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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러시아 법원의 비우호국 중재판정 승인 거부 경향
  • 외부전문가 기고
  • 러시아연방
  • 모스크바무역관
  • 2025-10-24
  • 출처 : KOTRA

비우호국 관련 중재판정에 ‘공서양속’ 근거한 승인 거부 늘어... 우리기업 유의 필요

이승진 외국변호사(러시아), KL법률사무소

 

들어가며: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집행 체계

 

국제거래 계약서 말미에는 분쟁해결 조항이 들어간다. 대체로 재판(litigate)이나 중재(arbitrate) 통해 분쟁을 해결하기로 약정한다. 특히, 규모가 있는 국제거래에서는 국제적 집행력, 기밀성 등을 이유로, 특정국 법원에서의 ‘전속적 재판관할합의보다는 저명한 중재기관의 중재규칙과 중재인에 의한 사적 분쟁해결을 강제하는 이른바중재합의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중재합의에 의거한 중재인의 중재판정은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더욱이, 중재판정의 국제적 집행을 위한 국제규범으로서 ‘1958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집행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뉴욕협약)’ 존재한다. 현재 한국, 러시아 172개국이 가입해 있다.

 

뉴욕협약의 적용 대상인 중재판정의 승소 채권자는 패소 채무자(상대방) 중재판정 이행이 없을 경우 상대방의 재산이 소재한 국가의 법원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신청하게 되며, 경우 상대방은 승인거부사유의 존재에 대하여 증명 책임을 진다. 이후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을 승인한다면, 외국중재판정은 해당 승인국에서의 집행력을 인정받아 강제집행을 통한 채권추심이 가능해진다.

 

러시아의 중재우호적 기조 변화 배경

 

뉴욕협약 가입국들은 일반적으로 국제거래질서의 안정과 국제중재제도를 존중하는 뉴욕협약의 정신에 입각하여,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를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중재우호적인 태도를 취한다. 우리나라도 역시 동일한 입장에 있다.

 

러시아 역시 과거에는 중재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2022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조 변화가 나타났다러시아 정부는 대러 제재를 주도하거나 이에 동참한 국가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였고, 최근 러시아 법원이 비우호국과 관련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신청에 대해 공서양속(법률 행위 판단의 기준이 되는 사회적 타당성) 위반을 이유로 승인거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뉴욕협약상 공서양속 위반 사유와 러시아 법원의 해석

 

뉴욕협약은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국가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경우이를 거부할 있도록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가입국은 이를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공서양속 위반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국제중재제도의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법원에서는 대통령령 등 국내 실정법에 근거한 대러시아 제재 대응조치를 국가 공서양속의 일부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비우호국 관련 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공서양속 개념을 ‘국가의 경제·정치·법적 체계의 기초를 이루는 기본법원칙’으로 정의하며 비우호국 관련 중재판정을 러시아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으로 관철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러시아 법원의 판례 동향

 

최근 러시아 법원이 어떠한 사정을 공서양속 위반으로 보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하였는지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자.

 

(1) 대한상사중재원(KCAB) 중재판정의 승인 거부 사례

 

국내 A사는 러시아 B사에 물품을 매도하고도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매매계약 중재합의에 따라 KCAB 중재 신청하여 승소 중재판정을 받았다. 이후 A사는 B 소재지 관할 러시아 법원에 KCAB 중재판정의 승인 신청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법원은 1) A사가 비우호국(한국) 기업이라는 , 2) 화약류 제조업을 영위한다는 , 3) A사의 계열사가 방산기업으로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등을 밝히며, KCAB 중재판정의 승인이 러시아 국가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였다.

 

(2)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중재판정의 승인 거부 사례

 

스위스의 곡물무역상사는 러시아 기업을 상대로 LCIA 중재를 신청하여 승소한 중재판정의 승인을 러시아 법원에 신청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법원은 1) 신청인이 비우호국(스위스) 기업이라는 , 2) LCIA 비우호국(영국) 소재 중재기관이라는 , 3) 신청인에게 러시아 은행 계좌가 없어 중재판정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집행불능의 상태라는 등을 이유로, 해당 LCIA 중재판정의 승인이 러시아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판단하여 승인을 거부하였다.

 

(3) 스웨덴 스톡홀름국제상사중재원(SCC) 중재판정의 승인 거부 사례

 

폴란드 기관차 제조사는 러시아 기업을 상대로 SCC 중재에서 승소한 중재판정의 승인을 러시아 법원에 신청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법원은 1) SCC 비우호국(스웨덴) 소재 중재기관이라는 , 2) 중재판정을 내린 중재인들 역시 비우호국 국적자라는 등을 들며, 중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에서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해당 SCC 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하였다.

 

맺으며: 시사점

 

위에서 살펴보았듯, 최근 러시아 법원에서는 비우호국과 일정한 관련이 있는 채권자의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신청 건을 공서양속 위반을 사유로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우호국 기업이 승소 중재판정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러시아에서 실제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재판정의 승소 채권자가 패소 채무자 소재국 법원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신청하였으나 그 승인이 확정적으로 거부된 경우, 해당 중재판정은 그 승인거부국에서 사실상 집행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집행불능의 효과는 해당 승인거부국에 한정하므로,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중재판정의 승인을 신청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승소 중재판정을 확보하였으나, 러시아에서 이를 승인/집행하는 데 실패한 경우라면, 상대방의 재산이 소재한 제3국에서 승인/집행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의 채권이 집행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 뿐만 아니라, 계약 상대방의 이행불능 등 불측의 사태에 대비하여 상대방의 계약이행을 보증/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제3국에 소재한 자의 연대보증, 이행보증보험 등)를 애당초 계약서에 반영하는 방안도 계약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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