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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전략산업으로 격상된 일본 조선업, 수소∙암모니아 활용 차세대 선박 공급망 강화
- 통상·규제
- 일본
- 나고야무역관 백현수
- 2026-04-2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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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환경 규제 강화와 정부의 파격적 금융 지원 속 차세대 선박 공급망 재편 본격화
조선사·기자재·해운업계, 암모니아 연료선부터 액화 CO2 운반선까지 ‘표준화 연합’으로 국제 경쟁력 강화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중립 선박을 중심으로 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일본은 이를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다카이치 내각은 조선 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재정립하고, '17대 중점 투자 분야' 중 하나로 지정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금융 지원 정책인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경제이행채권의 활용이다. 이는 민간 기업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기술 개발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아울러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선 '올 재팬(All Japan)'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설계 표준화와 부품 공용화를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돋보인다.
해운 탈탄소 규제 본격화와 차세대 친환경 선박 수요 전망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7월 '2023 IMO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하며 국제 해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경까지 실질적인 0(넷제로)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확정했다. 이는 기존의 국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대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해운 업계의 탈탄소화 시계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IMO는 일본과 유럽이 공동 제안한 연료 규제 제도에 대해 기본 합의를 도출하였으며, 이 합의에 따르면 2028년부터 총톤수 5,000톤 이상의 외항선을 대상으로 연간 사용하는 연료의 온실가스 강도(에너지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규제 기준은 2008년 대비 2035년에는 30%, 2040년에는 65%까지 감축해야 하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치를 달성하지 못한 선박은 초과 배출량에 대한 부담금을 넷제로(Net Zero) 기금에 납부해야 하며, 반대로 규제를 초과 달성하거나 암모니아와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다.
국제 규제의 변화는 선주들에게 기존 화석연료 선박을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선박 확보를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부상시키고 있다. OECD 예측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신조선(새로 건조되는 선박) 건조 수요가 약 1억 1,000만 총톤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탄소중립 선박의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조선 산업의 새로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기)을 예고하고 있다
AI·반도체급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격상된 일본 조선업, GX 채권 기반의 파격적 제조 인프라 투자
일본 정부는 이러한 국제 규제 흐름의 변화를 기회로 포착하고, 조선 산업을 국가 안보 및 경제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격상시켰다. 다카이치 내각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17대 중점 투자 분야를 선정하였으며, 이 중 조선 분야가 AI, 반도체와 함께 핵심 분야로 포함되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조선업의 부활과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 확보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지원의 핵심은 GX 경제이행채권을 활용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다. 국토교통성은 2030년 차세대 선박 수주량 점유율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조선소 및 기자재 업체 등 16개 핵심 기업이 추진하는 총 1,200억 엔 규모의 설비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해당 지원 사업은 단순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넘어, 실제 생산 설비 구축과 공장 개보수 등 제조 인프라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들은 전체 설비 투자액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되었다. 탈탄소 선박 개발에 있어서는 2024년부터 5년간 총 600억 엔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의 차세대 연료 선박 기술 개발 현황 및 도입 지원 정책
일본 조선업계는 탄소중립 선박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대체 연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암모니아, 수소, 메탄올이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탄소중립 연료로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독성과 부식성이 강해 고도의 연료 탱크 및 엔진 기술이 요구된다.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평가받지만 저장 및 운송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현재 엔진 개발 등 실증 실험이 한창이다. 메탄올은 기존 연료 공급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탄소 포집 기술과 결합된 e-메탄올(친환경 메탄올)의 생산 비용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 환경성과 국토교통성은 탄소중립 선박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4년도부터 시작된 건조 촉진 사업에 이어 2026년도부터는 도입 지원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기존에는 엔진이나 탱크를 생산하는 설비에 대한 보조가 주를 이뤘다면, 향후에는 엔진, 연료 탱크, 연료 공급 장치 등 핵심 부품 그 자체의 도입 비용까지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확대된다.
2026년도 예산안에는 건조 촉진에 150억 엔, 도입 지원에 12억 엔이 책정되었다. 해운 사업자가 해상운송법에 근거한 특정 선박 도입 계획의 인정을 받고 비화석 에너지 전환 목표를 작성할 경우 도입 비용의 3분의 1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보조받을 수 있다. 또한 제조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 그린 철강을 선박 건조에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연료 전환 방식 외에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 추진 선박도 탄소중립 선박의 중요한 축이다. 특히 연안 운항과 항만 내 운영에 적합한 단거리 운항 선박의 경우 배터리 추진이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 일본 정부는 배터리 선박에 대해서도 추진용 배터리와 육상 전원 설비 설치 비용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전기 추진 여객선과 페리 등의 실증 운항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항만 시설의 전원 공급 인프라 정비도 병행하여 추진되고 있다. 배터리 선박은 항속 거리 제약이 있지만 운항 비용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향후 도심 연안 운송과 관광 선박 시장에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일본 주요 조선·기자재 기업의 수소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동향 및 기술 실증 사례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일본의 주요 조선사 및 기자재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각 기업은 자신의 강점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상호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① 가와사키중공업: 수소 에너지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
가와사키중공업은 2030년 수소 관련 매출 4,000억 엔 달성을 목표로, 실험 단계를 넘어선 대규모 상용화 인프라 구축과 기술 표준 선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일본수소에너지(JSE)와 체결한 4만 입방미터형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 계약은 이러한 행보의 결정체로, 기존 시험선 대비 수용 가능 용량을 약 30배 넘게 확대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수송 능력을 확보했다. 이 선박은 영하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수소의 특성을 고려해 고성능 단열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수송 중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수소 가스를 배의 동력원으로 재활용하는 이원 연료 엔진 기술을 통해 운항 효율을 극대화했다.
수소 저장 및 활용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가와사키시 오기시마에 건설 중인 액화수소 터미널은 5만 입방미터급 저장 탱크를 갖춘 수소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서 2030년 가동을 위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는 기존 설비보다 10배 큰 규모로, 수소를 기체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든 액체 상태로 대량 비축하여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업적 토대를 의미한다. 활용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발전용 엔진과 터빈 전 기종을 수소 전용으로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수소와 천연가스의 혼합 비율을 사용자 편의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연소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산업용 공조 시장을 겨냥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흡수식 냉온수기 신모델 '에피시오'를 출시하며 일상적인 산업 현장까지 수소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술적 고도화를 위한 협력 생태계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얀마, 재팬엔진 코퍼레이션 등과 손잡고 2031년 실용화를 목표로 선박용 수소 엔진 실증 설비를 완공했으며, 이는 소형선부터 대형 선박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출력의 수소 엔진 라인업을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액화수소 조달을 위해 호주 에너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탄소 배출 제로 수송 수요에 대응함으로써 수소 기반의 새로운 산업 표준을 정립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이 개발하는 수소 관련 인프라>




