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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조선업 부흥정책 톺아보기
- 경제·무역
- 일본
- 오사카무역관 김대수
- 2026-02-2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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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2035년까지 건조 능력 두배 확대, 조선사 대형화, 디지털 전환 도입 등을 담은 '조선업 재생 로드맵 발표'
자국 선주의 수요를 내수로 고정하여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하고, 암모니아·수소 연료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 탈환을 목표로 설정
일본의 조선업의 안보화와 쇄신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수주 지형과 산업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日 조선업의 역사와 산업 재생 정책
일본의 조선업은 오랜 기간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 하락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26년 1월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선박 신규 수주 시장에서 일본은 점유율 5%(277만 환산총톤수CGT)에 그치며 중국63%(3,537 CGT) 및 한국 21%(1,160 CGT)과의 격차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부터 건조·출하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조선업의 생산 사이클을 고려하면 미래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신규 수주량에서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2025년 연도별·국가별 글로벌 선박 신규 수주량 추이>

[자료: 클락슨 리서치]
이러한 상황 속, 2025년 12월 26일, 일본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업계 재편과 대규모 투자를 핵심으로 한 중장기 재생 정책 ‘조선업 재생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이번 정책의 골자는 일본 조선업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2035년까지 건조 능력을 현재의 약 2배인 1800만 총톤수GT으로 확대하여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본의 조선업 부흥 로드맵: 조선사 통폐합, 디지털화, 친환경, 안보 공급망 관리
일본정부의 이번 로드맵은 아래 표와 같이 크게 ① 조선체계 정비, ② 시장확보, ③ 국제 연계의 3개의 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세부적으로 선박 건조 체계의 강인화, 조선 인재 확보와 육성, 탈탄소화 등을 통한 게임체인지, 자국 선박 수요에 자국 조선사를 우선시하는 수요 안정화, 우방국과 글로벌 사우스 연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조선업 재생을 위한 전체 로드맵>

[자료: 일본 국토교통성 「조선업 재생 로드맵」(2025.12.26.)]
① 조선 체계 정비: 조선업 강인화로 경쟁국에 지지 않는 국제경쟁력과 생산체계를 구축
일본의 정책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강인화’란 외부 충격에도 산업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경쟁력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자국 조선업의 취약점으로 주변국에 비해 영세한 소규모 조선소가 많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조선소 간의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지목하였다. 그리고 분산되어 있는 조선소들을 1~3개의 대형 그룹 체제로 통합하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먼저, 조선소를 13개의 대형 그룹으로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비용절감, 생산성향상 그리고 기술개발력의 강화를 꾀한다. 또한, 재료가격 상승, 일손 부족에 대응하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연구개발 및 생산 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기업간의 통합과 생산거점의 재편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판단이 저변에 깔려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6년 1월 초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와 이마바리 조선의 통합 발표는 이러한 대형화 전략의 핵심 사례로 꼽힌다. 양사는 2021년 자본 업무 제휴 이후, 공동 출자 회사 Nihon Shipyard를 설립해 협력해 왔으나, 갈수록 격화되는 국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바리 조선이 JMU의 주식을 추가 취득하며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서 일본 국내 건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마바리 조선의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1월 6일 기자 회견에서 연구 개발뿐만 아니라 건조 현장의 기술 교류를 통해 LNG, 암모니아 등 차세대 대체 연료선의 건조를 가속화할 방침을 밝혔다.
<일본 국내 선박 건조량 추이(2024년)>

[자료: 일본 국토교통성]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기술을 선박 설계부터 건조, 운항 전반에 도입하여 2035년까지 자국 조선사의 생산성을 25% 이상 향상시킨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였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본 정부의 대표 프로젝트로 지능형 조선소 구축 사업인 ‘스마트 야드(SMART YARD)’, 국가 R&D 집중 지원 프로그램인 ‘K-프로그램’, 자율운항 선박의 실증 프로젝트인 ‘MEGURI 2040’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2025년 이전부터 계속 진행되어온 조선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 지원 프로젝트로 이번 재생 로드맵 실행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일본 선박 자율운항 실증 프로젝트 Meguri 2040 개요>
※ MEGURI 2040
· 개요: 2018년부터 日 국토교통성이 추진하는 자율운항 실증 프로젝트
- 인력 부족, 고령화 문제 해결과 물류 안전성 제고 목표
- 2040년까지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를 비전으로 설정

