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사이트맵


[기고] 프랑스 스타트업 행사 빅(BIG) 현장을 가다
  • 외부전문가 기고
  • 프랑스
  • 파리무역관 곽미성
  • 2025-09-30
  • 출처 : KOTRA

‘진리’라는 주제로 열린 11번째 빅(BIG) 행사

프랑스 기업 성장의 동반자,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

프랑스 지역전문가 반기안임펄스 파트너스 상무



진리라는 주제로 열린 11번째 (BIG) 행사

 

프랑스 창업가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행사 중의 하나인 빅(BIG)이 9월 23일 파리 베르시(Bercy) 실내 경기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프랑스 공공투자은행인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에서 매년 가을에 개최하는 행사로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로 벌써 11번째다. 빅보다 훨씬 유명한 비바테크(VivaTech)가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한다고 하니 비바테크보다 오히려 더 오래된 행사다. 올해에도 니콜라 뒤푸르크(Nicolas Dufourcq) 비피아이프랑스 대표의 연설과 함께 행사를 시작했으며, UN 총회 참석차 뉴욕에 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하루 동안 열린 행사에는 8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빅이 올해 행사의 주제로 삼은 건 ‘진리’다. 스타트업 행사 주제로는 다소 파격적이다. 다분히 정치적인 함의를 읽을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트리기 쉬워진 요즘에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진리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빅에서 말하는 진리는 과학과 실험에 근거한 보편적 진리다. 우리에게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꿔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진리다. 진리와 함께 가는 단어는 ‘용기’로, 우리가 처한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촉구한다. 우리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기후변화와 디지털 전환, 인구 노령화 그리고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같은 위기와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 빅은 진리와 용기를 통해서만 우리가 이런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주제를 통해 말하고 싶어했다.


빅에서 다루는 주제가 ‘진리’ 같이 무거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다루는 주제는 인공지능(AI), 딥테크, 기후, 제조, 건강, 관광, 문화 같은 구체적인 분야들이었다. 요즘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들을 고르면서, 프랑스에서 중요한 산업 분야들도 놓치지 않았다. 거기에 혁신과 창업, 기업 인수같이 여러 분야를 관통하는 주제들이 섞여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로 은퇴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기업 승계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한 기업 중에는 기술과 경쟁력을 가졌지만 승계할 사람을 못 찾아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상황이 프랑스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떻게 이런 기업들을 인수해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빅(BIG) 2025 행사 현장>

[자료: 기고자 소장 자료]

 

프랑스 기업 성장의 동반자, 비피아이프랑스(Bpifrance)

 

빅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매년 행사를 조직하는 비피아이프랑스에 대해 간략한 소개부터 먼저 해야겠다. 2012년에 설립된 비피아이프랑스는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 대출, 투자, 수출 보험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며,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혁신 촉진과 친환경 전환,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공공투자은행이기 때문에 프랑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아젠다를 충실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기업 성장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피아이프랑스는 프랑스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국가 산업 전략을 실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혁신 스타트업을 위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녹색 전환을 목표로 클라이밋 플랜(Climate Plan)’,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예다. 창업부터 시작해 기업 성장 주기에 걸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피아이프랑스는 단순한 투자기관을 넘어 프랑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선도하는 중요한 성장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기관들과는 닮았으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국가 산업정책에 따른 대규모 금융을,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성장을, 그리고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 진출을 위한 금융과 보증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비피아이프랑스는 모든 기능을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로써 프랑스 기업들은 단일 창구를 통해 자금 조달뿐 아니라 혁신, 친환경 전환, 해외시장 개척까지 동시에 추진할 있는 장점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여러 기관을 통합한 구조를 가진 비피아이프랑스는 프랑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고자 한다.

