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인도네시아 국가 예산안은  3,842.7조 루피아로 책정돼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예산안은 단순한 연간 재정 계획을 넘어 프라보워 신 정부 체제에서 처음으로 전면 설계 및 승인한 첫번째 예산안으로 신 정부의 국정 운영방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예산안의 기저에는 푸르바와 유디 사데와 신임 재무장관이 강조하는 경제 개념인 수미트로노믹스가 적용됐다. 이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부친이자 경제학자였던 수미트로 조요하디쿠수모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아래 세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된다.

1. 고도 경제 성장 : 국가 예산을 민간 부문의 성장에 활용하여 중기적으로 연 8%의 경제 성장률 달성을 통한 안정적 경제 성장이 아닌 경제 도약을 목표

2. 혜택의 균등 분배 : 성장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하위 계층으로의 낙수 효과를 강제하기 위한 대규모 사회 복지 및 인적 자본 투자

3. 국가 안정성 확보 : 식량 및 에너지 주권 확보와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조화를 통한 거시경제적 안정 유지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예산안은 전 정부의 인프라 중심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인적 자본, 사회적 형평성, 식량 및 에너지 등 국가 주권 달성 등에 전략적 초점을 두고 있다.

이하 내용은 현지 화폐인 루피아 단위로 작성되었으며 2025년 12월 기준, 1달러당 약 16,631 루피아로 계산됨을 안내한다.

2026년 예산안의 주요 특징 

2026년 인도네시아 국가 예산안에 따르면, 총 세입 목표는 3,153.6조 루피아(약 1896억 달러), 총 지출은 3,842.7조 루피아(약 2,310억 달러)로 확정되었다. 이는 신정부의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해 세입과 세출을 모두 늘린 확장적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연도별 정부 예산안 추이>

(단위: 조 루피아, %)

[자료: 인도네시아 재무부]

2026년 세입 목표는 전년 대비 약 4.9% 증가한 3,153.6조 루피아이며, 주요 구성은 아래와 같다.

ㅇ 세수 : 2,693.7조 루피아

-      조세 : 2,357.7조 루피아

-      관세 및 소비세 : 336조 루피아

ㅇ 비세수(PNBP) : 459.2조 루피아

ㅇ 보조금 : 0.66조 루피아

이중 조세 및 관세·소비세는 올해 예상 세수 대비 각각 13.5%, 7.7% 확대된 목표치로, 이는 세제 개편과 경기 회복을 통해 세입 기반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부채 의존도를 낮춰 재정 자립도를 높이려는 신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세입 관련, 전 행정부가 추진한 부가가치세 인상(11%→12%)을 전 품목이 아닌 사치품(초고가 주택, 항공기, 선박 등)에만 제한 적용함으로써 안정적 세수원을 스스로 축소한 점과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에 의존하는 비세수(PNBP) 비중은 세입 목표 달성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 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3,842.7조 루피아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금번 지출 예산안의 가장 큰 변화는 지난 10년간 집중 투자했던 인프라 분야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해 교육, 보건, 식량안보 등 정부의 우선순위 정책을 지원하는데 재분배한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 정부의 인적 자본 개발과 식량 및 에너지 자급자족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무상 급식 확대 및 국방 현대화 등을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 우선순위와 배분 

<2025-2026년 주요 분야별 예산 비교>

(단위: 조 루피아, %)

[자료: 인도네시아 재무부 및 현지 언론]

* 주: 상기 예산은 2026년 예산 중 주요 분야만 선정한 것으로 전체 예산이 아님

2026년 예산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는 분야는 교육 분야이다. 교육 분야는 전년대비 6.1% 증가했으며 해당 예산에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무상급식 정책(Free Nutrious Meal, MBG)의 실행 예산인335조 루피아 중 67%인 223조 루피아가 배정돼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국 학생, 5세 미만 유아, 임산부 등 8300만 명 대상 인도네시아의 국가적 과제로 지적돼 온 영양 불균형 문제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교육 예산의 29%가 무상급식 정책에 투입되면서 교사 급여(274.7조 루피아), 학교 운영비(150.1조 루피아), 장학금(57.7조 루피아) 등 교육 관련 핵심 항목들을 구조적으로 압박하고 있어 실질적인 교육 품질 제고를 위한 여력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건 예산은 전년 대비 11.8% 증액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품질 개선을 중점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무상급식 정책 대상인 임산부 및 영유아 영양 공급(24.7조 루피아), 백신 및 의약품(8.7조 루피아), 무상 건강검진 프로그램(2.6조 루피아), 결핵 대응(2조 루피아) 등이 있으며 국가 지원 건강 보험료(PBI JKN)에 66.5조 루피아를 편성해 저소득층 9680만 명을 지원한다.

