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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대지진 후 멈췄던 일본 원전, 신설 움직임 재개
- 경제·무역
- 일본
- 나고야무역관 최정락
- 2025-08-04
- 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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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전력, 후쿠이현 원전 신설 검토 착수
2024년 이후 일본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를 병행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 기조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의 활용 확대가 다시금 본격 논의되고 있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 중단되었던 신규 원전 건설이 재개 조짐을 보이면서, 일본 내 에너지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이 와중 간사이 지역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간사이전력이 후쿠이현 미하마 지역에서 차세대형 원전의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를 개시하면서 일본 국내외 에너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사이전력의 신규 원전 건설 움직임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원자력 정책 방향, 전력 수요 예측, 산업 구조 변화 및 관련 시사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간사이전력, 후쿠이현 원전 신설 검토 착수
오사카, 교토, 효고 등 지역 전력 수급을 맡는 일본 간사이전력이 신규 원자력 발전소의 설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 내 주목을 받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의 첫 신설 사례가 되는 만큼, 일본 전력사에 있어서는 한 획을 그을 소식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지난 7월 18일 확인된 바에 따르면, 간사이전력은 후쿠이현에 위치한 미하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 새로운 발전시설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의 신설은 2009년에 가동된 홋카이도 전력의 토마리 발전소 3호기가 마지막이었다. 실제로는 2010년 간사이전력도 미하마 원전 내 새로운 발전소 설치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었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중단됐던 바 있다. 간사이전력은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혁신경수로’ 등 차세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설치를 이번에는 검토하고 있다.
간사이전력은 지질이나 지형의 조사가 일단락되면 기본설계를 책정하고, 이를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위원회로부터 인가가 날 경우, 실제 건설 공사가 개시되는데, 중간중간에도 계획에 맞춰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공정별로 위원회는 확인하게 된다. 원자로의 보안에 관한 인증 절차도 시설 공사가 완료된 다음에 진행될 예정인데,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면 발전소의 가동까지는 2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하마 원자력 발전소에는 현재 3호기만이 가동 중이고, 1, 2호기는 폐지가 확정된 상태이다. 단, 이 미하마 원전 3호기도 2026년이면 가동 50주년을 맞이한다. 원자력 발전은 폐기하는데도 수십년의 시간을 필요한 만큼, 폐로될 발전소와 동일한 지역 내에 새로운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
<간사이전력이 운영 중인 후쿠이-미하마 원전 3호기>
[자료: 간사이전력]
2040년도 일본 전력 공급원 중 원자력발전 비중 목표는 20%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탈탄소 발전을 최대한 확대할 방향성을 표명했다. 동시에 2011년 이후 명기해왔던 ‘최대한 원전의 의존도를 낮춘다’는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제히 멈췄던 일본 내 원자력 발전은 간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재가동이 진행됐고, 2024년에는 동일본지역으로는 처음으로 호쿠리쿠전력의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 2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일본전기사업연합회에 따르면, 폐로 예정이거나 재가동을 위한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발전소까지 포함해 일본 내에는 총 68기의 원자력 발전이 존재한다. 이중 가동 중이거나 가동을 위해 준비중인 26기 중 2045년 말 기준 운전개시 60년을 넘는 원자력 발전이 8기다.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도 일본 전력 공급원 중 원자력발전은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2023년도의 8.5%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인데, 동시에 화력 발전소의 비중은 현재 약 70% 수준에서 30~40% 정도로 낮출 계획도 발표됐다. 탈탄소 전원 비중은 최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수립한 만큼, 원자력 발전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2050년 일본 전력수요는 2019년 대비 40% 증가