[자료: 가와사키중공업]
② 재팬엔진 코퍼레이션: 암모니아 엔진 기술 고도화
선박용 엔진 제조사인 재팬엔진 코퍼레이션은 정부로부터 66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암모니아 연료 엔진 생산 설비를 대폭 증강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단순히 엔진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암모니아 연소 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독자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미연소 암모니아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통해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재팬엔진 코퍼레이션이 개발하는 암모니아 엔진>

[자료: 재팬엔진 코퍼레이션]
③ 이마바리조선: 연료 탱크 스펙 및 생산 인프라 강화
일본 최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은 총 185억 엔(보조금 61억 엔 포함)을 투자하여 크레인 신설 및 친환경 연료 탱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암모니아뿐만 아니라 LNG, 메탄올 등 다양한 대체 연료 탱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춤으로써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히타치조선과 합작하여 설립한 히타치조선 마린 엔진을 통해 엔진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이 생산하는 연료탱크>

[자료: 이마바리조선]
④ 이즈미강업: 암모니아 연료 탱크 양산 체제 구축
고마쓰시에 위치한 선박용 화물 탱크 전문 기업 이즈미강업은 약 40억 엔 이상을 투입하여 암모니아 연료 탱크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2027년도까지 연간 최대 10개분의 대규모 암모니아 연료 탱크를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암모니아는 강한 부식성을 가지고 있어 특수 강재 사용과 정밀한 용접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즈미강업은 기존의 LPG 운반 탱크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식에 강한 특수강을 활용한 고품질 탱크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여 공장 개보수와 방열 시공 시설 신축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부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즈미강업의 암모니아선 연료 탱크 제조 공장>

[자료: 이즈미강업]
⑤ BEMAC: 전력 전자 기술 및 직류 배전반 시장 선점
선박 전동화의 핵심 기술인 전력 전자 분야에서는 BEMAC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 본사를 둔 BEMAC은 2028년부터 탄소중립 선박에 최적화된 직류 배전반을 생산할 예정이다.
BEMAC은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24년 2월 핀란드의 발전기 업체 더 스위치 엔지니어링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직류 배전반 핵심 기술을 내재화했으며 정부 지원을 받아 약 10억 엔을 투입해 생산 및 검사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특히 실제 해상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완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검사 장비를 도입하여 품질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BEMAC은 2028년부터 5년간 약 20척의 탄소중립 선박에 배전반을 공급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BEMAC의 탈탄소 선박용 직류 배전반>

