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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캄보디아 농업에서 한국 기업의 컨소시엄 전략 – 계약재배와 협력 모델
- 외부전문가 기고
- 캄보디아
- 프놈펜무역관 오승준
- 2025-10-14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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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농업 성장과 한국 기업의 동반 도약 기회
계약재배에서 포장·브랜딩까지 아우르는 전략 필요
강민구 대표, H&GN
캄보디아 농업 시장의 동향과 기회
캄보디아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2 %를 차지하고, 260만 명이 종사하는 등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이다. 정부는 ‘오각전략’ 1단계(2023–2028)를 통해 농식품 산업을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육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쌀, 캐슈넛, 카사바 등 가치사슬을 우선 육성할 작물로 선정하였다. 특히, 광활한 경작지와 연중 가능한 재배 환경, 비교적 우호적인 투자제도 덕분에 캄보디아로의 외국 기업 진출이 늘고 있다. 그러나 채소 재배 면적은 6만 ha에 불과해 연간 생산량이 64만 t에 그치며, 이는 국내 수요 85만 t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시장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베트남과 태국에서 고추와 토마토, 뿌리채소 등을 수입하고 있지만, 수입 채소에서 잔류농약 문제가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건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기업에 두 가지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는 소비가 증가하는 캄보디아 내 가공식품 시장과 첨단 가공·포장·물류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내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이 증가하면서 레몬그라스, 고추, 갈랑갈 등의 동남아 채소류 수요가 늘고 있어 캄보디아에서 신선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투자 사례에서 얻는 교훈
중국 기업들은 캄보디아 농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통합 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중국 국영기업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바나나 농업 회사는 200 ha 규모의 카벤디시 바나나 농장을 운영을 시작으로 추가로 500 ha를 확장해 2024년에는 2만 톤의 바나나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캄보디아 내 바나나 농장은 총 2만1000 ha이며, 농장 24곳과 패키징 시설 36곳이 중국 수출 자격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중국 국유기업 시노마치 하이난 개발은 연간 3만 톤 규모의 캐슈넛 가공 공장을 캄보디아에 건설했으며, 2단계로 20만 톤, 3단계로 50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은 중국 시장과 연계된 확실한 소비처가 있기 때문이며, 여기에 자국의 건조·패키징 기술과 물류망을 활용해 가치사슬 통합을 실현했다. 이들 사례가 주는 핵심 교훈은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소비처와 유통망을 사전에 확보하고, 가공·물류·포장 등 각 단계별로 협력 파트너를 구성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지 공급의 품질 문제 – 계약재배의 필요성
캄보디아의 고추 가치사슬 연구에 따르면, 다수의 농가가 출하하는 고추에서 높은 수준의 화학 잔류물이 발견됐으며, 가공업체와의 계약재배가 정착되지 않아 대부분 시장가격에 따라 즉시 판매되고 있다. 가공업체들은 자금력이 부족해 수확기에 물량을 선점하지 못하며, 농가가 직접 건조한 반건조 고추의 위생 상태가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연구는 농가와 가공업체가 계약재배로 전환하고, 캄보디아 갭(CAM‑GAP) 기준을 적용해 잔류농약을 낮추며, 건조시설 확충과 위생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Alliance2015와 ACTED의 연구에서는 토마토 샘플의 75%에서 EU 기준을 초과하는 농약 잔류물이 검출되었고, 메타미도포스 및 포레이트와 같은 고위험 살충제도 확인되었다. 이런 잔류농약 문제는 유럽과 한국으로의 수출은 물론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생산단계에서의 잔류농약 관리와 이력 추적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의 현황과 과제
한국 기업은 아직 캄보디아 농업 분야에서 공식적인 컨소시엄 사례가 많지 않지만, 일부 협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에는 한국 한우가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수출되었으며, 한국 회사 GIBON은 현지 가공 시설 구축과 기술 교육을 기반으로 5년간 2000 톤(약 1억 달러) 규모의 한우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프리미엄 유통 채널과 협력해 고급 식재료를 공급하는 모델을 보여준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현지 기업들은 공동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관련 자료는 대부분 한국어 웹사이트에 제한적으로 게시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캄보디아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출이나 합작공장 설립을 넘어 계약재배를 통한 원료 확보와 가공, 물류, 포장까지 아우르는 통합 모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내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 증가로 레몬그라스, 고추, 갈랑갈, 아스파라거스 등 동남아 식재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국내 소비시장과 연계된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상호 보완적인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 컨소시엄 전략의 구체 계획
1) 계약재배를 통한 고정 수급처 확보
