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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부족이 불러온 일본 유통·식품업계의 포장 다이어트
  • 트렌드
  • 일본
  • 오사카무역관 김대수
  • 2026-05-28
  • 출처 : KOTRA

잉크, 플라스틱이 없다...포장을 지우는 일본 식품업계

코로나19가 불러온 일본의 디지털 전환 촉진처럼 일각에서는 포장 간소화 추세를 ‘과잉 생산과 식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 바라보기도

국내 식음료 업계 또한 기업 간 이해관계를 넘은 물류 통합이나 공급망 점검이 필요해

최근 중동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제한이 이어지면서,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에서도 다양한 물자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원료인 나프타 부족사태가 최근 일본 내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원유 및 원유 추출물 HS코드 일본 수입국/수입량 기준 그래프>

(HS Code: 상단 270900, 하단 271012. 붉은색은 중동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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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

 

나프타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마트·백화점의 상품 진열대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일본에서는 1인가구 보편화와 상대방을 정성껏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문화로 인해 개별 포장과 소규모 단위 포장이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나프타 생산량 감소와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의 주요 용기 제조업체들은 식품 포장재의 가격을 20~30%가량 올리기로 하였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용기 뿐만 아니라, 인쇄용 컬러 잉크의 용제, 수지를 만드는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유통사와 식품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원자재 대체를 위해,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포장 규격을 단순화하고 공동 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흑백 포장, 인쇄 없는 투명 패키지, … '포장 다이어트'하는 유통매장

 

2026430, 식품용기 제조 대기업 에프피코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동사의 1의 포장용기 제품 가격을 20266월부터 20% 이상 인상할 방침을 발표하였다. 에프피코 외에도 츄오화학, 씨피 화성 등 식품용기 제조업계 전반적으로 25~30% 가량 가격을 인상할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들 모두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라 나프타 원료 공급이 불안정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식품 포장재 수급불안 장기화, 비용 인상이 되면서일본의 식품·소매업계는 제품 포장단계에서 사용되는 잉크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과자 제조사 중 하나인 카루비(Calbee)5월 하순부터 감자칩 제품, 새우맛 과자 14개 품목의 포장을 흑백으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동사는 인쇄 잉크의 원료인 용제와 수지의 품귀 상태가 이어지는 점을 감안,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여, 525일 출하분부터 대상 상품의 패키지를 흑백 2색으로만 변경하기로 하였다그 외에도 가공육 대기업 이토햄 요네큐 홀딩스 또한 220개 품목의 가격을 71일부로 인상하고, 일부 제품의 포장을 투명 또는 흑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케첩 제품으로 유명한 카고메는, 케첩 등 주요 제품 전면에 인쇄되는 토마토 디자인의 일러스트 크기와 적용 색상의 범위를 좁혀, 빨간색 잉크의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사양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가공육 분야 제조사 중 하나인 이토햄 또한, 공급망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향후 햄, 소시지 제품 포장재의 다색인쇄 비중을 낮추거나 무인쇄 패키지를 시범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Calbee사 과자 제품의 흑백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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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CALBEE]

 

소매 유통업계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븐앤아이홀딩스 산하의 대형 슈퍼체인 이토요카도는 5월 말부터 제품 포장 방식을 간소화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동 슈퍼체인은 기존 회나 정육 제품에 사용하던 단단한 플라스틱 덮개를 없애고 일반 랩 포장으로 대체했으며, 화려한 유색 식품 트레이 대신 색상과 인쇄가 없는 흰색 무인쇄 용기를 오징어회 등 해산물 10개 품목에 우선 도입했다. 또한, 기존 플라스틱 팩에 담겨 있던 닭꼬치 등의 조리 식품을 고객이 원하는 만큼 종이 포장지에 직접 담아 구매하는 벌크 방식으로 전환하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는 방침이다. 오사카 시내 슈퍼체인 관계자는 KOTRA 오사카무역관의 인터뷰에서 최근 나프타 부족으로 인해 비닐가격이 오르면서, 비닐봉투 가격을 2026년 5월 중순부터 기존 5엔에서 10엔으로 인상하였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면, 흙이 묻은 뿌리채소 등을 담는 속지 비닐봉투도 1인당 수량을 제한하거나 종이 등으로 대체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편의점 업계 역시 나프타발() 원가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TBS뉴스사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는 상징적인 녹색과 파란색 로고 대신 패키지 인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로고를 흑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로슨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핫커피 컵의 플라스틱 뚜껑을 종이 재질로 순차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Aeon)도 자체 브랜드 '톱밸류(TOPVALU)' 상품의 포장을 간소화.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온은 게맛살 제품 내부의 플라스틱 트레이(받침대)를 완전히 제거하여 제품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43% 감축하고 소바(메밀국수) 제품 내부에 별도로 들어있던 양념용 플라스틱 컵을 삭제하는 등 포장을 대폭 간소화했다. 이러한 포장 간소화를 통해 포장재 비용을 는 한편 원가 상승 압박을 극복하는 한편, 제품 가격은 기존대로 동결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나프타 부족 사태를 사회를 변화시킬 전환점으로 바라보기도

 

한편, 일본에서는 최근의 나프타 사태를 자원 손실을 줄이고 소비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포장재 가격인상, 수량 제한, 종이 재질 대체, 간소화 등이 전반적으로 보편화되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회용품 중심의 선형 경제에서 자원의 재활용을 고려하는 순환 경제로 전환하게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또한, 식품 손실 감축 효과에 대한 논의도 가속화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소매점과 외식업체가 과잉 진열이나 무분별한 대량 발주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유통 단계에서 발주량이 최적화되면 판매되지 못하고 용기째 폐기되는 식품 쓰레기가 원천적으로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는 반면, 포장재 사용이 줄면 식품의 신선도 유지에 불리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시사점


내부적으로 고착된 사회 구조나 관습이 외부적 충격과 사건을 통해 급격히 바뀌는 사례를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외생적 충격이라고 칭한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일본 사회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앞당기고, 애니메이션 등 자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일본에서 OTT를 통해 K-드라마 등 한류를 다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처럼, 이번 나프타 수급 불안 사태가 장기화 경우, 이는 일본 소매·유통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외생적 충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본 소비재 시장 및 편의점, 대형 유통망에 상품을 납품하거나 진열하는 한국의 소비재 수출 기업들 역시 이러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일본 유통사들의 원가 압박과 매대 환경 변화가 현실화 경우, 화려한 컬러 인쇄와 플라스틱 부자재가 다량 포함된 패키지는 기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유통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재 사용', '포장 단계의 간소화'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나프타 부족으로 인한 충격은 일본의 사례만은 아니다. 한국 역시 '쓰봉(종량제 쓰레기 봉투) 대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최근 한일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은 원유 및 석유제품의 스왑 및 상호 공급, 원유 조달 및 운송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러한 협력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의 교류와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산업통상부, 일본 재무성, 닛케이신문, TBS 뉴스, 각 식품 및 포장업계 기업,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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