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전자상거래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역동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2025년에는 글로벌 평균(8.6%)을 웃도는 1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티아고상공회의소(Cámara de Comercio de Santiago, CCS)는 2025년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약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전체 소매 유통의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성장 흐름은 2025년 사이버데이(CyberDay)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행사 첫날에는 단 하루 동안 약 2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져, 역대 일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하며 성황리를 예고했다.

<칠레 사이버데이 공식 로고>

[자료: Cyber.cl, 2025]

사이버데이는 매년 칠레에서 진행되는 대형 온라인 쇼핑 이벤트다. 2014년 산티아고상공회의소가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획했다. 기존 미국식 사이버먼데이(CyberMonday)의 형식을 참고해 독립된 행사로 시작됐다. 매년 5월 말~6월 초 총 3일간 진행되며, 수백 개 브랜드가 온라인 특가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초기에는 디지털 구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온라인 채널을 촉진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칠레는 2011년부터 사이버먼데이를 시행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온라인 구매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사이버데이의 효과는 점진적이면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첫해였던 2014년에는 매출 3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4억 달러를 넘어서고 거래 건수도 440만 건 이상으로 늘어나며 1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4억4700만 달러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산업별로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먼저 관광·여행 부문은 2024년 사이버먼데이 기간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전년 대비 40%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수혜 산업으로 부상했다. 이는 가격 비교와 일정 조율이 쉬운 온라인 여행 상품이 대형 할인 행사와 특히 높은 궁합을 보이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LATAM 항공의 사이버데이 전용 여행 패키지>

[자료: LATAM 항공 공식 홈페이지, 2025]

온라인 슈퍼마켓 및 생활용품 유통 부문은 전년 대비 33%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에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식품·생활용품 소매 유통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하며, 배송 시스템 개선과 공급망 운영 효율화가 핵심 성장 요인으로 분석된다.

<Jumbo 슈퍼마켓의 사이버데이 프로모션>

[자료: Jumbo 슈퍼마켓 공식 홈페이지, 2025]

전자제품, 가구 등 내구재 부문 또한 2024년 행사에서 전년 대비 26% 성장하며 높은 수요를 유지했다. 전통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 행사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분야로, 재택근무 확산과 홈 디지털화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의류·신발 분야도 칠레 소비자들 사이에서 검색 수요가 높은 부문으로, 일부 브랜드는 사이버데이 행사 전용 컬렉션을 출시하거나, 앱 등 디지털 채널 구매자를 대상으로 추가 할인과 무료배송 등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5년 사이버데이의 성과 및 트렌드

2025년 사이버데이는 실적과 참여 규모 모두 전년을 웃돌며 칠레 전자상거래 시장의 활력과 소비자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몇 가지 핵심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먼저 만 55세 이상 고령층 소비자의 참여 확대됐다. 전체 구매자의 24%였다. 두 번째 트렌드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소비 활동의 급증했다는 것이다. 전체 이용자의 65%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소비했다. 또한 식료품, 건강 관련 소비재 등 오프라인 중심 산업의 온라인 전환 가속화되는 트렌드가 나타났다. 이에 전자상거래 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돼 연간 매출 95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행사는 6월 2일부터 4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됐으며, 20개 이상의 카테고리에서 총 696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MacOnline(전자제품 유통 플랫폼), UGG(신발 브랜드), Despegar(온라인 여행 플랫폼), MercadoLibre(이커머스 플랫폼), Easy(생활·건축 자재 플랫폼), Paris(의류 중심 유통 플랫폼), Puma(스포츠 브랜드), Iberia(항공사), Nespresso(커피 제품 브랜드), Lenovo(IT 하드웨어 브랜드) 등이 있다.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인 총 5억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24년 사이버데이 및 사이버먼데이보다 각각 4.6%, 21% 늘어난 수치다. 거래 건수는 총 580만 건으로, 만 18세 이상 칠레 인구 중 3분의 1이 행사 기간 중 최소 1회 이상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6월 2일(월)은 칠레 전자상거래 역사상 하루 최대 매출(약 2억 달러)을 기록했으며, 6월 4일(수)은 두 번째로 큰 매출(약 1억7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온라인 가격 모니터링 전문 기업인 RetailCompass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 할인율은 22%, 의류·신발·리빙 등 일부 카테고리는 25%를 초과하는 할인율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가 수준을 형성했다.