(소규모 계약재배 시작) 한국 기업들은 캄보디아에서 레몬그라스, 고추, 갈랑갈, 아스파라거스 등을 소규모로 계약 재배하는 파트너 농가 또는 협동조합을 선정할 수 있다. 계약 시 생산량·가격·품질 조건과 함께 잔류농약 및 중금속 검사를 위한 CAM‑GAP 기준을 요구하고, 농가에 친환경 농약 사용과 통합 해충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품질 테스트 및 인증) 생산된 원료는 독립 검정기관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해 유럽·한국의 최대 잔류허용기준(MRL) 이하임을 확인해야 한다. ACTED 연구에서 지적된 것처럼 토마토 샘플의 75 %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바 있어, 품질 관리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단계적 확장) 초기에는 5~10 ha 규모의 모델농장을 운영하여 품질관리와 물류 과정을 검증한 뒤, 파트너 농가를 추가해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 200 ha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며 추가로 700 ha로 확장한 사례처럼, 한국 기업도 소비처를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가공·물류·포장 컨소시엄 구축
(가공시설 투자) 한국 식품기업, 포장, 냉장기업, 물류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캄보디아 내에 소규모 가공시설과 냉장·냉동 창고를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다. 가공시설에서는 고추 건조·분쇄,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의 냉동 및 절단, 아스파라거스 선별·세척·포장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농산물을 수확 직후 가공해 품질을 유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공동 물류망 확보) 컨소시엄은 항공 화물과 해상 컨테이너를 병행 활용하는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다. 캄보디아의 투자우대구역 등 투자 인센티브를 활용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한국 정부의 ODA 기반 물류 프로그램 및 KOTRA 지원사업을 연계할 수 있다.
(포장·브랜드화) 한국의 선진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위생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포장재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우 수출 모델처럼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레몬그라스·고추 등의 제품을 ‘캄보디아-한국 프리미엄 허브’로 마케팅할 수 있다.
3) 한국 내 시장 연계
(동남아 식재료 수요 대응) 한국 내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 증가로 레몬그라스, 고추, 갈랑갈 등 식재료 수요가 꾸준하다. 컨소시엄은 한국 유통기업과 협력해 수입 허브류를 한국의 식자재 도매시장, 온라인몰, 아시안 마트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한식과 퓨전 식품 개발) 캄보디아산 허브를 활용한 한식·퓨전 식품을 개발하여 한국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레몬그라스를 활용한 한국식 소스나 건강음료, 캄보디아 고추와 고추씨를 활용한 매운 양념 등 한국 식품업체의 가공기술과 캄보디아 원료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4) 신뢰 구축과 협력 제도
(협의체 설립)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하여 정보 공유, 공동 투자, 공동 수출 등을 논의할 수 있다. 협의체는 한국 정부 부처(농림축산식품부, KOTRA 등)와 협력해 정책 건의와 인센티브 확보를 추진할 수 있다.
(농가·기업 간 상생 모델) 농가에는 선급금·기술지도·보장가격을 제공하고, 기업은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상생형 계약재배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자유로운 판매 방식에서 계약재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농가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사점 - 단계적 컨소시엄을 통한 Win-Win 전략
캄보디아의 농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잔류농약과 품질관리 문제, 물류 인프라 부족 등의 한계로 고부가가치 수출이 제약을 받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확실한 소비처를 기반으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건조·포장·물류를 아우르는 통합 모델을 구축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국 기업도 이를 참고하여 소규모 계약재배–가공–포장–물류–브랜드화로 이어지는 통합 컨소시엄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레몬그라스, 고추, 갈랑갈,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허브·채소류는 한국 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이 안정적 소비처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농가와 상생 협력을 추진한다면 상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앞선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신선 채소의 잔류농약 문제와 계약재배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가 교육, CAM‑GAP 기준 도입, 위생 건조시설 투자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가공·물류·포장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분야에서 협력하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초기에는 소규모 투자로 시작해 품질관리와 수요를 검증한 뒤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캄보디아 농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면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하는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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