일본의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은 6월, 2050년 예상 전력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2050년의 전력 수요는 최대 1조 2500억 킬로와트시(kWh)로, 이는 2019년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반도체 산업에서 약 2000억 kWh, 자동차 산업에서 약 750억 kWh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2050년 수요 예측에서는 전력 수요를 4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화력과 원자력의 공급 능력 조합을 적용해 총 16가지 패턴을 제시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수급이 가장 어려운 여름철 야간 시간대를 기준으로 보면, 16가지 시나리오 중 13가지에서 전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기사업연합회 하야시 회장은 이 시산 결과에 대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시나리오에 따라서는 노후화된 화력발전을 전면 교체하고, 원자력을 가능한 한 오래 가동하더라도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에 따르면, 전국의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공장용 전력 수요는 2025년도 예상치인 36억 kWh에서, 2034년도에는 514억 kWh로 급증할 전망이다. NTT데이터,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뿐 아니라, 미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도 일본 내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간사이전력, ‘자원이 부족한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은 필요하다’
간사이전력은 지난 7월 22일, 미하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에서 원전 신설을 위한 조사 실시에 대해 오후 1시부터 모리 노조미 사장이 오사카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운전 개시 이후 장기간이 지난 기존 원전을 대체할 차세대형 원전 건설을 향한 지질 조사 착수 등에 대해 설명했다. 모리 사장은 “자원이 부족한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은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노후 원전의) 대체가 불가피하며, 그 판단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간사이전력의 미즈타 히토시 부사장은 후쿠이현청을 방문해 나카무라 야스히로 부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간사이전력은 미하마 원전 부지 내에서 원전 신설을 위한 자주적(민간 주도) 조사 방침 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나카무라 부지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정중히 설명하면서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즈타 부사장은 “신규 규제 기준에 대한 대응 및 사업성 평가를 위해서는 현지 조사를 통해 얻은 지식도 필요하다”며 조사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다. 이에 나카무라 부지사는 “노후 원전을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 차세대형 원전이 더 높은 안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현(후쿠이현)이 어떤 의견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와트-비트 연계」라는 국가 전략
2024년 2월 일본 정부가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과 함께 확정한 「GX2040 비전」은, 탈탄소를 향한 에너지 전환을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이 비전 안에는 「와트-비트 연계(Watt-Bit 연계)」 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전력의 단위인 와트(Watt)와 통신의 단위인 비트(Bit)를 결합한 신조어다. 현재 일본 내 데이터센터의 약 90%가 간토·간사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 전원이 풍부한 홋카이도나 규슈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 유치하고, 생성된 데이터를 광섬유를 통해 수도권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추진하고자 한다. 송전선으로 전력을 대도시로 보내는 방식이 아닌, 전력 소모가 큰 데이터센터 자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지역 활성화 전략이기도 하다.
이는 일본을 국제 데이터 유통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정책과도 연계돼 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로 불릴 만큼 중요하며, 데이터 거점을 국내에 확보하는 것은 금융이나 물류 거점 확보와 마찬가지로 국가 경쟁력에 직결된다. 물론 정부 기밀이나 개인정보처럼 국내 관리가 요구되는 데이터를 제외하면,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외도 유력한 입지 후보가 될 수 있다. 일본이 국제적 데이터센터 입지로 선택되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대량의 탈탄소 전력 공급, 그리고 국제 해저 통신케이블과의 원활한 접속이 필수 조건이 될 전망이다.
<간사이 전력이 교토부 세이카마치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조감도>
[자료: 간사이전력]
시사점
일본 내에서는 앞으로 20~30년에 걸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력발전 믹스의 대전환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가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원자력 발전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방향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내 신규 원전 건설 수요 증가에 따라, 원전 기자재·제어계 시스템·계측기기 등 우리 기업 제품 등에 대한 수출 가능성은 확대가 전망된다. 단, 원전 분야는 일본 내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시장 중 하나인 만큼, 초기에는 관련 일본 전문상사들 접촉을 통한 시장 진출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다.
동시에 일본 내에서는 정부의 와트-비트 전략에 따라 광통신 인프라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광통신 장비, 고효율 서버 쿨링 기술, 전력효율화 설비 등에 강점 있는 우리 기업에게도 수출 기회는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자료: 경제산업성, 간사이전력, 일본경제신문, KOTRA 나고야 무역관 종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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