온라인 분쟁 해결 시스템(Resolución en Línea)의 도입으로 평균 응답 시간이 13시간 이내로 단축되면서 소비자 민원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산티아고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체 거래 중 불만 접수 비율은 0.013%(782건)에 불과했으며, 공식 참여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칠레 소비자보호청(Servicio Nacional del Consumidor, SERNAC)의 분석에 따르면 0.009%(524건)로 더욱 낮았다. 이는 전체 거래 대비 1만 건당 1건 이하인 수준으로,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낮은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산티아고상공회의소 마리아 테레사 비알 회장은 이를 "업계 전반이 소비자 중심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사이버데이 성공의 심리적 요인

이번 사이버데이의 성공에는 가격 인식이 관련된 소비자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할인'이 붙으면 소비자는 더 높은 가치를 느끼고, 구매 결정을 더 빠르게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의 심리를 설명하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기반하며, 특히 한정된 시간 및 재고가 맞물릴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스페인 IE 대학교 산하 경영대학원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놓치기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과 '한정 수량·시간 할인'은 소비자에게 희소성과 긴급성을 동시에 부여해, 즉각적인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아울러 '베스트셀러'와 같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 정가 대비 할인 가격을 강조하는 앵커링 효과(anchor pricing)는 제품에 대한 심리적 가치를 높이며 구매 전환을 유도한다. 세대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핵심 고객층인 MZ세대는 가격 민감도와 디지털 친화성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사이버데이와 같은 대형 온라인 행사에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를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브랜드 선택과 매출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의 성공 전략

사이버데이의 온라인 구매 방식과 짧은 행사 기간은 기업 전략에 따라 성과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우선 빠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도록 모바일 웹과 간편 결제 등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한정 할인, 무료 배송을 강조하고, 인기 제품 중심으로 상품을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요구된다. 검색 노출을 높이기 위한 키워드 및 검색엔진 최적화와 함께 영상, 인포그래픽 등 행사 특화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 효과적이다. MZ세대나 중장년층 등 특정 소비자 맞춤형 제안, 그리고 SNS 플랫폼을 활용한 브랜드 노출 전략도 필수다. 

이렇게 이목을 끌었다면, 이후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편리함과 신뢰성을 동시에 잡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 응대 측면에서도 이벤트 기간 중 급증하는 문의와 클레임에 대비한 전담 인력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 이는 소비자 경험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이어져, 장기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이 진행한 산티아고상공회의소 전자상거래 부문 예르카 유키치 전무이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칠레 소비자들이 사이버데이 및 사이버먼데이와 같은 대형 온라인 이벤트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할인된 가격으로 인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에 있다. 예르카 유키치 전무이사는 "해당 이벤트는 특히 수요가 높은 카테고리의 상품을 유리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최근에는 행사 기간을 활용해 휴가를 계획하고 관광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 이벤트의 매력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키치 전무이사는 사이버데이가 칠레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전자상거래의 지속적인 성장과 기업의 책임 있는 운영을 꼽았다. 그는 "많은 기업이 자사 디지털 플랫폼의 안정성과 가용성을 확보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함에 따라 최근에는 응대 속도와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으며, 이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신뢰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키치 전무이사는 기업들이 산티아고상공회의소 전자상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전자상거래 모범 활용 규정집(Código de Buenas Prácticas para el Comercio Electrónico)를 준수하고 있으며, 윤리적 광고 송출, 고객 보호, 개인정보 관리 등을 위한 노력이 소비자에게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 모범 활용 규정집 소개 페이지>

*링크: https://www.ecommerceccs.cl/codigo-de-buenas-practicas-para-el-comercio-electronico-2/

[자료: 산티아고상공회의소 전자상거래위원회, 2022]

시사점

2014년 첫 시행 이후 사이버데이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기록적인 매출과 소비자 참여를 끌어냈고, 핵심 산업 전반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성과는 구조적 요인(시장 디지털화), 심리적 요인(소비자 행동), 전략적 요인(브랜드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디지털 인프라, 고객 경험, 서비스 품질 개선에 대한 민간 부문의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결국 사이버데이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칠레 전자상거래의 혁신과 신뢰 구축, 향후 성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플랫폼으로서 디지털 소비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사이버데이와 같은 대형 할인 행사에 맞춰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MercadoLibre, Paris 등)에 제품을 출시하거나 프로모션을 연계하고자 할 경우,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통해 가전, 뷰티 제품 등 한국산 소비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칠레 내 K-뷰티, K-푸드 등 한류 연계 품목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데이 기간 그 특색을 살린 한정판 상품,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 협업 마케팅 등을 기획하는 전략도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칠레 사이버데이의 성공과 디지털 전환 흐름을 적극 활용한다면, 우리 기업은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실질적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 칠레 국회도서관(BCN), 소비자보호청(SERNAC), 스페인 IE 대학교 경영대학원(IE Business School), 산티아고상공회의소(CCS), RetailCompass, Agencia Cebra, La Tercera, Regionalista, El Mostrador, EMOL 종합