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예산안 편성 개황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향후 3년간의 러시아 경제 발전 전망을 발표하며 이를 토대로 연방 예산안을 마련하였다. 발표에 따르면 2026년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우랄유는 59달러(2027년 61달러)로 예상된다. 수출은 2026년 4315억 달러에서 2028년 5055억 달러, 수입은 같은 기간 3085억 달러에서 3415억 달러로 증가돼 무역 흑자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외부 요인들로 인한 경제 성장 정체로 2025년 무역 흑자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나, 2027년에는 2024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GDP 또한, 2023–24년 4% 이상의 높은 성장 이후 2025–26년 잠시 주춤할 것으로 보이나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2027–28년에는 점진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향후 3년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은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가 될 것이다. 특히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의 개선이 수요 확대의 기반이 되며, 3년 동안 실질임금은 10%, 실질가처분소득은 9%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반적으로 2025년을 ‘감속기’, 2026년을 ‘적응기’로 규정했으며, 이후에는 ‘반등’과 긍정적 추세의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향후 3개년 예산안이 편성됐다.

<주요 경제지표 발전 예상 추이>

(단위: 표 참조)

[자료: https://www.kommersant.ru/doc/8061410]

2026-28년 정부 예산 편성 핵심 포인트

러시아 재무부는 2026–28년 예산안의 핵심은 국가가 자국민을 위해 실행하는 모든 사회적 의무의 이행, 국방 및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재정 확보, 특별군사작전 참가 군인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2030년까지 러 대통령이 설정한 국가전략 프로젝트 달성이라고 발표하였다. 특히, 러시아 총리 미하일 미슈스틴은 2030년까지 국가전략 프로젝트에 약 40조 루블(이하 1$=78루블, 25.11.27일 기준)이 투입될 예정이며 이는 지난 6개년 대비 약 2.6배 성장 수치라고 밝혔다.

분야별 국가 예산 배정 계획

1) 사회정책

사회분야 예산의 가장 중요한 방향은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들에 활용된다. 향후 3년간 10조 루블 이상 편성될 계획이다. 다자녀(두 자녀 이상) 가족의 개인소득세 환급, ‘모성자본’ 프로그램 보조금의 물가상승률 연동 등 자녀 양육에 부담감을 덜어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있다. 이를위해 약 1.8조 루블이 투입될 예정이며,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혜택, 세 자녀 이상 가정에게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일부 할 수 있도록 일시 지급금(45만 루블) 제공 등이 진행된다.

2) 보건의료

우선, 14개의 중증·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을 위해 러 정부가 설립한 ‘안정화기금’을 활용해 의료지원, 심혈관 질환 예방 및 고가의약품 제공에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소아의료 인프라 확충 및 현대화에도 예산이 편성됐으며 소아 병원, 산부인과 병원 시설 개선이 핵심 목표이다. 해당 정책을 위해 3년간 940억 루블 이상 투입될 예정이다.

3) 교육

교육 분야에서는 우선적으로 학교와 유치원의 신축 및 기존 시설의 현대화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2026-28년 동안 기존 시설 현대화를 위해 290억 루블, 2030년까지 총 150개 학교 신설을 위해 약 1100억 루블이 배정됐다. 이외에도 유치원, 기술학교(직업교육기관), 세계적 수준의 대학 캠퍼스 및 기숙사 신설•개보수 프로젝트에도 막대한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4) 기술 및 인프라 개발

향후 3개년 예산에는 국가프로젝트 실행에는 총 1조9000억 루블 규모의 재원이 배정돼 있다. 주 내용으로는 무인 항공 시스템 개발, 산업용 로봇공학 및 생산 자동화, 도로 관리 및 대중교통 현대화, 현대적 도시환경 조성, 상하수도•난방 등 주요 생활 기반시설 현대화, 신규 비행장 건설 등이 있다.

5) 국방 및 안보

예산 배분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국방비 지출의 급증이다. 2021년 러시아의 국방 지출은 3조5000억 루블(약 485억 달러)이었으나, 2023년에는 6조4000억 루블(약 746억60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상승 흐름은 2024~25년에도 이어졌고, 2025년 국방비는 13.7조 루블(약 1599억 달러)에 달했다.

<러 정부 국방 예산 변화 추이>

(단위: 루블, 조)

[자료: 러 재무부 포털]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2026년 국방 지출이 2025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타스’와의 인터뷰에서 3개년 예산 계획은 기존 정책뿐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과제들도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방비로 분류되는 상당 부분이 직접적인 군사 활동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목적에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관련된 분야로 드론 대응 시스템 구축, 핵심 인프라 보호, 국경 지역 및 교통시설의 보안 강화, 사이버 보안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국방비 지출이 연방 예산의 32.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방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3%로 이는 국방부의 모든 활동에 높은 효율성을 요구하는 수준이며, 이러한 문제는 러시아 대통령도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주요 수입 재원

예산, 세금, 관세정책의 주요 방향에 따라 재정부는 예산확보를 위한 주 수입 재원을 지정했다.