인프라 부문 예산은 전년대비 70.4%로 대폭 감소했다. 애초 정부안에서는 29조 루피아까지 삭감됐으나 의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이 이루어져 최종안이 확정되었다. 이는 전 정부 시기 연간 150조~180조 루피아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긴축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분야 별로 수자원 분야는 27.72조, 도로 및 교량 분야는 24.83조, 거주 및 정주여건(상하수도 등) 분야는 7.72조 루피아가 삭감돼 국비로 진행되던 21개의 주요 인프라 사업들이 연기되거나 민자유치로 전환됐다.

신수도 프로젝트(IKN)의 예산도 2025년 15조 루피아에서 6.36조 루피아로 57.6% 감소했다.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민간 투자와 국부펀드인 다난타라(Danantara)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며 신수도 이전 계획의 지속을 공언하고 있으나 투자 유치 불확실성은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로 남아있다.

국방 부문은 인프라 삭감 기조 속에서도 전년 대비 12.8% 증액되었다. 해당 예산내 국방부 단독 예산은 187.1조 루피아이며 경찰 등을 포함한 치안 및 법률 분야를 포함한 총 예산은 424.8조 루피아에 달한다. 특히, 국방부 예산은 전년 대비 9.6% 확대됐으며 이는 전투기·잠수함 등 노후화된 주요 무기 체계의 현대화와 자주국방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프라보워 대통령의 국방 철학을 반영한다.

에너지 안보 예산은 전년 대비 97.8%가 증가한 주요 분야로 전체 예산의 94.7%가 보조금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 에너지 가격을 시장 가격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가격 안정장치 역할을 하며 세부적으로 전기 보조금, LPG 보조금, 연료 보조금 등으로 구성된다. 반면 구조적 전환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신재생 에너지, 농촌 전력망 사업,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예산이 포함되어 있으나 전체 예산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식량 안보 예산은 전년 대비13.8%가 증가하며 신정부의 식량 주권 목표를 위해 비료 보조, 국가 식량 비축 등 생산 중심 프로그램에 중점을 둬 농업 생산성 향상과 수입 의존도 감소를 목표로 한다.

시사점 

2026년 예산안은 프라보워 신정부의 첫번째 전면적 재정 설계로서 단순한 숫자 배분을 넘어 '수미트로노믹스'라는 경제 철학을 구체화한 청사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세입과 세출 규모를 모두 늘린 확장적 재정 기조를 통해 중기적으로 연 8%의 고도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정부는 무상급식(MBG), 의료 서비스 확대 등 대규모 복지성 지출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직접적으로 보전하고, 이것이 민간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지난 10년간 국가 재정의 최우선 순위였던 인프라 중심의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인적 자본 육성과 국가 주권 확보로 전략적 초점이 완전히 이동했다는 점으로, 인프라에서 '사람'과 '안보'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상징한다.

교육 분야가 전체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335조 루피아 규모의 무상급식 예산이 영양 불균형 해소를 통한 인적 자본 강화를 목표로 하는 반면, 인프라 삭감 기조 속에서도 국방 예산은 12.8% 증액돼 프라보워 대통령의 군사 철학을 반영한 자주국방과 무기 현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며, 에너지 안보 예산의 2배 가까운 급증은 보조금 지급을 통한 민생 보호에 정부 역량이 집중될 것임을 보여준다.

반면, 인프라 예산의 70.4% 대폭 삭감은 관련 산업과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 주도의 주요 인프라 사업에 대한 연기와 신수도 프로젝트(IKN)에 대한 예산 감축에 대해 정부는 민간 투자와 국부펀드(Danantara) 의존을 강조하지만, 투자 유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성장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수미트로노믹스 철학의 성장 축을 약화시킬 수 있는 딜레마로, 과거 연간 150~180조 루피아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경제 도약의 동력이었다면, 이제는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사업들이 대거 민간 투자 개발형(PPP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인프라 개발 속도가 민간 자본 유인 성공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금번 예산안은 사회적 형평성과 주권 강화를 추구하나, 세입 목표 달성의 리스크와 대형 프로그램 비용 초과 가능성은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민간 투자 활성화와 효율적 사업 집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도네시아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기대만큼의 참여가 확보되지 못할 경우 성장 속도 조정과 정책 성과의 지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미트로노믹스 정책의 향후 전개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지 파트너십 강화 및 민관 협력 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료: 인도네시아 재무부, 현지언론 및 KOTRA 자카르타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