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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Buy European’ 기조 강화 속, 한국 방산기업이 찾아야 할 공급망 진입 기회
  • 트렌드
  • 독일
  •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조현구
  • 2026-10-02
  • 출처 : KOTRA

국방예산은 급증하지만 유럽의 방산 조달시장은 생산능력 제약 지속

EU의 역내 조달 강화 정책(EDIS·EDIP·SAFE)으로 커지는 현지 생산·부품 공급 요구

KODAS 2026· XPONENTIAL Europe 2027로 이어가는 한국 방산기업의 공급망 진입 전략

유럽 방위산업은 최근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유럽방위청(EDA)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의 국방비는 2025년 4180억 유로에 달했으며, 2026년에는 약 454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각국이 탄약, 방공망, 기동장비, 무인체계 등 핵심 전력을 긴급 확충하면서 주요 방산기업의 수주잔고와 설비 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방산 생태계의 핵심 과제는 더 이상 예산 자체의 부족에 있지 않다. 유럽회계감사원(ECA)은 2026년 9월 3일 발표한 특별보고서에서 회원국 간 조율 없는 각자도생식 구매가 중복 투자와 장비 파편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부채에 의존한 무기 조달이 장기적으로 공공 재정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증하는 국방 수요에 비해 원자재, 핵심부품, 생산설비 및 숙련 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여 심각한 공급망 병목(Lieferkettenengpässe)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이에 대응해 유럽 방위산업기반(EDTIB)을 육성하기 위한 ‘Buy European’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역외 방산기업에 새로운 진입 규제로 작용하는 동시에, 자체 생산 역량의 한계에 부딪힌 유럽 체계기업과의 새로운 전략적 공급망 파트너십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국방비는 늘었는데, 조달은 왜 아직도 비효율적일까

 

EU 회원국의 국방비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79% 급증하며 2025년 기준 장비 조달에만 약 1150억 유로가 투입되었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간 공동 조달 비중은 여전히 저조하다. 2025년 기준 다자간 공동 장비 조달은 전체 조달액의 약 24% 수준에 머물렀으며, 위성 정찰·통신, 중거리 타격체계, 전략 수송 등 주요 핵심 역량에서는 여전히 대미 의존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조달 분절화는 각국 군의 작전 요구도(ROC)와 자국 방산기업 보호 논리가 충돌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유사한 작전 목적의 무기체계를 국가별로 중복 개발·구매하게 되며, 후속 군수지원(MRO), 교육훈련, 탄약 호환 체계가 제각각 운영되어 국방비 지출 대비 군사적 효율성(Value for Money)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나라마다 다른 무기체계, 공동개발도 쉽지 않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IfW) 분석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운용 중인 무기체계는 주력전차(MBT) 14종, 곡사포 23종, 잠수함 16종에 달해 미국(전차 1종, 곡사포 2종, 잠수함 4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파편화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가로막고 유지보수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최근 대형 다국적 공동개발 사업의 진통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독일·프랑스·스페인이 추진해온 차세대 공중전투체계(FCAS)는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통제권과 작업 지분(Workshare) 갈등으로 인해 2026년 들어 단일 전투기 개발이 난항을 겪으며 네트워크 및 전투 클라우드 중심으로 협력이 축소·재편되고 있다. 차세대 지상전투체계(MGCS) 역시 단일 전차 개발 구상에서 유·무인 복합 지상체계 및 공통 센서 모듈 실증 방식으로 사업 구조가 유연화되는 추세다.

 

<유럽 방산시장 확대와 조달구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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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자체 정리(도식: AI 기반 이미지 도구 활용)]

 

‘Buy European’, 역내 기업부터 먼저 챙기는 유럽의 조달 원칙

 

EU가 추진하는 이른바 ‘Buy European’은 하나의 단일 법률이나 조달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럽방위산업전략(EDIS),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 유럽안보행동계획(SAFE) 등 여러 정책과 재정수단에서 나타나는 유럽 방위산업기반 중심의 조달 확대 방향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EU 집행위원회가 2024년 발표한 EDIS는 회원국들이 국방예산 증가분을 유럽 방위산업의 생산능력 확대와 연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DIS는 2030년까지 회원국 국방조달 예산의 최소 50%, 2035년에는 60%를 EU 역내에서 지출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진전한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EDIP는 2025~2027년 총 15억 유로 규모의 재정지원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2026년 사업에서는 화약·추진제 등 고에너지 물질 부품 및 핵심 전자부품, RF·레이저 모듈, 다중분광 카메라, 항공전자, 배터리·전력전자, 정밀가공 및 복합소재, 핵심 서브시스템, 드론·대드론 등 유럽 방산 공급망의 생산능력 확대가 주요 지원분야로 포함됐다.

