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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으로 디지털·친환경 교통정책 강화
- 경제·무역
- 스페인
- 마드리드무역관 이성학
- 2025-10-24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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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부문의 탈탄소화와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전기차·철도·에너지·ICT 등 관련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
스페인 의회,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 통과
스페인 의회는 2025년 10월 8일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Ley de Movilidad Sostenible)을 하원에서 174표 찬성과 170표 반대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률은 스페인의 교통과 모빌리티 체계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현대화하려는 종합 틀로서, 교통 부문의 탈탄소화와 디지털 전환 그리고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정부는 이번 법령을 통해 국가 차원의 교통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고자 한다. 스페인에서는 교통 부문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왔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확산과 온라인 소비 증가로 통근과 물류 패턴이 변하면서, 교통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부각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경제 구조 변화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유럽의 기후 목표와 발맞추면서도 스페인의 현실에 맞는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번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은 크게 크게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이동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문화한 점이다. 이에 따라, 중앙 및 지방 정부들은 모든 국민이 지역에 관계없이 접근 가능한 교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즉, 현재 각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시외버스 노선이 운행되는 모든 마을에 최소 한 개 이상의 정류장이 유지되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지방정부가 해당 노선을 맡지 않을 경우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운행해야 한다. 또한, 도심 대중교통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법으로 명시해, 그간 일부 대도시에 한정됐던 보조금 혜택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될 예정이다. 이는 스페인의 지방 및 농촌 지역의 교통 소외를 줄이고, “자동차의 도시”에서 “사람의 도시”로 전환한다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둘째는 친환경 모빌리티 구현이다. 동 법령을 통해 교통 부문의 기후중립 달성이 국가의 공식 목표로 천명되므로, 이를 위한 점진적 탈탄소화 방안이 마련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스페인의 국가 에너지·기후 종합계획(PNIEC)에서 교통부문 탄소감축에 대한 세부 목표가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므로, 이를 전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와 재생연료 활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다. 교통수단별로 도로 부문에서는 승용차의 친환경화를 위해 차량에 부착되는 환경등급 스티커 제도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현행 스페인 교통청(DGT)의 차량 탄소배출등급이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탄소 배출량에 따른 등급 분류 개선안을 1년 내 마련하고자 한다. 해당 조치는 스페인 각 도시에서 시행 중인 탄소저배출구역(ZBE, 특정 지역 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 운행 제한) 정책과 연계되어, 친환경 등급이 낮은 노후 경유·가솔린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전기차·친환경차의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단거리(고속철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거리) 국내선 항공 노선에 대한 운항 감축을 추진하기 위해 6개월 내 해당 노선들을 검토하는 영향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 야간열차 노선의 부활도 법에 명시되었다. 스페인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유럽과 연결되는 야간열차가 모두 중단된 상태인데, 앞으로 주변국과 협의해 환경·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유럽행 야간열차 노선을 재도입할 방침이다. 철도 화물 분야에서는 일명 “철도 고속도로(autopista ferroviaria)” 구상을 도입해, 트럭 화물을 장거리 구간에서는 기차로 대량 이송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아울러 화물철도 운임 할인을 위한 보조금 제도를 마련하여 기업들이 도로운송에서 철도운송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항만 부문의 전기화도 강조되어, 부두에 정박한 선박이 필요한 전력을 육상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개선하고 친환경 항만장비 도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셋째는 디지털 혁신과 스마트 모빌리티 활성화이다.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법을 통해 교통 데이터의 통합과 디지털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 차원의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망(EDIM)”을 구성해 도로·철도·대중교통 등 모든 교통수단의 운행 정보와 인프라 현황을 한곳에 모아 분석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들은 이를 위한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공동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데이터 통합은 향후 민간 혁신에도 활용되어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나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인구 2만~5만 규모의 중소 도시들은 간소화된 지속가능 도시교통계획(SUMP)을 수립하여 도심 물류(라스트마일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쇼핑 확대 등으로 복잡해진 도심 배송체계를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최적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마지막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투자와 정책 거버넌스이다. 이를 위해 향후 스페인 정부는 국가교통전략계획(IPEEM)을 수립해 중·장기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조율할 방침이다. 또한 국가 재정으로 추진하는 신규 교통 인프라 사업(도로·철도·항공·항만)은 모두 사회·환경 편익 분석을 두 번 거치도록 해,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성과까지 면밀히 평가한 후 집행하고자 한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 앞서 언급된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망(EDIM)에도 포함되어 향후 정책 개선에 활용하고자 한다. 스페인 정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전 타당성 검증과 사후 투명성 강화를 통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공공교통 투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자 한다.
