023년 632건으로 17% 줄어든 숫자다. 언론의 경제면을 달구는 5000만 유로 이상의 메가라운드 수도 전반적으로 감소해 2022년 44개에서 2023년 19개로 준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VC들의 ‘드라이 파우더’도 말라 들고 있다. 2023년에 벤처투자 펀드에 유입된 금액은 13억 유로로 2022년 44억 유로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숫자다. 게다가 스타트업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엑시트’ 기회도 많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 기술기업들이 선방하면서 좋은 성과를 보여준 반면에 스타트업들이 상장되는 기업공개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그나마 꾸준히 이어졌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의 파산과 기술기업들의 정리해고 뉴스는 이어졌다. 2023년 프랑스에서 파산한 기업만 5만5000개에 이른다. 게다가 대마불사가 항상 적용되는 것도 아니어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승승장구하던 루코(LUKO) 같은 기업도 재정난으로 파산해 매물시장에 나왔다. 절박한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치를 줄여서라도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그렇게까지 해서 유치한 투자도 금액 면에서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
<명실상부 파리는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
[자료: 지역전문가 개인 보유 자료]
여전히 파리는 유럽 창업생태계의 허브
그렇다고 모든 게 어둡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게, 프랑스 창업생태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프랑스 스타트업 투자에서 해외 펀드들이 차지는 비율은 금액으로 보았을 때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전 해에 비해서는 줄어든 숫자지만 해외 펀드들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로 미국과 유럽(영국, 독일 등), 아시아(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투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점은 활발한 앤젤 투자다. 2023년에는 앤젤 투자자들이 총 12억 유로를 투자했는데, 이는 2022년 13억 유로와 거의 비슷한 숫자다.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가들이 후배 창업가들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스타트업 투자가 대중화, 일반화되는 추세에도 부합한다. 앤젤 투자자들이 딜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이 생기면서 조직화, 체계화되는 것도 중요한 흐름이다.
창업에 대한 열기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들 가운데 25%가 직접 창업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유니콘 수도 계속 늘고 있는데, 2023년에는 2개의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새롭게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신생 유니콘 숫자는 2021년 14개 그리고 2022년 7개에 비해 작지만, 유니콘 관련 소식들은 예비창업가들 그리고 창업가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총 29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투자액 규모에서 근소한 차이로 프랑스는 독일에 밀렸지만, 파리는 런던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2023년 프랑스 전체 투자금의 63%가 파리로 향하면서 파리에 대한 집중이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대도시가 가지는 집중과 연결의 효율성 덕분에 파리는 유럽 창업생태계 허브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소 1만2000개의 스타트업들이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파리 이외의 지역 중에서는 리옹, 릴 등이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구소들이 모여 있는 그르노블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개발과 사용에 대해 토론하는 아르튀르 멘슈, 미스트랄 창업자>
[자료: 지역전문가 개인 보유 자료]
파죽지세의 인공지능(AI)
2023년 투자액의 60% 이상이 에너지, 클라우드, 핀테크, 제조, 푸드테크 분야에 몰렸는데, 테마를 보았을 때는 역시 인공지능과 기후환경이 강세를 보였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베르코르(Verkor)는 시리즈 C 라운드에서 8억5000만 유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프랑스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또한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미스트랄은 2023년 4월에 사업을 시작해 작년 한해 동안만 총 4억8800만 유로의 투자금을 유치해 단 몇 달 만에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또 다른 대표적인 기업인 허깅페이스도 2억3500만 유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허깅페이스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 F가 낳은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은 이웃 나라 독일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오픈AI가 챗GPT를 론칭 하면서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프랑스 창업생태계를 달구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프랑스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일하던 프랑스 연구자들이 프랑스로 돌아와 더스트(DUST), 나블라(Nabla) 그리고 미스트랄 같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테크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들을 발표하는 가운데,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케이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체 일의 25%를 인공지능이 자동화하거나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인공지능이 창업생태계 및 우리 일상에 가져올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은 윤리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가이드라인, 규제 등을 통해 만드는 한편 인공지능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인공지능 클러스터 형성에 총 5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공지능을 통해 프랑스 경쟁성장률을 1%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사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나라들 사이 패권 싸움에서 프랑스가 내세울 강점들은 다수 존재한다. 프랑스 인공지능 산업의 기반은 넓고 탄탄한데, 우수한 교육기관과 연구소들을 여럿 보유하고 연구자 풀도 크다.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공적, 사적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프랑스의 또 다른 희망은 딥테크 분야다. 딥테크 기업은 과학자 및 연구자들이 창업한 기업으로 기술 및 상용화 리스크가 크지만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전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매출 혹은 이익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하면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많은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딥테크 기업인데,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점진적 혁신보다 급진적인 혁신을 추구해 경쟁에 무관한 블루 오션을 창출함으로써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업들이다. 프랑스에는 딥테크 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펀드 및 투자사들이 여럿 존재하며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제조 인프라도 탄탄하다. 2023년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은 총 29억 유로로 2022년 대비 9% 증가했다.
앞으로의 전망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면서 이자율도 서서히 내려가고 리스크가 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투자가 초기 단계와 시리즈 B, C, D 라운드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사이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투자가 절실하다. 그리고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그리고 CVC 등을 통해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소식은 계속해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한 창업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발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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