· 특징
- 일본 국내 대형 조선소(JMU, 이마바리), 해운사(NYK, MOL, K Line), 기술기업(ClassNK, MTI 등) 등 산학연 컨소시엄 참여
- 자율운항 기술, 원격 제어, 항해 안전 관리, 충돌 회피 AI 등 다각적 기술 실증
- 일부 실증에서는 LNG·대체연료 선박 적용 등 GX 추진 성격도 포함
· 단계별 전환 로드맵
- (Phase 1) 연안 항로/단거리 페리 실증, 원격 조종, 자동 접안·이안 시험(~`25년)
- (Phase 2) 중거리 항로 적용, 자동차운반선 등 대형 상선 자율운항 도입(~`30년)
- (Phase 3) 원양 항로 적용, 모든 선종에서 완전 자율운항 실증, 상용화 목표(`40년)
[자료: 국토교통성]
또한, 인력난 해소와 차세대 기술 인재 육성 목표도 다루고 있다. 친환경 선박 등 고급 건조 역량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력 부족은 건조 능력 저하와 경제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인재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투트랙 육성 체계를 가동한다. 기술자 분야에서는 대학 교육 강화와 산학 연계를 통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별 교육 거점을 조성한다. 기능인력 분야는 자동화·로봇 도입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특정기능제도와 2027년 시행될 육성취업제도를 통해 외국인 인력을 제도적으로 수급하며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② 시장확보 : ‘일본 선박은 일본에서’ + ‘친환경 연료 선박 시장 진출’
조선업 재생 로드맵의 두 번째 핵심은 안정적인 수요 시장의 확보와 친환경 선종을 통한 차세대 시장의 선점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선주의 선박 수요를 국내 조선소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소화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하였다. 현재 일본의 건조 능력은 약 907만 총톤 수준으로 자국 선주의 연간 수요를 하회하며 상당 부분을 해외 조선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량의 99.5%를 해상 수송에 의존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외부 의존성이 경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35년까지 건조 능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800만 총톤으로 확대하여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선박 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해운산업과 조선업 간의 수직적 연계를 통해 내수 물량을 고정화하고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제공하여 자국산 선박 발주를 강력히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조선업 자체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파급효과가 큰 조선업의 특성을 살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함께 도모한다.
동시에 미래 선박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전환(GX)을 통한 차세대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일본은 미래 암모니아와 수소 연료선 등 친환경 선박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 산하의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인 NEDO와 GX 경제이행채를 통해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자국 산업 규격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며 일본에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로 NEDO는 2021년부터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을 운영하며 암모니아 연료선의 상업 운용과 수소 연료선의 실증, 그리고 메탄 유출 저감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GX 경제이행채를 활용하여 조선업을 포함한 미래 중점 산업 내 탈탄소 설비 투자와 차세대 기술 실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NYK, MOL, IHI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은 암모니아 추진 예인선과 수소 연료 선박의 실증 연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 바로가기: 일본 GX추진법 개정안 통과, 우리 기업에게 기회는?
③ 국제 연계: 우방국,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계
조선업 재생 로드맵의 세 번째 핵심은 우방국과 동남아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강화이다.
일본 정부는 안정적인 해상 수송로 확보와 글로벌 해사 산업에서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동맹국 및 협력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일 양국 간의 협력 각서(MOC)를 바탕으로 조선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함정의 일본 내 수리 및 정비를 확대함으로써 방위 생산 기반의 강인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적 연계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 조선업이 군사 및 특수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뒷받침하는 토대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는 안보와 직결되는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국가가 직접 관리하거나 지원하는 조선소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국제 협력의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미일간 미국 군함의 유지, 보수 및 정비를 위한 협력이 구체화되면, 방위력의 강인화를 위해 지난해 일본 사회에서 화제가 된 국영 조선소 구상을 구체화, 실현하여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도 지난해 6월 자유민주당 경제안보추진본부가 제안한 ‘국립 도크(국영 조선소)’ 구상에는 우방국의 선박건조 수리와 기술지원의 확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 국영 조선소(국립 도크) 구상 개요>
· 개요: 국가가 조선소(도크)를 직접 건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여 이를 민간 조선사에 임대하는 GOCO 방식 구상
* GOCO: Government Owned, Contractor Operated,정부 소유·민간 운영
· 재원조달
- 1조 엔 규모의 공공·민간 펀드 신설 추진
- 설비투자,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인재 양성 등에 활용
· 정책적 배경
- 日 조선소의 고령화·설비 노후화, 인력 부족 문제 심화,
- 한국, 중국 등 경쟁국과 경쟁력 격차 심화
- 경제안보 시대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선박의 중요성 제고
· 추진내용
- DX 추진: 설계·생산·운영 과정의 디지털 전환
- GX 대응: 탈탄소 선박, 대체연료·친환경 기술 개발 지원
- 인재 양성: 젊은 기술자·현장 인력 확보
- 국제 협력: 우방국 선박 수리, 해외 조선·해운사 및 IMO 규제 대응
[자료: 일본 전략연구포럼(JFSS)]
한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해외 수리 거점의 확보와 정비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 물동량의 대부분이 거쳐가는 이 지역에서 선박 수리거점이 확보되면, 일본 선박이 전 세계 어디서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외항 해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협력국들과의 우수한 인적 자원 환류 체계를 구축하여 국내외 인재 육성을 가속화하고, 일본 조선소 내 외국인 인력 확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인력 부족 문제에도 연계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사점
일본이 연말연초 발표한 조선업 재생 로드맵은 우리나라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먼저, 한국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일본이 소규모 조선소들을 1~3개의 대형 그룹 체제로 집약하고 설계 플랫폼을 공통화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에 대응하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한국의 조선업계에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 전반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경쟁 압박이 될 수 있다. 특히, '일본 선박은 일본에서'라는 내수 자급자족 전략은 한국 조선업의 수주 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일본은 자국 선주의 수요인 1,800만 총톤을 전량 자국에서 소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그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해 온 일본 선주의 물량이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에게는 더욱 강력한 기술적 우위를 통한 비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또한, ‘2035년까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통한 생산성을 25% 이상 제고’ 등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생산성 향상 목표가 구체적이고 과감하다. 이를 위해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통합하는 스마트 야드 구축은 관련 솔루션/부품 기업에게는 진출기회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환경 규제 강화라는 흐름 속에서, 일본이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만큼, 한국도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국익에 부합한 대응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자료: 일본 국토교통성, 일본 전략연구포럼, 닛케이신문, 클락슨 리서치, KOTRA 오사카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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