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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제조업의 발걸음과 자동차 산업
- 외부전문가 기고
- 미국
- 디트로이트무역관 손재동
- 2025-10-16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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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 강화로 불확실성 확대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미래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독창적 전략 수립 필요
Dr. Byung-Ki Ahn
Founder & Partner, Ahnnovate LLC
많은 사람들은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경쟁을 ‘투키디데스의 함정 (Thucydides Trap)’이라 묘사한다. 기원전 4세기에 있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그리스 반도의 기존 선도국이었던 스파르타와 급부상하던 아테네 사이의 긴장이 현재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에서는 정보, 에너지에 더해 무역 등 더 넓은 분야로 국가 간의 경쟁이 뻗치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 등의 변화조차도 사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산업 영향력의 전환, 미국 제조업의 궤적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지금은 경쟁력이 뒤쳐진 조선업의 경우를 보면, 동종업계 경쟁이 만연한 1939년에서 1945년 사이에도 5777척의 군수 선박을 제조하였고, 당시 전 세계 해군력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 전선에서의 병력 물자 수송을 장악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같은 전략적 작전에 필수적인 해상운송망을 제공하였다. ‘산업이 곧 무기’라는 말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이다. 조선산업과 자동차, 철강,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중흥은 1979년까지도 이어졌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환기를 맞이한다. 오일쇼크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흥시키는 방법으로 국가 기간산업을 제조업에서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전환한 시기이다.
세계화의 그림자, WTO와 금융위기
제조업이 약화된 계기는 이후에도 두차례 더 반복된다. 미국이 추진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2008년 금융위기이다. 광대한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을 개방하는 정책은 미국 국민들이 저가 상품을 구입하여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기는 했으나, 향후 10년간 미국내 제조업 일자리는 550만개가 사라진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기업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며 불과 2년여 만에 220만개의 일자리가 증발한다.
<미국 제조업 고용 추이 (2002–2022년)>

[자료: 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 활용, Stacker 가공]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은 고관세 정책을 앞세워 진행되고 있으나, 그 속내는 복잡하다. 45년간 서서히 침몰한 제조업을 4년 임기 내에 회복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기업 유치, 인프라 건설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자동차 산업, 미국 정체성의 상징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은 없겠으나, 국가의 자존심이자 제조업의 상징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영향은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관심사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고가의 자산이면서도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려는 해외 기업들의 입장도 단순하지만은 않다. 고관세가 철폐된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미국 위주의 플랜을 짜기도 어렵다. 이런 혼란기에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동차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래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독창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의 경제 규모는 여러 차례의 실패를 용납할 여유가 없다.
위기 속에서 찾는 답, 대응이 중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환경차의 미래 방향성을 고민하던 당시, 내 보직은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Business Unit 책임자였다. 현대와 기아의 환경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를 막론하고 시스템이나 모듈이 이 조직을 거치게 된다. 한참 전기차 바람이 거셀 때, 잘 아는 협력사 사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건넨 적이 있었다. “다들 전기차 한다고 기존 내연기관 부품사들이 어려워 할텐데, 이럴 때 견실한 중소기업 있으면 인수하시지요. 하이브리드가 오래 갈 겁니다.” 그분은 내 조언을 귀담아 들으셨지만 당시 분위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는 힘드셨다고 하는데, 최근에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답변 드렸다. “이제 전기차 관련 기업을 한번 살펴 보시지요.”
예측이 어려울 때는 대응이 중요하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이면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이하여 더욱 심화된 불확실성 가운데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장하는 비전과 플랜이 필요하다. 과연 전기차 캐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 또 급속도로 도약한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이 어느 정도로 위협적일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의 큰 흐름을 거시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면, 어느 정도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은 가능하다.
과연 다시 전기차의 부흥이 올 것인가? 온다면 언제가 될 것인가? 그때까지의 대안은 무엇인가? 합리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면, 최소한 불확실한 산업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과오는 피할 수 있다.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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