 

이는 EU 정책의 초점이 완제품 구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핵심부품과 소재, 생산공정 및 제조능력을 유럽 안에서 확대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SAFE, 한국산 부품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인정받나

 

2025년 5월 채택된 SAFE는 EU가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회원국에 장기대출 형태로 제공해 공동 방위조달을 지원하는 최대 1500억 유로 규모의 금융수단이다. 탄약과 포병, 미사일, 지상전투체계뿐 아니라 방공·미사일방어, 드론·대드론, C4ISTAR, AI 및 전자전 등 다양한 분야가 지원대상에 포함된다.

 

SAFE의 원산지 요건은 흔히 ‘65% 유럽산 규정’으로 표현되지만 실제 규정은 보다 복합적이다. SAFE 지원을 받는 조달에서는 EU·EEA/EFTA 및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에서 원산된 부품 비용이 최종제품 전체 부품비의 35%를 초과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계약자 및 주요 하도급자의 설립지와 경영구조, 생산에 활용되는 주요 설비와 인프라의 위치도 적격성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방공체계와 대형 무인체계, C4ISTAR, AI·전자전 등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제3국의 제한 없이 제품 설계를 정의하고 변경·발전시킬 수 있는 권한도 요구된다. 따라서 유럽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거나 최종 조립공정을 이전하는 것만으로 SAFE 적격성을 자동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부품 원산지와 기업 지배구조, 생산시설 및 기술권한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산 부품의 참여 가능성과 제도적 한계

 

한국은 2024년 11월 EU와 안보·국방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SAFE 공동조달에 참여할 수 있는 EU 안보·국방 파트너국에 포함된다. 이는 EU와 별도의 안보협력 체계를 갖추지 않은 일반 제3국보다 유리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이 SAFE 공동조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한국산 부품 및 한국기업이 EU 기업과 동일한 적격성을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SAFE 규정은 안보·국방 파트너국과 별도 협정을 체결해 해당 국가 기업과 생산시설, 부품 원산지의 적격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6년 9월 현재 캐나다가 이러한 별도 협정을 체결한 최초의 비유럽 국가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EU와 한국의 안보협력 기반을 적극 활용하되, 특정 사업이 SAFE 지원 대상일 경우에는 해당 제품과 부품이 실제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방산정책과 역내조달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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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자체 정리(도식: AI 기반 이미지 도구 활용)]

 

유럽의 생산능력 부족, 한국기업에 새 기회

 

유럽 방산시장의 최근 특징은 수요 부족보다 생산능력 부족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ECA는 방산수요 증가 과정에서 원자재와 핵심부품, 생산설비 및 숙련인력 부족이 병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EU가 EDIP를 통해 화약·추진제, 핵심 전자부품, RF·레이저 모듈, 배터리·전력전자, 정밀가공, 복합소재 및 핵심 서브시스템까지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완성체계 기업의 수주가 증가하더라도 하위 공급망에서 필요한 부품과 소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최종 납기를 단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에는 유럽의 완성체계 기업과 경쟁하는 방식 외에도 유럽 체계기업의 생산 확대에 필요한 부품이나 모듈, 소재 및 제조공정을 공급하는 방식의 진출기회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제조업이 강점을 가진 전자부품, 배터리와 전력전자, 정밀가공, 센서 및 통신 분야는 유럽 방산 공급망 재편과 연결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완제품 수출도, 공급망 진입도 함께 겨냥할 필요

 

유럽의 역내조달 강화가 한국 완성체계의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SAFE는 EU의 특정 금융지원 수단이며 회원국의 모든 국방조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단일 규정이 아니다. 각국 자체 국방예산을 활용하는 사업이나 긴급전력 확보사업 등에서는 조달 목적과 재원, 국가별 규정에 따라 별도의 조건이 적용된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모든 제품을 일률적으로 현지생산하거나 Tier-2·3 공급업체로 전환하기보다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 진입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납기와 가격, 운용실적 및 성능경쟁력이 뚜렷한 완성체계는 국가별 자체조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SAFE나 EDIP 등 EU 산업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업에서는 유럽 체계기업의 부품·서브시스템 공급, 공동생산, 기술협력 및 현지 유지·보수 체계 구축을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드론·무인체계에서 커지는 한국기업의 협력 기회

 

전차와 포병 등 전통적인 방산 플랫폼은 오랜 기간 유럽 주요 체계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과 고객관계가 구축돼 있다. 반면 드론·대드론(C-UAS), 무인지상차량(UGV), AI 기반 감시·정찰, 센서융합 및 전자전 분야는 러-우 사태 이후 기술과 운용개념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공급망도 계속 재편되고 있다.