전망 및 시사점
지속가능 모빌리티법은 앞으로 상원 심의를 거쳐 정식 발효될 예정이며, 법이 시행되면 여러 관련 정책이 단계적으로 시행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해당 법령 발효 후 6개월 안에 단거리 국내항공 노선 감축에 대한 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대체 교통수단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1년 이내에는 스페인 교통청(DGT)의 차량 탄소배출등급 개편을 위한 정부·지자체 공동 연구를 마치고 제도 개선에 착수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과 2040년 교통 부문의 탄소감축 목표를 단계적으로 달성하고, 2050년에는 교통 부문 완전 탄소중립에 근접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되어 있다. 스페인은 2030년까지 EU의 ‘Fit for 55’ 전략에 따라 교통 부문 배출량을 2019년 대비 55% 감축하고, 2050년에는 순배출 제로를 실현하는 것을 공식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법령은 스페인 교통 산업 전반에 상당한 구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차 중심이던 시장이 더욱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령은 기업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대형 사업장은 주차장 등에 충전기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원 200인 이상의 기업은 친환경 통근을 촉진하기 위한 ‘직장 통근 모빌리티 계획’을 2년 이내에 수립해야 하며, 이 계획에는 카풀 장려, 통근버스 운행, 전기차·자전거 지원, 유연근무제 및 재택근무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로 기업 차량 수요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고, 전기차 충전소 관련 설비 시장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도심 배송 차량의 전기화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 상용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배출량 기준 강화에 따라 친환경 등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일부 하이브리드 차량은 소비자 선호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완성차 업계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 개발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 부문에서는 공공 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법으로 중앙정부가 지방 대중교통에 대한 재정지원 의무를 지게 되어, 지하철·버스 등 도시 대중교통에 대한 국고 보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할 경우, 각 지방정부는 안정적인 예산을 기반으로 전기버스나 수소버스 도입, 지하철 노선 확충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 투자를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철도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강화되면서 고속철도 및 광역철도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안에 명시된 야간열차 복원 계획은 스페인 철도공사(RENFE)와 인근 국가 철도사업자 간 협력을 촉진하여 국경을 넘어서는 철도망 구축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화물 철도 지원책이 시행되면 철도 물류 인프라 확충과 운영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물류기업들은 기존 대형 트럭 중심의 운송 방식에서 철도와 트럭을 결합한 복합운송 모델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및 환경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의 전동화는 전력 수요 확대로 이어지며, 더 나아가 교통 시스템과 재생에너지 인프라와의 연계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페인 정부는 이번 법령에 따라 국내 모든 고속도로와 주요 도로에 공공 전기차 충전소 위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충전 인프라 정보를 공개하여 이용자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효과로 스페인 도로에서 전기차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 부하 관리나 전기 충전 서비스 등과 관련된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며 전력·통신 기업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ICT 산업에서도 이번 법령 도입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빌리티 데이터 통합망(EDIM)이 구축되면 방대한 실시간 교통·물류 데이터가 표준화된 형태로 축적되므로, 이를 기반으로 IT기업들은 경로 최적화, 통합 이동 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교통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도로 감지 센서, 교통 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지원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도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원: 스페인 정부 홈페이지, 현지 언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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