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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늘어도 공급망 다변화가 답, 헬륨 공급 비용보단 '안보' 우선
- 경제·무역
- 미국
- 뉴욕무역관 정진수
- 2026-04-21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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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발 헬륨 공급망 교란, 전 세계 공급량 30% 증발
비용보다 안보, 중동 편중 벗어나 공급망 다변화 체질 개선 필요
카타르 라스라판 가동 중단, 글로벌 헬륨 공급 ‘비상’
석유뿐만 아니라 중동 의존도가 높은 전략 품목들의 공급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헬륨 생산지 중 하나인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가 파괴되면서 천연가스 정제 시설들이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0% 이상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헬륨은 천연가스 채굴 및 정제 과정에서 추출되는 부산물로, 반도체·의료기기(MRI)·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라스라판 단지의 가동 중단에 이어 주변 LPG 인프라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시설의 조기 정상화 기대감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글로벌 헬륨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카타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BMO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세계 1위 헬륨 기업인 에어리퀴드(Air Liquide)의 카타르산 의존도는 75%에 달하며, 린데(Linde)와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역시 약 2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자 에어리퀴드 측은 “공급 할당제를 즉각 실시할 예정이며, 이 경우 전월 대비 절반 수준의 물량만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계약 가격 외에 물류 및 비상 수급에 따른 추가 수수료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공급망 마비 여파로 글로벌 헬륨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1주일 사이 50% 가량 급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경우 현물 가격이 최대 3배 수준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애플도 ‘헬륨’에 발목, AI 데이터센터 증설 급제동
헬륨은 엔비디아(Nvidia), 애플(Apple), 인텔(Intel)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다. 특히 웨이퍼 냉각 및 세정, 미세 회로 노광 공정에서 헬륨을 대체할 물질이 사실상 전무해, 공급 중단은 곧 전방 산업의 생산 차질로 직결된다. 반도체 생산 병목은 AI 가속기(GPU) 공급 지연을 야기하며, 이는 결국 빅테크들이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및 가동에 급제동을 걸어 성장동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 역시 헬륨 수급 불확실성의 사정권에 들어와 있다. 2025년 기준 한국의 헬륨 수입액은 카타르가 1억 4,685만 달러(HS코드 2804.29 기준)로 전체의 55%를 차지하며, 미국이 7,416만 달러(2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업황 전반에 가해질 하방 압력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헬륨을 '대체 불가능 자원'으로 분류하고 재활용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순도 배기 헬륨을 회수·정제해 화성캠퍼스 일부 라인에 적용 중이며, 이를 확대 적용할 경우 연간 사용량의 18.6%(약 4.7톤)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또한 헬륨 재활용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며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5년간 한국의 헬륨 수입 동향>
(단위: 천USD)
순위
국가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전체
250,381
311,890
937,863
384,080
311,280
266,765
1
카타르
68,290
106,960
134,326
148,552
152,411
146,849
2
미국
119,624
93,048
112,607
97,992
107,826
74,164
3
프랑스
10,204
17,392
18,230
18,922
21,063
23,437
4
러시아
18,209
34,764
84,754
8,450
15,154
12,143
5
중국
12,207
22,370
502,948
97,398
11,704
8,202
6
독일
245
1,812
10,280
691
631
1,705
7
베트남
2,721
0
114
8
일본
175
23
84
96
74
58
9
영국
34
117
171
6
5
50
10
이탈리아
2
9
12
11
10
26
주: HS code 2804.29 기준(4월 2일 현지 시간)
[자료: Global Trade Atlas]
중동 리스크 대안, 미국산 헬륨 부상
카타르발 헬륨 공급 대란으로 글로벌 산업계의 시선이 미국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고순도(Grade-A) 및 기체 헬륨 생산량은 약 8,100만 입방미터(9억 7,000만 달러 규모)로 전 세계 공급량의 44%를 차지한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9개의 조헬륨 생산 공장과 5개의 고순도 정제 시설이 가동 중이며, 특히 텍사스 내 3곳의 지하 저장 시설이 수급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미국에 이어 카타르가 2위(2025년 6,300만 입방미터)를 기록 중이다. 알제리 역시 매년 1,100만 입방미터 규모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으며, 약 18억 입방미터에 달하는 풍부한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관리 체계 변화다. 1996년 시작된 민영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가 보유하고 있던 헬륨과 관련 시스템을 모두 매각했다. 2024년 산업용 가스 전문 기업 메서(Messer)가 연방 헬륨 시스템의 모든 자산을 인수했으며, 이 시설은 미국 전체 헬륨 공급량의 25%를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다.
<메서의 헬륨 생산 시설>

자료: Messer
미국 내 주요 생산 기업으로는 에어프로덕츠, 린데, 엑손모빌(Exxon Mobile) 등이 꼽힌다. 전 세계 3대 헬륨 공급사인 에어프로덕츠는 콜로라도, 캔자스, 텍사스에 정제 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콜로라도 캐니언 시설을 통해 천연가스가 아닌 이산화탄소에서 헬륨을 추출하는 독보적인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린데는 캔자스주 율리시스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며 우수한 파이프라인망을 구축, 알제리와 호주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원료를 소싱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와이오밍주 라 바지(LaBarge) 시설을 통해 전 세계 공급량의 20%를 책임지고 있으며, 향후 80년간 공급 가능한 압도적인 매장량을 확보한 상태다.
<5년간 미국의 헬륨 수출 동향>
(단위: 천USD)
순위
국가
2020
2021
2022
2023
2024
2025
전체
461,034
380,064
474,015
518,202
547,278
453,069
1
일본
71,237
55,227
69,391
61,398
93,336
91,947
2
벨기에
55,618
48,061
68,824
86,944
89,093
67,833
3
대한민국
113,874
87,645
95,132
90,143
107,556
62,585
4
멕시코
31,116
27,076
22,434
39,730
45,314
50,353
5
캐나다
29,519
31,017
28,836
30,821
41,811
37,099
6
아일랜드
299
3,574
13,252
4,081
7,299
30,480
7
독일
3,919
9,310
20,174
16,610
10,946
15,518
8
브라질
20,241
15,494
19,264
29,764
24,678
13,629
9
대만
58,079
43,704
38,308
64,081
42,406
11,892
10
영국
6,061
10,727
5,657
10,508
16,372
10,034
주: HS code 2804.29 기준(4월 2일 현지 시간)
[자료: Global Trade Atlas]
시사점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관련 파생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헬륨'은 수급 차질 시 국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소제다. 투자은행에 근무 중인 A 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이 헬륨 공급처를 전략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중동 편중 구조에서 과감히 벗어나 북미 지역과의 직계약 비중을 높임으로써 지정학적 변수를 상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A 씨는 공급처 다변화에 따른 물류 시스템 체질 개선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수입선을 미국 등으로 전환할 경우 항로 장거리화에 따른 톤마일 증가로 물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비용 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전략적 가치를 최우선에 둔 공급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U.S. Geological Survey, Global Trade Atlas, Messer,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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