 

EU의 최근 지원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SAFE는 드론·대드론, C4ISTAR, AI 및 전자전을 주요 지원분야에 포함하고 있으며, EDIP도 드론·대드론과 핵심 전자부품의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센서, 통신, 전력전자, AI 및 로봇 기술을 보유한 한국기업에는 전통적인 완성 플랫폼 시장보다 유럽기업과 기술협력이나 서브시스템 공급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2026년 10월 20~23일 일산 KINTEX에서 개최되는 KODAS는 유럽 방산기업과 한국기업이 최초 접점을 확보하고 제품과 기술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후 기술자료 교환과 NDA 체결, 공급업체 등록요건 및 현지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PoC와 시험·인증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후속 협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무인·자율체계 기업은 이러한 협의를 2027년 3월 16~18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되는 XPONENTIAL Europe으로 연계할 수 있다. KODAS에서 처음 만난 기업을 약 5개월 뒤 유럽 현장에서 다시 만나 기술검증 결과와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면 단순 상담보다 공급계약, 공동개발 또는 현지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026 한국방산수출종합상담회(KODAS)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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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주요 전시·상담회 연계 시장진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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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자체 정리(도식: AI 기반 이미지 도구 활용)]

 

우리기업에 대한 시사점

 

유럽의 역내조달 강화가 한국 방산기업의 완성품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SAFE는 특정 EU 금융지원 사업에 적용되는 제도이며, 회원국이 자체 국방예산으로 추진하는 모든 조달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먼저 대상 사업의 재원과 조달구조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진입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성능과 가격, 납기경쟁력을 갖춘 완성체계는 국가별 조달시장을 계속 공략하는 한편, SAFE·EDIP 등 EU 산업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업에서는 유럽 체계기업의 부품·서브시스템 공급이나 공동생산, 현지 유지·보수 등 보다 적극적인 산업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최근 EU가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전자부품, RF·레이저 모듈, 광전자 센서, 배터리·전력전자, 정밀가공, 복합소재, 드론·대드론 및 관련 서브시스템은 한국 중소·중견기업이 주목할 만한 분야다. 유럽 기업이 자체 공급망만으로 급증한 주문을 단기간에 충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안정적인 생산능력과 납기, 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한국기업이 새로운 공급자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이 현지 방산기업 관계자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유럽기업이 새로운 한국 공급업체를 검토할 때는 제품의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으로 제품과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기존 유럽 무기체계와 얼마나 용이하게 통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유럽 현지에서 어떠한 유지·보수 및 기술지원 체계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한다.

 

A씨는 특히 한국기업이 최초 상담부터 대규모 현지투자나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하기보다, 자사 제품이 기존 체계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소규모 기술검증이나 PoC로 입증하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실제 사업 가능성이 확인되면 현지 부품공급, 공동생산, MRO 및 공동개발 등으로 협력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기업의 유럽시장 진출전략도 단순히 ‘유럽에서 생산한다’는 선언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제품의 납기와 생산능력뿐 아니라 적용 가능한 군사규격과 상호운용성, 핵심부품의 원산지, 현지 부품공급 및 MRO 방식, 기존 플랫폼과의 통합 가능성 등을 함께 제시해야 유럽 체계기업이 실제 공급망 편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은 2024년 EU와 안보·국방 파트너십을 체결한 만큼 제도적 협력 기반도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KODAS에서 초기 바이어를 발굴하고 기술검증과 인증, 공급망 적격성 검토를 거쳐 XPONENTIAL Europe 등 현지 플랫폼에서 후속협의를 이어간다면, 단발성 완제품 수출뿐 아니라 유럽 방산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European Court of Auditors, European Defence Agency, European Commission,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EUR-Lex, 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 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 European Innovation Council, NATO, KOTRA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Messe Düsseldorf 및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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