 

<빅(BIG) 조직하는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비피아이프랑스 로고>

[자료: 비피아이프랑스 웹사이트]

 

2025 현장 스냅샷

 

공공투자은행인 비피아이프랑스가 행사를 조직하다 보니 행사장 구성도 프랑스의 국가 산업 전략에 맞게 이루어졌다. 다섯 개의 주제가 중앙 무대를 둘러쌌는데, 창업(Le Coq Créa), 제조(La French Fab), 의료(La French Care), 환경(Le Coq Vert) 그리고 문화(La French Touch)가 그 주제들이다. 프랑스 정부가 제조와 문화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익숙한데, 의료와 환경에 대한 로고를 선보인 건 새로웠다. 그리고 이렇게 주제별로 만들어진 공간 옆에는 ‘뱅(Le BANG)’이라는 상설 무대가 있어 하루 종일 스타트업들의 피칭이 이어졌다.


다섯 개의 주제 중에서 창업 관련 공간이 가장 규모가 크고 방문객들도 많았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창업해서 갈 수 있다는 표어에 어울리게 창업가 협회, 창업 지원 기관과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투자사 등이 분주하게 방문객들을 맞았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영감을 얻고 동시에 창업 및 성장에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받으면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는 자리다. 비피아이프랑스가 잘하는 분야다 보니 많은 예비 창업자, 특히 청년과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현장 곳곳에서는 약 500개의 강연과 워크숍이 열렸는데, 이 콘텐츠는 현장에서 직접 볼 수도 있지만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로 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수출을 지원하는 세션이 또한 커다란 자리를 차지했다. 이 세션은 프랑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프랑스(Business France)’와 함께 운영했는데, 프랑스 국가 정책에 이바지하는 공공기관의 특징을 다시금 보여주는 곳이다. 2030년까지 540억 유로(약 90조원)을 투자해 제조업 및 혁신 산업 분야에서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 제고 그리고 녹색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야심 찬 정책인 ‘France 2030’ 로고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혁신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드는 걸 함께 고민하는 섹션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비피아이프랑스의 지역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 코너도 있었는데, 스포츠 산업에 대한 공간은 그 맥락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비피아이프랑스라고 하는 공공투자은행이 운영하는 빅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비바테크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우선 아젠다 자체가 프랑스 국가 정책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들리는 언어는 거의 모두 프랑스어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행사로 전 세계에 열려 있는 비바테크와는 아주 다르다. 또한 비바테크가 박람회의 성격이 커서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혁신의 결과물을 전시하고 방문객들과 어떤 식이든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반면에 빅은 강연과 워크숍, 마스터클래스, 피칭이 주를 이룬다. 스타트업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은 아주 제한적이며, 주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같은 공공 연구소가 부스를 운영하거나 프랑스 우체국(La Poste) 류의 공기업이 현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 기업들에 전하는 메시지

 

빅은 비바테크와 여러모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유럽에서만 해도 스타트업 행사들이 일 년 내내 여럿 열리고 있고, 이런 사정은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빅은 국가 산업 전략에 충실한 공공투자은행 비피아이프랑스의 색깔에 맞게 조직하면서 일종의 정책적 조화 혹은 일관성을 보여주는데 이게 약점이 아니라 차별화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비바테크와는 다른 포맷과 화법을 택한 것도 대범하면서도 스마트해 보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만그만한 스타트업 행사를 하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아주 다르게 해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한국에 계신 분들도 보면 좋겠다.


하지만 빅이 프랑스 정부의, 혹은 공공투자은행의 프랑스 스타트업들을 위한 행사로 이뤄지다 보니 해외 스타트업들이 참여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단 프랑스에 지사가 있고 현지에서 일정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게 빅이 제공하는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 국가 산업 정책의 흐름을 읽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요 화두나 경향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방문객들 프로파일을 보았을 때 대기업 바이어들, 수출 및 펀딩을 도와주는 전문가들, 앤젤투자자들을 만나 사업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피아이프랑스에서 주최하는 특정 산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스타트업 행사, 예를 들어 문화 산업을 다루는 ‘위 아 프렌치 터치(We Are French Touch)’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추천해 드린다.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공공누리 제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KOTRA의 저작물인 ([기고] 프랑스 스타트업 행사 빅(BIG) 현장을 가다)의 경우 ‘공공누리 제4 유형: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진, 이미지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댓글

0
로그인 후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 입력
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