<러 정부 주요 수입 재원>

(단위: 표 참조, 루블, 십억)

*-부동산 사용 소득, 임대 소득, 처분 수수료 및 기타 소득 포함

**-예산 외 기금에서 연방 예산으로의 이체 반환 포함

[자료: 러 재무부 포털]

2026년 러시아의 석유·가스 관련 수입은 경제개발부 전망에 따르면 8조 019억 루블(국내총생산의 3.8%)로 예상된다. 2027년과 2028년에는 해당 수입이 GDP 대비 3.5% 수준을 유지하며 각각 9조500억 루블, 9조7050억 루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 석유·가스 수입은 향후 3년 동안 각각 8.957조 루블, 8.708조 루블, 8.922조 루블로 추산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실제 수입은 2026년에 385억 루블(GDP의 0.1% 미만), 2027년에는 3421억 루블(GDP의 0.1%), 2028년에는 7826억 루블(GDP의 0.3%)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2028년과 2029년에 발생하는 초과 석유·가스 수입은 ‘정부저축기금’에 적립될 예정이다.

비(非)석유·가스 수입은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2025년 28조4300억 루블에서 2026년에는 31조3650억 루블(10.3% 증가), 2027년 33조8600억 루블(8% 증가), 2028년에는 36조1650억 루블(전년 대비 6.8% 증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경제 위기, 유럽연합과의 관계 악화,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기존 석유·가스 수출 중심의 예산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대응책 중 하나로 정부는 부가가치세(VAT)를 20%에서 22%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식료품·의약품·의료용품·아동용품 등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품목은 기존의 10% 우대 세율이 유지된다. 부가가치세 인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는 1992년 VAT 제도를 도입할 당시 세율을 28%로 설정했다가, 1993년 20%, 2004년 18%로 다시 낮췄으며, 그 이후에도 세율을 15%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이나 12~13% 수준의 단일 판매세 도입 논의가 제기되었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2019년에는 국가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한 재원 확보를 이유로 VAT가 다시 20%로 인상되었다. 그리고 약 7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재무부는 2026년부터 세율을 추가로 인상하여 확보된 재원을 국방 및 안보 분야에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부가가치세 변화 추이>

(단위: %)

[자료: 러 재무부 포털]

세금 인상만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다. 러시아 재무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세(VAT) 납세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에는 연 매출 6000만 루블 이하 기업은 VAT가 면제되었으나, 앞으로는 이 기준이 1000만 루블로 크게 낮아진다. 재무부는 이러한 조정이 기업 분할을 통한 세금 회피와 탈세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부문에서 VAT 납부 비중은 현재 3.6%에서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제안된 모든 조치를 반영하면, 국가 재정 수입은 2026년 40.3조 루블, 2027년 42.9조 루블, 2028년 45.9조 루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은 세제 변화로 인해 내년도 예산 수입이 2.3조 루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루아노프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향후 3년 동안 연방 예산은 적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적자 규모는 2026년 GDP의 1.6%, 2027년 1.2%, 2028년 1.3% 수준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모든 재정 의무를 충족하면서 국가의 재정 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예산 균형 궤도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인상과 납세자 범위 확대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반응은 상이하다. 'Opora Russia'의 ‘알렉산드르 칼리닌' 회장은 표준 부가가치세(VAT) 인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부가 증가하는 예산 적자와 제한된 석유·가스 수입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이 같은 조치를 선택한 논리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납세자 범위 확대 조치 관련해서는 1000만 루블 기준은 지나치게 낮아 약 20%의 중소기업(약 80만 개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기준에서는 약 20만 개 기업이 해당된다. 그는 과거 논의 과정에서 3000만 루블 기준이 검토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 조치가 마이크로 비즈니스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회계 복잡성 증가, 엄격한 처벌 위험, 추가 비용 및 현금흐름 문제로 오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크릴로프' 러시아 상공회의소 금융·산업·투자정책위원회 전문가는 VAT 인상이 기업들의 순이익을 감소시키고, 제품의 공급망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이번 조치가 물가 상승을 가속화한다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고 전조 없이 발표된 조치가 영세·소규모 기업을 생존의 문턱으로 내몰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사점

2026~2028년 러시아 연방 예산 초안은 단순한 재정 계획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승과 대외적 도전에 직면한 러시아 경제가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가 국민에 대한 높은 사회적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려 하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번 연방 예산은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구조적 변화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국방 및 안보 분야 지출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해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분야이다. 참고로 국방비 예산은 2023~2025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이후, 향후 3년간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는 단기적이고 급격한 지출 확대에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방 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즉, 외부 환경에서 안보 긴장의 점진적 완화를 전제로 한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적 대립이 심화될 경우 새로운 보안 비용 증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러시아 정부는 가격 상한제와 주요 시장 상실로 감소한 석유·가스 수입을 보완하기 위해 비(非)석유·가스 분야 세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표적 조치로는 부가가치세(VAT)율 인상(22%)과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세 면제 기준의 대폭 축소가 포함된다. 이러한 정책은 국내 재정 기반을 강화하고 탈세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기업 활동과 소비자 수요에 부담을 줄 위험이 크다.

정부는 군사 지출 확대 속에서도 사회적 안정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다자녀 가구 지원과 의료 및 교육 분야에 상당한 재원이 배분되었으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구 구조 문제와 인적 자본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제 가계소득의 증가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최근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국내 수요가 약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장기화되는 국제적 긴장 속에서 러시아 경제가 군사·사회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의 성공 여부는, 시장이 세제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 지와 석유•가스 가격의 안정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여진다.

자료: 러 경제개발부 및 재무부 포털, Kommersant, Interfax 등 KOTRA 노보시비르스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