[자료: BEMAC]
⑥ NYK(일본우선) & IHI원동기: 세계 최초 암모니아 연료 유인선 사키가케
기술 개발과 함께 실증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NYK(일본우선)와 IHI원동기가 공동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모니아 연료 유인선 사키가케다. 이 선박은 2024년 실증 항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암모니아 연료선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키가케는 암모니아와 경유를 혼소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으며 실증 운항을 통해 연료 공급, 저장, 안전 관리 등 전 과정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러한 실증 경험은 향후 대형 암모니아 연료선 개발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수소 분야에서도 가와사키중공업 등이 수소 전소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 육상 실험을 시작했다. 이처럼 일본은 각 연료별로 실증 단계를 체계적으로 거치며 기술 성숙도를 높여가고 있다.
<NYK와 IHI원동기가 공동 개발 중인 암모니아 연료 유인선 사키가케>

[자료: NYK, IHI원동기]
일본 조선업 연합체 '마일즈(MILES)'의 표준화 전략 및 주요 프로젝트
일본 조선업계가 취한 독자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한다면 기업 간 연합체인 마일즈(MILES, Marine-design Initiative for Leading Edge Solution)의 결성을 들 수 있다. 마일즈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의 합작회사이며, 일본우선·상선 미쓰이·카와사키해운 등 해운 3사 또한 자본 참여하고 있다. 해사 산업의 역량을 총결집한 올 재팬(ALL JAPAN) 체제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다.
마일즈의 핵심 전략은 차세대 선박의 설계 도면과 주요 부품을 표준화하고 공용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암모니아 연료 탱크를 들 수 있다. 마일즈는 선박의 크기와 용도에 따라 연료 탱크를 8가지 표준 유형으로 분류하여 개발했다. 부품 표준화를 적용하면 매번 선박을 새로 설계할 필요가 없어 기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부품 업체 역시 표준 규격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어 단가와 품질 모두 안정적으로 관리된다. 공용 부품 사용으로 운영 중 수리와 부품 교체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설계 부하를 줄이고 건조 공정을 효율화해 도크 회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일즈가 추진하는 또 다른 핵심 프로젝트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의 공동 개발이다.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저장 시설로 옮기는 전용 선박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마일즈 참여 조선사와 해운사들은 탱크 뿐만 아니라 선체 설계까지 표준화하여 동일한 형태의 선박을 여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조선사 간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수익을 안정화하면서도 전체 건조 능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향후에는 설계 도면을 해외 등에 판매하는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주식회사 MILES의 미래 친환경 선박 구상도>

[자료: 주식회사 MILES]
일본 조선의 심장부 이마바리 모델, 지역 클러스터가 만드는 차세대 산업 생태계
에히메현 이마바리시는 일본 최대의 해사 클러스터로서 이번 탄소중립 선박 전략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마바리시에는 이마바리조선 본사를 비롯해 전력 제어 기술의 핵심인 BEMAC, 각종 기자재 업체, 그리고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선주들이 밀집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산업적 집적 효과는 신기술 개발과 실증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개발된 신기술을 지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즉각 적용해 테스트할 수 있는 유연한 테스트베드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5년 5월 이마바리시에서 개최된 바리십 2025 국제 해사 전시회에는 24개국 380개 사가 참여하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이마바리시와 주변 지역에서는 암모니아 연료 탱크 제조, 전력 전자 기기 생산, 선박 데이터 분석 등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 대학 및 직업 훈련기관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의 조선산업은 연료 탱크, 엔진, 배전반, 센서, 제어 시스템 등 수많은 핵심 부품과 소재 공급업체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인데,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는 이러한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이마바리시 클러스터와 같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마바리시의 조선 클러스터>

[자료: 이마바리시]
시사점
일본 조선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산업계의 단합된 노력을 바탕으로 탄소중립 선박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암모니아, 수소,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이 선점한 범용 선박 시장과는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마일즈(MILES)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일본은 단순 건조를 넘어 글로벌 친환경 선박의 기술 규격 제정 단계부터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건조 뿐만 아니라 설계 라이선스, 핵심 기자재,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유지보수(MRO) 시장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일본 기업들의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디지털 조선소 구축, AI 기반 설계 최적화, 로봇 용접 등 차세대 제조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질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일본 조선업의 대전환은 우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협력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선박 건조 경험을 통해 차세대 연료 공급 시스템과 극저온 기자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신뢰성을 쌓아온 만큼, 일본이 추진하는 표준화 모델에 핵심 부품을 제안하거나 현지 수급이 부족한 특수 소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다. 또한,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일본 조선소에 한국의 앞선 스마트 야드 솔루션과 자율운항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공기 단축과 안전성 향상을 지원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양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결합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면, 공동 수주를 통해 제3국 시장의 가격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강력한 해사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환경성, 국토교통성, 각 기업 및 분석기관 홈페이지 및 나고야무역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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